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_0419
달빛 지음 / 해피북스투유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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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봉과 지유는 열일곱 살 단짝이었다. 5년 전,넝마주의를 할 때부터 둘은 죽이 맞았다. 가르쳐 준 것도 아닌데 가난은 가난을 알아보았다. 누가 먼저였는지는 모른다. 다만 지유는 수봉을 알아보았다. 지유도 그렇지만 수봉도 모난 구석 없이 두루두루 사람들과 어울리려 들었다. 소위 '빤스' 한 장 없이 전쟁 통에서 살아남은 고아 답게 밥만 굶지 않아도 수봉은 행복해했다. 지유와 수봉은 오래전부터 그래왔던 가족인 양 바닷가 앞 댓거리 판자촌에 8천환짜리 방을 얻었다. (-123-)

민욱의 사촌 형은 짙은 소주 향기를 내뿜었다.

"아버지가 나를 봐주는 건 그것 말고는 없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대학을 가고 나서 깨달았어. 세상은 아버지가 없어도 되는 곳인지도 모른다. 나만 영웅이 된다면 모두 나를 우러러볼지도 모른다. 그런 치기 어린 욕심에 휩싸였어. 한번 그릇된 생각에 빠지고 나니 똑바로 보이거나 판단할 수 있는 게 없더라. 어쩌면 월남전에 참전하겠다는 결정은 내 욕망의 마지막 그릇된 배출구였는지도 몰라. 거기서 욕망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가장 밑바닥을 보았어." (-50-)

과거라면 어땟을까.

현미는 질곡의 세월을 살았다. 어려서는 한국 전쟁을 겪었다. 포화와 잿더미는 무섭고 불안했다. 불안을 틈타 독재는 독재로 이어졌다. 총과 칼이 쑥대밭을 만들고 탱크를 앞세운 군인이 국민 위에 섰다. 근면했던 한국인은 그런 가운데서도 희망을 발화시켰다. 거친 일을 위해 남자들은 바깥으로 나섰고, 자연스레 남성 중심으로 사회는 재편되어 커져갔다. (-132-)

현실적인 문제는 초이의 등장으로 불거졌다. 초이가 5천 달러를 들고 나타났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었다. 세헌은 불법 이민자였다. 취업 비자가 아니라 관광 비자였던 것이다. 보나 페나는 가나인이었고, 나오코는 세헌과 달리 취업 이민자였다. 거기에 더해 에리자베그 역시 불법 이민자였다. 서명했던 병원 서류가 발목을 잡을 위기였다. 엘리자베스의 죽음을 확인하려 경찰이 오게 되면 세헌은 추방당하고 말 것이다. (-203-)

아버지는 '4.19 혁명'을 축제로 기억했다.

아버지에게 1960년 4월 19일이 축제로 기억된 이유는 박현미라는 여인 때문이었다. 박현미에게는 그날이 상처인 동시에 동기 부여가 된 날이었다.

아버지는 박현미을 흠모했고, 박현미는 아버지처럼 살기 싫었다.

두 사람의 인생은 그날 이후로 극명하게 갈렸다. (-277-)

소설 『#축제_0419』의 시대적 배경, 역사적 배경은 1960년 4월 19일에 일어난 4.19 학생운동이었다. 이 사건이 발생하기 전, 이기붕 에 의한 3.15 부정선거는 3.15 의거로 이어졌으며,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되었다. 소설에서 1944년생 동갑내기 전쟁 고아 수봉과 지유에게, 1960년은 10대 어린 나이에 넝마주의를 줍고 살았던 가난한 이들의 표상에 불과했다.

역사와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짐으로서,그 때의 기억을 현재에 소화하고 있다, 죽음을 눈앞에 목도한 이와 그렇지 않은 이는 같은 역사를 다르게 바라본다.1940년대에 태어난 주인공이 2014년 세월호 참사를 바라볼 때,느꼈던 감정의 소용돌이는 그 누구도 느껴지지 않는 침울함 이였을 것이다.

4.19 혁명 당시 마산은 대한민국에서, 일곱번째로 큰 도시였다.지금은 마산창원진해로 불리는 통합된 광역시로 존재하지만, 엄연히 마산은 경남을 대표하는 지역이다. 1960년에 발생한 마산을 중심으로 일어난 혁명은 다시, 1979년 부마항쟁으로 이어지게 된다. 역사적 굴레를 하나의 소설에 풀어내며, 가난하고 넝마주의를 줍고 다녔던 판잣집 사람들이 월남전에 참전하고, 경제적 궁핍에서 살아남아, 현재를 마주할 때,어떤 느낌으로 다가오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갑자기 나타날 수 있고, 고통이나 슬픔의 역사도 어떤 이들에겐 축제가 될 수 있다. 같은 날에 누구와 함께 하였고, 무엇을 했느냐에 따라서, 그 역사는 역사가 될 수 있고,축제로 남을 수 있다. 소설에서, 죽음, 그리고 죽음, 내 죽음과 타인의 죽음, 나에게 죽는 죽음과 남이 죽이는 죽음, 오로지 죽음이 무엇인지 확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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