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은 어디인가 - 청나라 황제의 강남 지식인 길들이기
양녠췬 지음, 명청문화연구회 옮김 / 글항아리 / 2015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흥미로운 사살은 '정통성'이 서로 다른 종족과 왕조 간에 마치 릴레이 하듯 왕래하고 옮겨갈 수 있다는 것이다. 청나라에 대한 조선의 태도가 바로 그 좋은 예다. 조선 왕실은 오랫동안 청나라의 통치를 인정하지 않았다. 만주족은 이적 夷狄이며, 청나라 통치는 이적들의 참위에 해당한다고 여긴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명대 유민의 관점과 완전히 일치하다(-23-)

청나라는 각 민족 지역의 풍습과 정치 종교 체제를 유지시켰지만 대일통 이념을 구축하면서 『춘추』의 옛 취지를 따랐다. 이는 강희제로부터 건륭제에 이르기까지 반포한 칙명을 통해 알 수 있다. 청초의 황제들은 유지를 내려 대일통의 의미를 수없이 강조했다. (-42-)

명말 청초 사인들의 눈에 비친 왕조 교체 전후의 산수풍경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원래 그들의 자랑이었던 강남의 금수강산은 만주족 철기 부대에 짓밟혀 원래의 모습을 완전히 상실했다. '야만'의 풍기가 남하하여 산수를 오염시킨 것은 강남 사인들이 매우 가슴 아파하는 화제가 됐다. (-84-)

"성인은 천하를 다스리는데 백성의 양식을 물과 불처첨 충분하게 하고 오직 사람이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한 후 하늘의 공에 감사할 뿐이었다. 먹을 것이 없을까봐 농사를 가르쳐주고 여유가 없을까봐 저장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때를 지켜 먹고 예로써 절제 있게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양식을 물과 불처럼 충분하게 하는 도일 것이다. 지금은 땅이 날로 넓어지고 인구가 점점 많아져서 일단 가뭄이나 홍수가 발생하면 쉽게 기근이 일어난다. 이것은 다 양식을 물과 불처럼 충분하게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57-)

여유량은 친구를 위해 쓴 조문에서 이러한 상황에 대해 상당히 사실적으로 묘사했다."오늘의 유민은 생게를 꾸리기 위해 요직에 있는 사람의 존중을 받아 자신을 드러내거나 다른 사람 대신 글을 쓰거나 막부에 들어가 막우가 된다. 최후의 수단으로는 불교에 귀의해 불법을 설교하여 가난을 면할 수 있다.어떻게 3척의 울타리 안에 수십 개의 대나무로 만든 외진 시골 초가집에서 은둔하기만 할 수 있겠는가?" (-241-)

명대 사인들의 정신적 생활은 심리적으로 절대적 자유와 낭만을 지나치게 추구하다가 이후에 자신의 행동에 대한 구속을 거부하는 극단적 지점으로까지 발전됐다는 특징이 있었다. 명청 왕조 교체 시기, 청초 유민들은 명나라 멸망의 원인을 찾을 때, 사인들이 결속력 있게 행동하지 못했고, 청나라 군대를 효과적으로 방어하지 못했음을 반성했고,심지어는 자신의 몸에 자학적인 규범까지 행했다. 양명 심학과 강학 방식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은 행동 규범에 결여되었다는 점에서 시작되었다. (-323-)

하지만 강남의 번화함은 청초 제왕들의 누늘 사로잡았고 그들 마음속 깊이 숨어 있던 욕망과 충도을 일깨웠다. 특히 백성이 길거리 양쪽에 무릎을 꿇고 만세 하는 모습은 '오랑캐' 출신으로 중원의 주인이 된 군왕들에게 심리적 만족감을 안겨주었다. 당시 사람들은 건륭의 남순에 대해 이렇게 기술햇다."양저우,쑤저우, 자싱, 항저우 네 부의 염상과 바다 건너 일본으로 가서 구리 거랠르 한 관상 등은 모두 다 무대를 만들고 가무를 공연나는 데 돈을 아끼지 않았으며 화려하고 사치스럽기 그지없었다. 황제의 어가를 마중하는 수백 리 거리 아에 마련된 무대는 수천 개쯤 됐고 같은 것은 단 하나도 없었다. 황제는 그들에게 금과 은, 작고 귀한 물건, 담비 가죽 등을 선물로 하사했고, 그들 역시 이것을 세상에 다시없을 영광으로 여겼다. (-418-)

건륭제는 어려서는 정주이학의 굳건한 신봉자였지만,만년에는 주희 학문을 여러 번 비판했다. 그 이유는 꽤 복잡하다. 송대 이후 사인의 정치 참여도가 과도하게 높아지면서 권력을 군왕과 함께 나누는 지경에 이르렀다. 건륭제는 여기에 심한 반감이 있었는데 『서정이론경연찰자후 』에서 제기된 유명한 논의를 끌어냈다. 건륭제가 송대 사인의 기세가 고양좼던 상황을 보면 매우 놀라움을 느꼈던 지점은 다음에 있었다. (-530-)

