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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학교 2
김이은 지음 / 오르트북스 / 2023년 4월
평점 :
교장 정이화가 전교생이 모인 자리에서 시험의 시작을 선언했다.
"학교는 뭘 배우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있는 곳이 아니다.바깥세상에서는 학교가 무슨 성인군자를 길러내는 곳이라고 포장하고 선전하지만 실상은 너희들도 잘 알것이다. 학교는 ,우열을 가려내기 위한 곳이다. 학교를 거치면 알게 된다. 누가 우성이고 열성인지. 누가 잘났고 못났는지.너희의 가격을 매기는 곳이 바로 학교다. (-16-)
마종식은 김희연을 만났다. 김희연은 대화 내내 집중하지 못했다. 가끔씩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 시선이 불안하게 움직였다. 온전히 현재에 있지 못하는 느낌이랄까.김희연은 물을 마시다 말고 갑자기 벌떡 일어나 불안한 듯 주위를 둘러보거나 얘기를 하다 말고 말문이 막힌 듯 인상을 찡그리며 입술을 깨물고 손톱을 뜯었다. 그리고 농장에서 함께 일했다던 동료들 이야기를 했다. (-135-)
사감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리고 모든 서류의 이름을 '정미호'에서 '한서정'으로 바꾸었다. 이렇게나마 이제 한서정은 다시 한서정이 되었다. 그러나 달랐다. 한서정이 아닌 한서정이 되었으니까. 그래도 한서정은 만족했다. 더 이상 예전의 한서정, 촌구석 양계장에서 하루하루를 연명했던 아빠 한동식의 딸 한서정.거제 앞바다에서 김현수를 죽이고 수백억의 회삿돈을 횡령한혐의를 뒤짚어쓴 그 한서정이 아니었다. 나의 과거는 이제 영영 부스러졌다. (-146-)
모든 기억을 지우고 소멸 또한 섭리가 되는 물은, 언제나 흐르고 흘러 마침내 아득하게 멀어졌다. 그렇게 흘러 물이 어디에 닿는지 알 수 없었다. 이진욱은 다만 물처럼, 나아가고 싶었다. 흘러도 부서져도 굽이쳐도 출렁거려도 여울져도 물은, 멈춤이 없었다. (-220-)
하인학교가 꾸민 짓이다.
이전 하인하교가 졸업생을 제거하는 방식이었다.하인학교의 졸업생들은 모두 자신의 근원과 뿌리를 감춘 채 가짜 신분으로 그 자리까지 올라갔다. 하인학교의 힘으로 불행한 과거는 지우고 사람들의 연민과 사랑을 끌어올릴 수 있는 새 프로필을 받아 인간 승리의 드라마를 완성해 낸 입지적인 인물이 된 것이다.그러므로 하인하교는 졸업생을 제거할 때, 그것을 이용한다. (-261-)
바깥세상에 나가도 갈 데가 없던 손보미였다. 탈출했다가 들켜 아기 아빠가 끌려간 뒤,혼자 바깥 세상을 헤맸었다. 더 이상 세상에 뼈저리게 깨닥고 결심했다. 바깥에서 상처받고 하인하교에 들어와 작은 희망을 품고 연애를 했지만, 그 또한 이런 결과를 낳고 말았다. 다시 나가본 바깥 세상에 내 자리는 어디에도 없었다.
희망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
희망은 세상에서 가장 잔인하다. 희망은 심장을 뛰게 만들었다가 여지없이 부스러트린다. 마치 절벽을 오르다 정상에 이르지 못하고 떨어지는 듯한 상황만 끝없이 반복될 뿐이었다. 쉼없는 나락으로의 반복되는 추락,희망이란 그런 것이다. (-286-)
울먹이며 말하는 이진욱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다. 포기하고 싶은 새을 지탱하게 해준 실마리가 바로 한서정이었다는 말.한서정의 밝은 미소가 위로였다는 고백.... (-301-)
소설 『하인학교 2』에서 교장 정이화는 이 학교에 애정을 가지고 있다. 실패에서 성공으로,실수에서, 성취를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 교육의 목적에 대해 ,너무나 잘 알고 있었고, 그것이 소설 곳곳에 반영되고 있다. 이 곳에 들어온 학생들은 뱌랑끝에 서 있는 이들이었다.어디에도 갈 곳없고, 사회에서는 자신의 범죄로 인해 교도소 밖에 갈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죗값을 치뤄야 하는 이들의 마지막 탈출구가 『하인학교』엿다. 단 이곳의 탈출구는 10명 중 한 명에게 특권이 주어지고, 재벌에게 결혼할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 흙수저에서, 금수저가 되고, 과거의 나가 사라진 채,새로운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
소설에서, 정의화라는 존재에 대해 주목할 수 있다.소위 독재자이다.자신이 만든 시스템에 따라서,학생들은 움직이고, 순종하고,충성한다.을의 입장이지만, 갑에게 항거할 수 없다. 스스로 선택한 우일한 빛이 하인학교에서,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독일 나치의 잔인한 모습의 입지적인 인물 히틀러에 해당되고 있는 이가 교장 정의화였다.
이곳에 한서정이 입학했다. 한서정은 순혈주의였다. 동성애도 없었고, 몸에 상처도 없었다. 천국 같았던 하인학교가 서서히 지옥이었다는 걸 깨닫게 된 것은 순간이다.편법과 불법이 난무하고, 그 누구도 그것에 대해 따지지 못한다. 밥이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하였던가, 그들은 수업 중에 죽는 순간에 놓여진다 하더라도,그것이 왜 문제인지 말할 수 없었다. 죽음이 쓱싹 깔끔하게 정리되고,아무렇지 않은 상태에 놓여지게 된다. 함께 했던 10명 중 한명씩 사라지고, 서로 의지했던 친구같던 이들이 적이 되고 만다. 한서정에게 지옥이란, 오로지 혼자일 때다. 한명씩 제거되고, 이기고 있었지만,. 생존을 위해 선택한 것들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나 매한가지였다. 한서정이라는 자아를 , 오로지 혼자가 되었다.그리고 자신의 이름을 바꾸었고,'정미호'가 되었다. 그리고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기로 하였다. 이 소설에서, 놓칠 수 없는 것,언제든지 우리 앞에 일어날 수 있고, 인간의 욕망이 인간의 본성과 커넥트 되면, 그로 인해 새로운 선택지가 놓여지고, 천국으로 갈 것인가,지옥으로 갈것인가 선택에 놓여질 수 있다느 것이다. 소설이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잔인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