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이라는 그리운 말 -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
미진 지음 / 책과이음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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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가 들어오던 날, 동네 전체가 들썩거렸다. 이게 무슨 일이냐며 놀랍고 기가 찬다는 반응이었다. 트럭이 배수지 입구에서 멈췄고 영창 대리점 직원과 동네 아저씨들 몇 명이 피아노를 들어 올렸다. 박자에 맞춰 백개는 족히 될 계단을 올라갔다. (-58-)

골복길 모퉁이에 돗자리를 깔고 하는 종이인형 놀이와 뱀 사다리 주사위 게임,실뜨기, 마당에서 하는 딱지치기와 구슬치기, 다방구, 땅따먹기, 고무줄놀이, 오징어게임, 숨바꼭질, 발야구 등 수많은 대안 중 최선의 선택을 했다.

놀이를 이끄는 대장은 아이들이 지루해하거나 집중력을 잃기 전 자연스럽게 다음 놀리로 유도해 흥미를 지속시켜야 했다. (-99-)

프랑스 푸르셀의 <Adieu ,Jolie Candy> 가 시그널 뮤직으로 흐르는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와 별밤지기 이문세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를 들으며 하루를 마무리했고,. 거침없이 팝송 제목을 알려주는 김기덕의 <두시의 데이트>를 들으며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140-)

"네 나이면 , 너처럼 건강하면, 너만큼 배웠으면 세상 부러울 것 없겠다. 그게 그렇게 어렵니. 이 악물고 해봐. 세상에 마음먹으면 못할 일이 뭐가 있겠니. 도전해 봐. 안 되면 다시 하면 되지. 될 때가지 하면 되지. 해봐. 엄마가 밤낮으로 숨 쉴 때마다 기도할께."

초등학교도 제대로 나오지 못한 엄마는 손에서 성경책을 놓는 법이 없었고 아침이면 일간신문을 읽었다. (-193-)

따스한 집, 포근한 정을 느끼게 되는 이웃이 그리워졌다. 좁은 골목길에서, 서로 골목대장을 정해 다방구, 딱지치기,실뜨기, 오징어 게임과 같은 단순한 놀이로 하루밤을 지새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 때로 돌아가면, 가진 것이 없어서, 더 애틋하였고, 서로에 대한 관계의 소중함을 더 느꼈던 시기였다. 서로 삶이 연결되어 있었고, 이웃간에 너그러움과 나눔과 베풂이 당연하게 생각했다.

책을 읽으면서, 놓칠 수 있었던 7080 의 정서다. 사라진 시절과 공간에 관한 작은 기록이라고 말하고 있으며, 집만두, 찐고구마에 대한 향긋한 진동이 느껴졌다. 이종환의 <밤의 디스크쇼>, 별밤지기 이문세가 진행하는 <별이 빛나는 밤에> 에서 나타났듯, 감미로운 목소리로 ,여심을 흔드는 라디어 DJ가 있으며, 그들의 목소리로 하루의 고단함을 여유로운 일상으로 바뀌었다. 집에서 학교로 가는 길, 대중 고통편이 잘 갖춰지지 찮아서, 학교 등굣길이 지옥처럼 느껴진다. 컴퓨터가 없었고, 학력고사를 치던 떄, 그 시절을 함께 했던 서울역앞 목욕탕 집 딸 친구 인혜에 대한 특별한 추억을 읽을 수 있다.대입 시험 실패로 인해 좌절하였지만, 당당한 멈마 모습에 위로를 얻는다.

삶에서, 우리 앞에 중요한 것은 사람과의 인간관계에 있다.변변하게 영어를 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지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aAFKN을 들으며, 팝송을 외우면서, 영어를 더 잘하려고 한다. 라디오 『별이 빛나는 밤』 을 들으면서 집에 피아노 들어오던 그 날, 두꺼운 세광 동요집에 대한 특별한 기억은 , 풍요로운 삶을 살아오지 않았지만, 따스하고, 행복했던 그 시절에 대한 그리움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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