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 현대 요리책의 시초가 된 일라이저 액턴의 맛있는 인생
애너벨 앱스 지음, 공경희 옮김 / 소소의책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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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의 런던 시내, 수레와 마차가 자갈길에서 삐거덕대고 ,행상들이 호객하느라 고함친다. 외발 손수레와 두 발 짐수레가 밀치락달치락하고 셔츠도 없이 갈비뼈가 앙상한 소년들이 굶주린 새마냥 고개를 숙이고 김 나는 말똥 덩이를 삽질하여 치운다. 연중 가장 더운 날이다, 아니 내게는 그리 느껴진다. 가장 좋은 비단 드레스를 입었는데 옷 속이 펄펄 끓고 답답하다. (-15-)

"달걀을 공기처럼 가볍게 휘저어 크림과 버터로 신선한 반죽을 만드는데, 버터는 최대한 윤나게 하고 아주 잘게 부숴. 그런 다음 풍미를 내지. 스와예 조리장은 이탈리아 치즈를 즐겨 쓰고, 가끔 쌉쌀한 최고급 초콜릿을 넣어. 오븐에 넣으면 못 믿을 정도로 잔뜩 부풀어.그걸 베어 물면 혀에서 구름이 흘러가는 것 같지.

잭이 입술을 부딪쳐 쩝쩝 소리를 낸다. (-42-)

대령은 통풍 든 뻘건 손을 커피 주전자 위로 흔든다. 다른 손은 보이지 않는다. 보나마나 식탁 밑에서 바지를 더듬고 있겠지. 난 주전자 입을 컵 위에 올리고 따르려다가,슬그머니 다가드는 그의 통풍 든 손을 본다. 대령은 식탁 끄트머리에 위험하게 놓인 설탕 그릇 쪽으로 손을 움직인다. 그제야 그가 일부러 그릇을 거기 두었다는 생각이 스친다. 해티와 나는 항상 설탕 단지를 한가운데, 은제 양념통 옆에 두니까. 내가 설탕 그릇을 다시 식탁 중앙으로 민다. 그런 후 커피 주전자와 대려의 커피 잔과 받침을 옆 탁자로 옮겨서 - 거기는 아무런 방해도 없다.- 커피를 따른다. 한 방울도 흘리지 않은 깔끔한 커피 잔과 받침을 가져다가 대령은 분개한다. 성난 입가에 침방울이 맺힌다. (-137-)

사흘 연속으로 아르놋 씨와 식사한다. 여행담 틈틈히 들려주는 향신료 재배법과 조리법에 사로잡혀서 , 난 숙녀답지 못하게 맹렬하게 지식을 빨아들인다. 그는 벽돌 가루나 마호가니 톱밥 가루가 섞인 고춧가루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파트나 싸로 떡밥이 되지 않는 인도식 밥 짓기 요령도 설명한다. 영국 숙녀들이 기절할 만치 매운 요리들에 대해 말해준다. 나중에 난 부리나케 주방으로 가서 잊지 않도록 메모한다. (-219-)

"작은 선의의 거짓말은 언제나 하느님의 용서를 받는단다, 아가."

엄마가 말한다. 그녀의 미소가 매끔한 비단 주머니처럼 나를 휘감는다. 그녀가 덧붙인다.

"남들의 인생을 견디기 수월하게 해주는 거짓말은 선의의 거짓말 일 뿐 나쁘지 않아."