'강남'은 일찍부터 인문학의 중심지였고, 청초 황제들의 눈에도 특별한 지역으로 인식되었다. 강남은 각종 반청운동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곳이자, 패역무도한 여론의 발원지였다.그래서 그들은 천하의 문종인 강남의 위치를 인정하면서도 필요 할 때는 시시각각 여론의 확산을 방비하고 억제해야 했다. 따라서 '천일생수'란 말에서 천하를 업신여기는 문화적 횡포를 느낀 건륭제는 약간의 불쾌감을 느꼈고, 모종의 행동을 취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652-)

이민족으로 중원에 들어온 청나라 황제들은 '예의'를 통해 각종 복잡한 민족 관계와 사회질서를 유지했다. 마찬가지로 '강남'에서 전해 내려온 문화유산으로 각종 복잡한 민족관계와 사회질서를 유지했다고도 볼 수 있다.이전 시대와의 차이점은 다음과 같다. 청나라 사인들은 이전 세대의 사인들이 '이치'와 '추세'의 방행을 맞추었던 능력을 갖추지는 못했다. 그러나 청나라 황제들이 대일통을 통한 영토 확장과 통치상의 성공을 이루는데 있어, 추세로 하여금 이치에 비견할만한 강력한 지배 작용을 갖추게 했다. (-738-)

우리 속담에 『친구 따라 강남 간다』 가 있다.이 속담의 의미는 친구가 하니까 나도 덩달아 친구 따라 같이하게 된다는 의미로서, 분별력 없는 나 자신을 우회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강남이란 중국의 이남지역을 의미하며,양쯔강 하루 남쪽지역,비옥하고,풍족한 땅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강남은 지리적 의미가 아닌 하나의 상징적인 의미로 나타나고 있으며, 중국 명청 교체기의 사회적 혼란기를 다루고 있다.

명나라는 1368년에 세워지고, 1644년에 멸망했다. 북방 유목 오랑캐 만주족이 세운 청나라는 1616년에 세워지고, 1912년 멸망하였다. 조선의 15대 왕 광해군과 16대 왕 인조가 조선의 왕이었던 시기,명청 교체기가 본격적으로 나타난 시기로서,중국은 상당히 혼란했던 시기로서, 조선은 외교에 있어서,대명 노선을 견지하였고, 청나라를 만주족 오랑캐의 후손이라 하면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한족의 명나라의 국운은 기울어가고 있었으며, 청나라는 명나라 말엽, 명나라 유민들을 포섭하기 위해서,다양한 정책을 쓰고 있었다. 그중에서 명나라의 사인(詞人) 여유량은 반청 노선을 끝까지 견지하였고, 은거하면서 승려가 되어, 후학을 기르는 방법을 취하게 된다.

청나라가 중국을 지배하면서, 명나라 유민들을 적극 수용하게 된다. 명나라 유민이 청나라 신민이 된 것이며, 출사를 하도록 적극 도와주는 방법을 취함으로서,청나라는 명나라 색을 지우고, 사회질서를 확립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하지만 책 『강남은 어디인가』를 읽으면,여전히 반청 노선을 견지하는 명나라 사신즐이 여럿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그들은 은둔하여 , 승려가 되거나, 농사를 지으면서, 자신의 정체성과 청나라를 분리하였으며, 명나라에 대한 절개를 굽히지 않았다. 여기서 명나라 사인들이 취한 방법, 청나라가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서, 명나라의 방식을 배재하고,그들과 다른 문화와 학문을 취함으로서,명나라와 다른 길을 걸어가게 되었다.공자 사상을 배척하고, 대학이나 춘추에 따라서, 대통일 노선에 따라서, 청나라 고유의 학문을 만들어 나간다. 명나라에 쓰여진 책들을 금서로 지정하고, 이 책의 마지막이 문자옥이 등장하는 이유는 , 명나라 사인이자 사상가였던 여유량의 후학들이 저지른 반역죄 때문이었고,청나라 옹정제는 사인들의 세력의 황제의 권위에 도전하고 잇을 정도로 강력해지고 있음을 느꼈으며, 30여년 전 사망한 여유량의 시신을 다시 꺼내 부관참시하고,저잣거리에 내걸었으며, 그의 일족을 싹 멸족함으로서, 청나라 황제로서의 완권강화를 적극 꾀하게 된다.이 책을 읽으면, 남송 -명나라 교체기, 명-청 교체기의 사회분위기를 감지할 수 있으며,우리가 통일 이후, 북한 사회의 기득권을 어떻게 처리하고,나라의 기틀을 만들기 위해서, 어던 준비가 필요한지 엿볼 수 있다. 남한과 북한이 통일한다 하여서,북한 인민 전부가 친한이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친북 노선을 견지하면서, 여유량처럼 은거할 수 있다. 강남이라는 상상과 이미지가 가져오는 사회적 가치, 명나라, 청나라, 그리고 현대 중화민국에 어떠한 영향력을 미쳤는지 익히 배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