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정순임 지음 / 파람북 / 202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하루 종일 할매 옆구리에 붙어 화투놀이에 도낏자루 썩는 줄을 몰랐다. 그러다 일곱 살이 되었을 때는 급기야 오빠들과 본격 대결을 하게 되었다. 우리 오빠랑 할매네 큰 손자 작은 손자인 두 오빠 그리고 나 이렇게 앉아 화투를 치면 할매가 옆에서 훈수를 두고는 했다. 1원짜리를 걸고 했던 그 화투에서 나는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 승부욕에 불타 날이면 날마다 실력을 갈고 닦았는데도 말이다. (-38-)

온통 자전거인 자전거 도시 상주에선 남학생들이 자전거를 타고 가면서 여학생들 가슴을 치고 도망가는 일이 많았다. 지금 같으면 내 딸아이가 그런 일을 당했다면 온 동네 CCTV를 다 뒤져서라도 한 놈 한 놈 찾아내 처벌을 해야 마땅한 일이지만, 그때는 어른이나 선생님한테 말을 해도 "머시마들은 본새 그래," "장난한 건데 뭘 그렇게 호들갑을 떠냐"는 대답이 돌아왔으니 우리끼리 모여 그 철딱서니 없는 싸가지들을 잘근잘근 씹는 것으로 화풀이를 대신하곤 했다. (-66-)

처음 맞은 이유가 집에서 브래지어를 안 하고 있었다는 거였다니,그 엄마는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끊임없이 자책하며 살았다고 했다. 세상에 맞을 짓이란 없다. 맞으면서까지 지켜야 할 가정도 없다.부모가 그러고 사는 사이 아이들은 고스란히 그 폭력을 배울 테니까 .자식 때문에 참고 산다는 그 엄마한테 말했다. 자식을 위해 헤어져야 한다고. 알고 있다고 했다. 그 엄마는 우리가 떠나올 때까진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108-)

사람들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오래된 한옥에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물론 건물에는 건물이 가진 가치가 있다. 그러나 오래된 집보다 훨씬 더 가치 가 있는 것은 그 속에 살았으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사소한 다툼조차 없엇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나는 우리집에서 어른들이 큰소리를 내는 일을 거의 본 적이 없다, 그분들은 직설적으로 말하기보다는 은유법을 사용했고. 시간을 두고 기다렸다가 생각을 전달했다. (-161-)

내가 우리 엄마를 대단하고 멎지다고 생가하는 건,그분이 자식을 위해 헌신하고,종가를 지키며 죽도록 참고 산 지점이 아니다. 당신이 겪어 내신 부당한 일들을 우리에게 걸 하려고 애쓰신 부분이다. 시어머니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은 며느리가 악독한 시어머니가 되고, 폭력 속에 자란 아이들이 폭력적인 어른이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그럼에도 그것을 극복하고 고리를 끊어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엄마는 그런 의미에서 좋은 사람이고, 멋진 사람이다. (-201-)

유복 정경세 (1563~1633)종가 산수헌 (山水軒) 종갓집 딸 정순임씨의 에세이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 이다. 종갓집 산수헌 (山水軒) 은 상주 외서면 우산리에 있으며, 그곳에서 종가를 지키면서, 우리의 전통 음식을 하고, 그 음식으로 전국에 알려지게 된다.

이 에세이집을 보면, 저자의 남다른 이력이 소개되고 있다.대학 시절 수배령이 떨어지고, 도망 다녀야 했다. 여자로서, 불합리한 세상에 맞서야 했고, 엄격한사회의 룰에 괜찮지 않다고 말해야 했다. 딸로서 여자로서, 아내로서, 며느리로서, 처신을 똑바로 하지 못하면, 사회적 불이익을 고스란히 감내해야 했다. 하지마 사회는 남서에게 너무나 관대했다. 시끄럽게 만드는 것을 용납하비 않았다. 자전거의 고장 경상북도 상주시에서, 짓꿋은 행동을 반복했던 남학생들, 그 시대적 슬프도 아픈 경험이 저자의 에세이에 그대로 녹여 내리고 있었다.

우리는 이 책에서 , 저자의 남다른 인생을 얻을 수 있으며, 여러가지 교훈을 얻는다. 순종하고 말을 잘듣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괜찮지 않다고 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며, 모난 돌이 될 가능성을 스스로 만들게 된다. 특히 여성에게 낙인이 찍히고, 남녀간에 어떤 일이 발생하면, 그 문제의 원인이나 이유를 알아보기도 전에,꽃뱀이라는 주홍글씨를 씌우기 십상이다. 설리가 스스로 자신의 삶을 버린 이유도 마찬가지다. 이 책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여성 스스로 행동과 실천으로 세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괜찮지 않은 것을 괜찮다고 말해야 하는 현실은 세상을 혁신하지 못하고,변화를 주도할 수 없다. 상황에 따라 앞장서서 나를 돋보이게 하는 것보다는 ,내 주변 변두리부터 서서히 바꿔 나가야 할 때이다.운동권 세대가 보여준 위선과 모순이 저자의 에세이집에 고스란히 나타나고 있으며,사회적 변혁을 꿈꾸었던 그들의 도덕적 타락을 그대로 답습하고 잇었다는 사실에 회의감마저 들었다. 자신의 삶 속에서 악습을 근절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하지만 그것을 근절할 수 있는느 사람은 멋있는 사람, 의미있는 롤모델이 될 수 있다. 세상을 바꾸는 힘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 정순임 에세이 『괜찮지 않다고 외치고 나서야 괜찮아지기 시작했다』에서 배울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