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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슬픔의 거울 ㅣ 오르부아르 3부작 3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23년 4월
평점 :


그는 그저 그녀를 쳐다보기만 하면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그녀가 속옷만 걸친 차림이 되자, 그느 오히려 자신이 추운 것처럼 두 손을 외투 호주머니에 집어넣었다.
그녀는 마음을 가라앉히고자 그에게서 자신이 아는 레스토랑 고객의 낯익은 모습을 찾으려 해보았지만 허사였다.
이렇게 어색하고도 너무나 길게 느껴지는 1~2분이 흐른 후, 그녀는 뭐라도 해야 했기에 두 손을 등 뒤로 하여 브래지어를 풀었다. (-33-)
파리 14구 한 호텔에서의 비극적인 자살
부업으로 매춘을 한 여자 초등 교사
사건현장에서 나체로 발견.
아마도 사건 당일 저녁에 쓰인 듯한 기사는 불명확한 점을 많이 포함하고 있었다. (-116-)
루이즈는 자신의 어머니가 결혼하기 전에 아이를 가졌다는 생각에 놀라울 정도로 빨리 적응했다. 임신한 처녀와 비밀 중절에 대한 이야기는 어디에나 돌아다녔다. 누군가가 사망했거나 상속 문제가 생겼을 때에야 이런 사실들이 비로소 밝혀지는 집들이 부지기수인 세상인데, 꼭 벨몽 집안만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아니, 그녀가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은 아기를 버렸다는 사실이었다. (-263-)
푸조 승용차는 문짝이 두 개 달린 1929년 모델로, 지금껏 그는 네 번 밖에 사용하지 않았다. 처음 사용한 것은 차고에서 가져올 때였는데, 첫 번째 사거리에서 우유 트럭을 받고 정비소에서 다시 찾아왔던 두 번째라고 할 수 있었다. 다음 해에 죈빌리에에서 열린 한 팔촌의 결혼식 때 차를 다시 꺼냈다. 따라서 이번이 네 번째로 끌고 나온 거였다. (-358-)
친애하는 라울 씨.
당신은 저를 모르시겠지만, 저는 루이스 벨몽이라고 해요. 혹시 당신이 이 편지를 쓰레기통에 던져 버릴까 염려가 되어, 전 제가 미친 사람이 아니라는 걸 증명할 수 있는 정보들을 밝히겠어요.
당신은 1907년 7월 8일에 유기되었고, 같은 해 11월 17일에 한 위탁 가정에 맡겨졌어요. 호적계 직워은 당신에게 11월 7일과 8일의 성인 이름을 따서 라울 랑드라드라는 이름을 주었죠. 당신은 뇌이쉬르센, 오베르종 대로 67번지의 티라옹 의사의 가정에서 성장했어요. (-421-)
이를 통해 파리에 관련된 정전 협정은 도시를 파괴하겠다는 독일군의 위협하에 체결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어떤 이는 모든 관공서의 프랑스 국기가 하겐크로이츠가 그려진 나치 기로 대체되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했다. 저녁에 그들은, 이제 신문이 없기 때문에 차들이 거리마다 돌아다니며, 독일군이 수도를 점령했다는 메시지를 스피커로 주민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563-)
루이즈는 , 짐작하시겠지만 당레몽가의 초등하교로 돌아가지 않고 대부분의 시간을 어린 마들렌을 돌보며 보냈다. 아이의 생일 파티를 라 프티트 보엠에서 하는 것은, 그 집의 전통이었다. 쥘 씨는 특별 요리와 케이크를 대접하면서, 이 케이크의 레시피는 자기가 죽기 전날에 알려주겠다고 아이에게 말했다. 마들렌의 여덟 번째 생일날, 쥘 씨는 심장 마비로 쓰러졌다. (-608-)
피에르 르메트르의 『우리 슬픔의 거울』는 그가 쓴 「오르부아르」, 「화재의 색」 이은 삼부작이며, 주인공 루이즈 벨몽의 인생, 주변 인물들의 다양한 일상들이 잘 묘사되고 있었으며, 그 시대의 전쟁양상은 독일군과 프랑스군의 전면전이 시작되고 있다.
나치에 의해 유럽 전역이 통제된 독일군, 그로 인해 , 제2차 세게대전이 일어났으며, 프랑스 땅 위에 공습이 반복된다. 집에 거주하고,은신하면서 밤낮 없이 날아다니는 전투기의 굉음소리와 시신들이 즐비하였으며,고함소리가 존재하는 무질서한 프랑스 사회를 잘 묘사하고 있다. 1940년 당시 전쟁의 중심에서, 인간의 모순과 위선,추악함을 잘 묘사하고 있다.
프랑스 파리에서 교사로 일하고 있었던 루이즈 벨몽은 교사 로 일하면서, 카페에서 부업을 병행하였다. 그 과정에서, 자신의 몸을 보여달라는 의사의 말에 따라서,몸을 보여주었고, 이상한 일이 계속 이어지고 있었으며. 루이즈 벨몽과 결혼하게 되는 가브리엘, 그리고 1907년 유기되었던 라울 랑드라드 에 대해서, 라울 랑드라드와 루이즈 벨몽의 인간관계를 엿볼 수 있으며, 전쟁 속에서 사랑과 전쟁, 그리고 희망, 전쟁을 바라보는 고토 속에 무질서한 공포까지 느낄 수 있다.
소설 『우리 슬픔의 거울』에서 루이즈 벨몽의 삶 뿐만 아니라, 라울 랑드라드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서, 선택에 대해서, 인간의 추악함이 전쟁 앞에서 무기력해지는지 느낄 수 있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이 망각된 상태에서, 도덕성 상실의 끝, 전쟁이 시작되고, 죽음 앞에서는 그 어떤 것도 삶의 의미와 가치도 무용지물이 되고 있었다. 전쟁 앞에서 인간의 가치관의 소멸과 삶에 대해 우선순위로 놓았던 가치들이 하나 둘 깨어지고 만다. 독일군의 공습에 대해, 프랑스 인들이 어떤 시선으로 , 1940년을 살아왔는지, 작가는 사실과 허구를 섞어가면서, 사람답게 살아간다는 것이 서서히 사라지는 전쟁 종말의 슬픔을 이야기하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