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퍼스 러브 스토리
김성은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첫사랑

그리워서

거리를 둔다

거리를 두면

오염되지 않고 바라볼 수

있기에

앞으로 살아갈 날들

그녀가 자주 눈에 밟히더라도

내 안에서만 방황하기를

부디

내 안에서만 내가

방황하기를

이미 알고 있다.

아주 쉽게 부서질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책임감이 필요하다.

거리를 두면서

나를 믿지 않는

책임감 (-19-)

어린 시절의 가게가 그립다. 더럽기도 하고, 불편하고,경박스러운 가게 주인의 안부가 불편했던 가게들, 뒤죽박죽 아무 때나 정리된 물건들....그러나 그런 불편했던 가게들, 뒤죽박죽 아무 때나 정리된 물건들....그러나 그런 불편한 안부가, 아무 때나 정리된 물건들의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여유가 동네에 함께 살고 있다는, 보호받는 느낌을 주었다.

요즘 어딜 가나 모든 것이 까끔하게 정리되어 있고 화려하다. 그래서 어딜 들어가도 옷매무새를 만지며 긴장하게 된다. 대형 센터가 많이 생기는 요즘에도 헌책방이 사라지지 않는 이유는 정리됮비 않는 물건들, 뒤죽박죽 놓인 그런 자유로움,골목길 같은 좁은 통로, 그곳에서만 경험하는 그런 답답함을 원하는 사람이 여전히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동네 문방구에서 주인아저씨가 골라주는 물건을 사고, 가격표 없는 물건을 들거,"아줌마 그런데 이거 얼마예요?"물어보던 곳. 카드가 아닌 지폐와 동전을 꺼내어 적당히 가격을 흥정하는 그런 경험을 일부러 찾기도 한다. 10년, 20년 뒤에도 이런 가게가 사라지지 않고 있었으며....나의 아이가 가게 주인아저씨와 이런 류의 관계를 맺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가끔은 때를 쓰면서 엄청 싸게 물건을 구매할 수도 있겠지만, 그 주인아저씨와 내일도 봐야 되고, 모레도 봐야 되는 곳, 누구도 크게 손해 보지도 않고, 이득을 보지도 ㄹ않는 관계, 조금은 풀어진 편이 행복한 관계, 하지만 서로에게 신의를 가지고 있는, 그런 사람들이 일하는 가게들.

우리는 어떤 경우에서라도 사람을 상대로 일을 하고, 수량화 할 수 없는 사람의 친절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키오스크는 한계가 분명 있잖아요. (-40-)

버스에서

내 어깨에 잠든 너에게

몇 번을 망설이다가

이제 내려야 되는데

조금 더 재울까

깨우려 손을 들었다가 놓았다가

꼭 장학금을 타야 된다며

시험이 하루에 몇 개나 겹쳤다고

안쓰러워 대신 쳐줄수도 없고

업고 내릴까 고민도 하고

몇 정거장 더 가서 내려야지

며칠 못 봤는데

이참에 좀 더 같이 있고 싶은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쌔근쌔근 잠든 너를 보며

이런 내 마음

너는 아는지(-156-)

그녀와 싸우고 집으로 돌아왔다. 침대에 걸터앉아 혹시 그녀에게서 온 메시지가 없는지 핸드폰을 만지작거린다. 몸을 움직일수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다가, 가만히 있는 시간이 괴로워서 부엌 청솔르 하고,옷을 정리하면서 시간를 보냈다.너무도 조용하다. 침묵은 어깨를 누르고, 자취방 밖 거리에서는 행인들의 소리가 부자연스럽게 들린다. 그들이 떠드는 소리가 한국어가 아닌 것 같다. (-218-)

사라지는 것에 대한 아쉬움,섭섬함이 드는 걸 보니 나이가 들어가고 있음을 느낀다.사라지면, 다시 가질 수 없어서, 섭삽하고, 후회로 남을 것 같아서, 두번 섭섭하다. 쫍은 기억력 때문에,기억되지 않아서 섭섭할 대가 있다. 사랑이 사라지고,주어진 시간이 사라지고, 사람과의 관계도 사라지는 것 같다. 사라지는 것을 우리는 그리움이라 부른다.

책 『캠퍼스 러브 스토리』에는 시와 산문으로 채워져 있다. 사랑과 시간의 틈바구니에는 흔적이 기록되어 있었다. 그리운 아날로그적 감성이 묻어나 있었다. 어릴 적 학교 앞 조그마한 문방구, 학교 매점에 있는 과자들이 자꾸 생각난다. 정리되지 않은 물건들 사이에서, 이쁘고,아기자기한 것을 고르는 재미가 사라진다. 학교 앞 문방구 뿐만 아니라, 헌책 서점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었다. 문방구 아저씨 아줌마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사라진다.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는 것이 편리미엄과 자본주의였다. 그리움은 결코, 자본으로도, 편리함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이십대, 사랑이 있고, 연얘가 있고,사랑이 있다. 서로 뜨거운 열정이 있기에 ,섭섭함이 남아 있어서, 싸움도 있고, 후회도 있다. 그리움이 상처는, 스무살 풋풋한 사랑 속에 기록된다. 책 『캠퍼스 러브 스토리』에는 첫사랑이 있었고, 풋사랑이 있었으며, 느리고 느린 비둘기호에 탄 것 같은 아날로그적인 축축한 사랑도 있었다. 정리된 공간보다, 정리되지 않는 공간이 기억에 남듯, 정리된 사랑보다 정리되지 않는 사랑에 미련이 남는다. 그래서인지 『캠퍼스 러브 스토리』를 덮으면석 , 작가의 사랑에 대한 스토리에 대해 미련이 남아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