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알러지
박한솔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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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한휘현입니다."

휴대폰에 '국제처' 라고 뜨는 글자를 보고 재빨리 통화버튼을 누른 휘현이 먹던 샌드위치를 내려놓으며 말했다.

"아, 내. 제가 한국에서 분명히 Serrano 기숙사로 배정됐다고 전달받았거든요. 근데 여기서는 전산상 처리가 안 됐다고 하는 거예요!"

미처 다 씹지도 못한 샌드위치를 꿀꺽 삼킨 휘현은 울먹거리며 울분을 토했다.

휘현이 캘리포니아 교환학생으로 오게 된 것은 모두 광고 홍보학 전공 교수의 영향이었다. 교수가 휘현에게 자매결연한 미주 대학에 해외 광고제 수상 경력이 많은 교수가 부임했다면서 교환학생을 추천한 것이다. 휘현은 이번 학기에 그 교수 수업을 들으며 해외 광고 출품까지 하고 귀국하는 것이 목푠였다. (-11-)

미국으로 입양 온 건 5살 겨울이었다. 누군가는 5살 아이의 기억이 온전치 못하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든은 사라의 품에 안긴 5살 전의 보육원 때 기억이 온몸의 세포에 각인된 듯했다.

보육원에서 지내던 어느날이었다. 무엇 때문인지 심통이 난 이든은 검은콩이 들어간 아침밥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그러자 흰색 스크런치로 머리를 질끈 묶어 올린 여자 선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위아래로 이든을 흘겨보았다. 이윽고 큼지막한 손으로 이든의 뒤통수를 갈겼다. 순간 눈앞이 번쩍했고, 자신이 맞았다는 것을 깨달은 이든이 큰 소리로 울어젖혔다. 얼마나 서러웠는지 닭똥 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는데, 선생은 그런 이든을 잡동사니 물품이 담긴 창고에 가둬버렸다. 들어오는 빛이라고는 벽 위에 붙은 손바닥만 한 창문이 전부였다. (-31-)

도하가 휘현을 처음 만난 건 아버지와의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던 어느 날이었다. 늦겨울의 시샘을 밀어내는 봄기운이 캠퍼스에도 피어오른 새 학기에 도하는 교수의 부탁으로 실습실에서 교양 수업을 듣는 학생들을 보조했다. 워낙 도예과로 유명한 학교라 타 학과생에게도 인기가 많은 강좌였다.

처음 흙을 만지는 학생들의 손이 이리저리분주하게 움직였고,도하는 그들이 원하는 형상대로 만들수 있도록 잡아주었다. 그러나 도하는 이내 한 여학생이 만들고 있는 기물에 시선에 꽂혔디. 흉상을 만드는 건가, 그저 장난하고 있는 건가 싶어 그녀 옆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61-)

소설가 박한솔의 『러브 알러지』의 주인공은 세사람이다. 박휘현, 이든, 그리고 강도하였다. 물론 박휘현을 중심으로 이든과 강도하가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었으며, 전 남자친구와 현 남자친구다. 이 소설에서 사랑에 대한 알레르기를 주제로 어떤 이유로 관계에 있어서 알레르기를 일으키는지 보여주고 있었으며, 삶에 있어서, 놓치고 있는 것을 열어볼 수가 있다.

휘현,도하, 이든 이 세사람의 생활이나 환경은 다르다. 하지만 서로 다른 한경은 서로 끌어당기는 힘이 될 수 있다. 보육원에서 성장한 이든은 해외에 입양되었고,미주 대학에 입학하여, 해외 광고 출품을 목적으로 유학을 온 휘현과 마나게 된다. 도하는 도예에 정통한 아버지 강세진에 이어,도예를 배우게 된다.

도하는 아버지 세진이 있었다. 도예, 미술에 소질이 있었던 아버지 세진은 상당히 권위적이었고, 사람을 자신의 밑으로 보는 경향이 크다. 세진의 이런 모습은 도하에게 숨막히는 일이 된다. 서로 관계가 극에 치닫고 있다. 여자 찬구 휘현에 대해 간섭하는 것도 모자라서, 둘 사이를 갈라놓고 싶어했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환경의 차이가, 서로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한 사람의 가치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내는 과정에 있었다. 서로 다른 삶을 살았던 세사람이 어떤 목적을 가지고 미주대학에 입학한 이후 벌어지는 여러가지 상황들, 조건, 쇼크로 넘어지기 일쑤였던 휘현 앞에 벌어지는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이런 모습들이 자신의 삶에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고, 서로를 불신할 수 밖에 없는 삶의 증거가 되고 있다. 이 소설은 휘현 앞에 벌어지는 어려가지 상황들, 교수님의 추천에 의해 미주대학에 유학을 떠난 휘현에게 새로운 변화가 나타나고,그 과저에서, 자신이 목표를 선택할 것인가, 사랑을 선택할 것인가 기로에 서 있는 휘현의 심리적 선택이 분명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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