엎지른 물이 내 마음에 담긴다
나나용 지음 / 나나용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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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엎지른 물'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물이 이미 엎질러졌기 때문에 원래 담겨 있던 그릇에 도로 담을 수 없다는, 즉, 저지른 일은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을 갖는다. 그러나 나는 이 말의 의미를 조금 다르게 해석해본다. 엎지른 물을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는 이유는 그 물이 흘러 이미 다른 어딘가에 담겼기 때문이다. 이미 뱉은 말 역시 엎지른 물과 같아서 도로 주워 담을 수 없다는 뜻이다. 신중하게 한 말, 무심코 한 말, 모두 누군가의 마음에 담겨 돌이킬 수가 없어진다. (-11-)

미국에서 내 인생을 크게 바꿔놓은 것 중 하나는 남편을 만난 것이다. 우리는 2010년도에 대학 선후배로 만나 2017년도에 결혼했다.다정다감하고 배려심 넘치는 남편은 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혀 아끼지 않는다.물론 행동으로도 충분히 보이기 때문에 그 말의 진실성이 뒷받침되는 증거들이 일상에서도 많다. 그런데 처음 남편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그 말을 전혀 믿지 못했던 기억이 난다. (-61-)

나는 가나에 살 때부터 여러 사람의 장례에 참석해왔다. 말라리아가 감기처럼 취급되는 나라에서 죽음이란, 문턱 넘어 언제든 발을 들일 수 있는 존재와 같았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몸살 기운만 있어도 약을 먹고 늘 조심해서 장기가 손상되거나 뇌사에 빠지는 등 위험한 순간까지 간 적은 없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말라리아를 방치하거나, 크게 아픈데도 가나의 낮은 의료수준으로 인해 치룔르 못받아 죽음에 이르는 경우를 몇 번 보게 되었다. (-90-)

작가 나나용의 에세이 『엎지른 물이 내 마음에 담긴다』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놓치고 있는 것들, 삶의 무탈함과 행복,기쁨에 대해 말하고 있다. 살아가면서, 엎지른 물로 인해 수습을 하지 못하고, 나를 쥐어 뜯어 버리는 것을 넘어서서, 다른 사람에게 해악을 끼칠 때가 있다. 말한마디가 천냥 빚을 갚는다 라고 말하면서도, 막상 내 감정이 불안하고, 동요되면, 그것이 쉽지 않다.물을 엎질렀을 때,수습하기 힘든 문제가 발생했을 때, 회복되지 못하더라도, 복구할 수 없더라도, 서로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지 않을 순 있다. 바로 사랑과 용서로 신중한 삶과 마인드를 가지는 것이다.

작가 나나용은 필며이다. 가나에서 살았고,미국 유학에서, 남편을 만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서로 대학동기였으며, 2017년 결혼 후, 서로에게 소중한 연인이 된다. 일상에서, 돈이나 물질이 모든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는다. 든든한 정신적 지지대, 행복, 사랑으로 살아갈 때,엎지른 물 앞에서 웃을 수 있다. 가나에서, 말라리아 병으로 인해 눈으로 보았던 죽음, 열악한 의료시설과 의료서비스로, 치료할 수 있는 말라리아를 방치하여, 죽어야 했던 가나인을 보았다. 인간이 욕심을 내고, 무언가를 얻기 위해 아둥바둥한다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죽음에서 이해되었고, 내 삶을 바라보는 힘을 기를 수 있었다. 경제적 차이를 극복하고,남편과 결혼하고, 그것이 행복과 기쁨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이유다. 물질로 대체될 수 없고,행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남편을 통해서 경험으로 체득했기 때문이다. 행복한 삶, 소확행으로 삶에 의미를 무여하고, 가치르 만들어 내고, 긍정으로 살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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