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
윤동주 지음 / 북카라반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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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시 序詩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8-)

잃어버렸습니다.

무얼 어디다 잃었는지 몰라

두 손이 주머니를 더듬어

길에 나아갑니다.

돌과 돌과 돌이 끝없이 연달아

길은 돌담을 끼고 갑니다.

담은 쇠문을 굳게 닫아

길 위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길은 아침에서 저녁으로

저녁에서 아침으로 통했습니다.

돌담을 더듬어 눈물짓다

쳐다보면 하늘은 부끄럽게 푸릅니다.

풀 한 포기 없는 이 길을 걷는 것은

담 저쪽에 내가 남아 있는 까닭이고

내가 사는 것은, 다만,

잃은 것을 찾는 까닭입니다. (-39-)

참회록 懺悔錄

파란 녹이 낀 구리거울 속에

내 얼굴이 남아 있는 것은

어느 왕조의 유물이기에

이다지도 욕될가

나는 나의 참회의 글을 한 줄에 줄이자

만 24년 1개월을

무슨 기쁨을 바라 살아 왔던가.

내일이나 모레나 그 어느 즐거운 날에

나는 또 한 줄의 참회록을 써야 한다.

그때 그 젊은 나이에

왜 그런 부끄런 고백을 했던가.

밤이면 밤마다 나의 거울을

손바닥으로 발바닥으로 닦아 보자.

그러면 어느 운석 밑으로 홀로 걸어가는

슬픈 사람의 뒷모양이

거울 속에 나타나온다. (-61-)

시인 윤동주는 1917년 만주 북간도에서 태어나 1945년 2월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서른의 삶도 채우지 못한 채, 일본에서 사망했다. 일제강점기 해방 직전 저항시인 윤동주는 일본인에 의해 타살당했다는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고 있으며,해방 이후,그의 묘소찾기와 유해를 송황하려는 의지가 여전하다.

일러스트와 시집으로 채워지고 있는 윤동주의 『윤동주 시집 컬러 일러스트』에는 105편의 시가 수록되고 있었으며, 서정적인 메시지와 한국인이라면 울컥하게 되는 민족적인 시다. 한국인이라면, 마음속 울분이 느끼지는 한국인의 정체성에 일치하고 있는 서정시로 채워지고 있으며, 윤동주의 시는 읽고, 쓰고, 들어서, 나의 마음 정체성과 일치시킬 수 있다.그중 「서시 序詩」, 「참회록 懺悔錄」,「길」 을 좋아한다.

인생을 살아가다 보면, 부끄러움, 수치심이 물밀듯 들어올 때가 있다. 나의 실수에 의해서, 하면 안 되능 것을 해서, 최악의 순간을 맞이할 때,피할 수 있는 것을 피하지 않아서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은 주어진 인생에 영향을 줄 때가 있다. 막막하고, 스스로 길을 잃어버린 것 같은 깁준이 들 때도 있다. 나의 가장 가까운 가족의 사망은 나의 인생에 불행으로 이어지고, 주어진 길을 잃어버린 채 정체되고 말았다. 나에게 주어진 하루 하루 부끄러움을 느끼며 살아가면서, 무분별하게 살생하지 않으며 살아간다면, 주어진 삶에 있어서, 아픔과 후회를 덜어낼 수 있다.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것은 타인의 아픔과 고통에 공감한다는 것이며, 사랑을 느낀다는 것이다. 사랑을 하기에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다. 사람에 대한 부끄러움, 나에 대한 부끄러움, 동식물을 바라보면서, 생며에 대해 느끼는 부끄러움은 우리가 주어진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되돌아 보게 했다. 한숨 짓는 일이 생기고, 막막하고, 암담할 때도 삶을 견질 수 있는 것은 결국 시인 윤동주가 암울한 일제강점기 시대를 견디면서, 시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다. 삶을 포기하고 싶어도, 포기하지 않는 것, 나에게 주어진 모든 것에 대해 소중하게 여긴다면, 이 세상 모든 만물에 대해 , 너그러워지며, 미워하지 않으며, 주어진 모든 것을 사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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