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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량, 어디에도 없는 - 바람처럼 떠나고 싶은 남도여행
양승언 지음 / 글을낳는집 / 2023년 3월
평점 :
득량만은 고흥, 보성, 장흥 일대의 바다 주변을 폭넓게 가리키는 말이기도 하다. 필리핀 보라카이 탐비사안 마을에서 한국으로 돌아왔을 때, 다시 자동차 트렁크에 텐트 등 캠핑 장비를 싣고 길을 나섰을 때 나는 내가 어디로 가야 좋을지 몰랐다. 내 감각의 더듬이를 활용하여 남도를 동경했을 뿐이었다. (-32-)
먼곳을 바라보지 마라
높은 곳을 쳐다보지 마라.
보이지 않는 허공 속에
모든 세계가 있다.
아주 크고 높은 것들이란
아주 작은 먼지들의 결정
멀리 가고 싶은가
높이 오르고 싶은가
그대가 서 있는 발밑을 보라.
여보게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
내 말을 그에게 전달하고 싶거든
더 낮은 소리로 조용히 소곤대라
아니 할 수만 있다면 입을 다물라
목청을 높이며 우격다짐을 할수록
말은 들리지 않고 당신은 사라진다.
보이지 않으면 크기를 짐작할 수 없고
볼 수 없는 사람 그리운 법
여보게 차나 한잔 드시고 가게.(-62-)
나의 길은 바람길이었다. 바람길의 시작이 있겠는가.바람이 애초 어디서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것처럼 나는 항상 흔들리며 떠내려갈 뿐이었다. 어디까지 온 것인가? 또 어디로 바람은 나를 데려갈 것인가? 충분히 바람을 쉴 때가 되지 않았는가? 더 이상 바람의 등쌀에 떠밀려 다니지 않고 조업을 마치고 포구에 정박한 배처럼 이제는 좀 쉴 때도 되지 않았는가? (-157-)
"득량만은 구족의 땅입니다. 다 갖춰진 곳입니다. 비옥하며 넓은 들판이 있습니다. 갯벌이 살아있는 바다가 띠를 두르고 있지요. 동으로는 존재부용이요. 서로는 일림제암, 북쪽은 비봉천봉 남쪽은 봉화오봉의 산세도 수려합니다. 하늘은 또 얼마나 맑고 공기는 깨끗합니까? 세계를 통틀어 봐도 이렇게 사람 살기 좋은 구족한 땅이 드물어요. 어떤 방식이라고 할 수 없지만 마음껏 노래해 주세요. 여수 밤바다 노래 한 구절 듣고 사람들이 여수로 여행을 떠납니다. 누가 뭐래도 남도여행 1번지는 득량이지요. 이제 사람들은 득량, 보성을 주목할 겁니다." (-206-)
그들은 꿈을 이루지 못한 것이며 삶의 정상과는 아주 거리가 먼 사람들인가? 화려한 도시를 그리며 춥고도 험한 골목에서 호로 뜨거운 눈물을 삼키며 여전히 모진 도시의 파수꾼으로 남아 분투하느 사람들에게만 꿈은 유효한 것인가? 사람들은 무엇으로 고독한 삶을 견디는가? 꿈이라는 혹은 성공이나 정상이란 그럴듯한 포장지 속에 가려진 삶의 진짜배기들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은가? (-276-)
보성군과 고흥군 사이에 낀 바다,그 장소를 득량만이라 부른다. 보성하면, 벌교, 고흥하면 우주기지 센터를 떠올리지만, 남도 여행을 하고자 한다면,남도여행 1번지 득량의 매력에 대해 빠져 들어가볼 수 있다. 득랴은 구족의 땅이라 부른다. 9대에 걸쳐서 복을 누리는 땅으로서, 물이 좋고, 산세가 우거지며, 사람들의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다. 갯벌을 끼고 있는 바다 득량만이 가지고 있는 매력을 책에서 얻는다. 남도는 예로부터 풍요로운 곳이다. 득량의 소리를 직접 목도할수 있으며, 강진, 장흥, 보성,고흥, 완도를 남도에 포함시키고 있었다.
충남 공주에서 태어나서, 정처없이 살아왔고, 걸망하나 등에지고, 산과 들, 저잣거리를 따돌아 다닌 소설가 양승언은 고독한 삶을 견디고, 홀로서는 법을 얻게 된다. 삶에서 우리가 누리지 못하는 너그러운 시선과 바다 고유의 청각과 바람소리를 바닷 소리에 녹여내고 있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온 이들은 삶의 풍요와 여유로움을 느낀다. 득량을 풍요와 여유,인간성 상실과 결부짓는 이유다. 내가 풍요로워질수록, 타인에게 풍요로움을 선물해 주고 있었다. 떠돌이 삶에서, 정착하는 삶으로 바뀔 수 있었던 이유다. 봉화에서, 소를 이용하여, 밭을 일구고, 농사르 짓고, 소위에 올라타면서 , 가족으로 살아온 할아버지의 일평생의 삶을 그린 『워낭소리 』 가 제10 회 농민신문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자신의 정체성과 자아를 찾기 위해서, 전라남도 보성 득량의 매력을 느끼면서, 남도기행을 떠나면서, 외지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가는, 도연명의 귀거래사歸去來辭의 삶을 추구하려는 ,나는 누구이며,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해, 인간성 상실에 대한 대안을 얻고자 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우리 삶의 불안과 걱정을 덜어내, 삶의 가치와 의미를 반영하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