눈을 번쩍 뜬다. 해티가 목구멍 깊이 숨 쉬는 소리를 내면서 뒤척인다.밖에서 헛간 올빼미가 운다. (-293-)

바밍 히스까지 마차를 두 번 얻어 탄다. 두 번째 마차에서 무두장이가 내 온몸에 역한 숨을 내쉬고 파이프 연기를 내 귀에 뿜어댄다. 이렇게 1.5킬로미터 쯤 가다가 억센 손을 내 무릎에 얹고 친절에 어떻게 보답하겠냐고 묻는다. 나는 선량한 기독교도로서 불경스런 말을 더 듣기 싫다고 야멸차게 응수한다. 확고한 말투에 나 스스로 놀란다. 저절로 술술 말이 나온다. 마차에서 내린 후에야 내가 미스 이라이저처럼 말하는 걸 깨닫는다. 그녀의 확고한 힘, 단아한 예절, 전부 그녀에게 배웠다고 생각하자 푸근한 느낌이 차오른다. (-373-)

장롱 밑바닥에서 요리책을 꺼낸다. 미스터 휘트마시의 어머니 없는 딸들이 쓰는 여분의 담요를 거기 둔다. 『현대 요리 (Modern Cookery 』 붉은 포도주색 가죽으로 장정되어 얼마나 견고하고 근사한디, 책등에 글자가 양각으로 새겨지고 가장자리를 바느질되어 있다. 금색으로 박은 그녀의 이름이 반짝반짝 빛난다. (-423-)

애너벨 앱스의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의 시대적 배경은 빅토리아 시대이다. 1837년에서 1901년 사이에 빅토리아 여왕이 통치하였던 시기로서, 영국이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고 불리우던 시기다. 영국의 산업혁명이 시작된 때와 일치하고 있었으로 주인공 미스 일라이저는 실존인물이며, 요리에 관한 책을 쓴 바 있다.

소설 『미스 일라이저의 영국 주방』 은 요리에 관한 이야기다. TV 드라마로도 제작된다고 하였으며, 일라이저 액턴의 60년 삶을 하나하나 해체하는 재미가 있다. 19세기 영국 빅토리아 시대에는 마차와 수레가 도로 위를 다니며, 도로 위에는 말똥이 즐비하다.미스 일라이저는 요리는 깡통이었으며, 시인으로 다수의 시집을 쓴 바 있다. 지금은 도서관이나 유투브, 텔레비전에 흔하게 요리에 관한 방송과 소개,지식을 접할 수 있다. 하지만 빅토리아 시대엔 그렇지 못했다. 영국 요리가 맛없다고 하면 믿지 못하겠지만, 실제로 빅토리아 시대에 영국 요리는 맛이 없었다. 요리 레시피는 소수의 귀족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일라이저 액턴은 10년에 걸쳐 요리 레시피를 개발하게 된다. 요리에 대해서 전혀 모르는 시인이었고,기껏해야 가정 교사, 선생님이 되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잇었던 그 때였다.이 소설에서 일라이저와 일라이저 엄마의 가치관이 번번히 충돌하는 이유다.그러하였던 미스 일라이저는 아르놋 부인이 될 뻔 했다. 물론 일라이저 액턴의 엄마 또한 일라이저가 귀족에게 들어가서 편하게 사는 것을 원한다.

하지만 소설을 보면, 그 시대의 배경과 사회상, 영국 사람들의 인싱을 엿 볼 수 있었다. 지금이야 미스 일라이저의 선택이 현명하 선택으로 보여지지만, 그때 당시에는 멍청한 짓,어리석은 행동이었다. 안전한 길을 버리고, 나를 위해서 ,나만의 인생을 위해, 새로운 인생을 개척했기 때문이다. 시를 쓰는 시인에서,요리책을 쓰는 요리전문가가된 미스 일라이저는 현대에 들어와서, 요리책의 원조,요리전문가의 어머니로 불릴 수 있었다. 지금은 흔하디 흔한 후추 향신료가 빅토리아 시대에는 구하기 힘든 요리 재료이며, 식재료였기 때문이다.식재료를 마트에서 구한다는 것은 꿈도 꿀 수 없는 일이다. 깨끗하고,안전한 주방이 아닌, 매캐한 연기를 들이마시며, 요리를 하기 전 요리 재료를 구하는 것이 만만하지 않다. 작은 곰팡대 , 담배 연기와 섞여 있었던 부억을 상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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