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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쩐 : 하 - 김원석 극본
김원석 지음 / 너와숲 / 2023년 3월
평점 :
아홉살 은용이 무전취식으로 잡혀간 유치장은 춥고 무서웠다. 소식을 들은 누나는 교복을 입은 채로 바로 달려왔지만, 아직 미성년이라는 이유로 면회할 수 없었다. 어른 모시고 오라는 경찰의 말에 누나는 그 자리에서 경찰서 유리창 하나를 박살내고 두 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수갑을 차고 유치장에 들어온 누나가 말했다.
"걱정 마, 누나 왔어." (-8-)
"어려서부터 돈 쉽게 벌려고 공갈 사기 치는 너 같은 놈은 공권력 무서운 줄 알아야 돼."
법정의 판사도 은용의 이야기는 듣지 않았다. 컵라면이 익을 시간, 3분도 채 걸리지 않은 재판에서 은용은 소년원에서 2년을 지내야 하는 10호 처분을 받았다.
소년원에 들어가고 첫 석달 동안은 끝없이 싸워야 했다. 싸움은 선방, 한대도 맞지 않고 이기는 싸움은 없으며, 세 명 넘게 덤비면 피해야 한다.약육강식의 정글에서 살아남은 그는 마침내 서열이 정리됐을 때, 요장 (소년원 학생회장) 이 되었다. (-10-)
황기석 [남, 43세] _ 특수부 부장 검사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거짓말에 능하고 이익을 탐한다.
균형잡힌 세상을 만들기 위해선 유능한 엘리트의 법치(法治) 가 필요하다.
"혁명이 왜 실패하는지 알아? 우매한 민중은 반대할 줄만 알았지. 통치하고 운영하진 못해." (-23-)
명회장의 몰락을 위해 서로 손잡은 기석과 은용. 은용은 계획대로 명 회장 소유의 바우펀드의 소실을 무고한 서민들의 희생으로 채우겠단 명회장의 악의에 경악하는데.(-97-)
명회장 나랏밥은 그 마이 묵었으면 됐다. 씰데 없이 정치판 기웃거릴 생각하지 말고 내한테 돈 배워라.
기석 아버님 밑에서요? 저보고 이수동처럼 설거지꾼 변호사나 되란 말씀이십니까?
명회장 니는 아직도 권력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하나?대검 총장실가고,청와대 가믄. 거기에 권력이 있을 꺼 같나?
기석 그럼 아버님처럼 평생을 권력에 꼬리치는 개로 살면서 던져 주는 뼈다귀나 뜯어 먹고 살라고요?
명회장 일마야 내한테 그렇게 당하고 아직 모르겠나? 돈이 진짜 권력이다. 니 같이 잘 나가는 최고 실세 검사도 한 방에 날리 부는 내가 진짜 권력 아이가? (-234-)
바우펀드 주범이 이수동이 아닌 명인주 회장이라는 주장은 알겠는데, 황기석 검사가 커넥션이 없다는 진술은 납득하기 어렵네요. (-326-)
짝패(2006) 연출부, 태양의 후예(2016) 극본을 직접 써온 자자 김원석의 『법쩐(상)』 에 이어서, 『법쩐(하)』 를 읽었다. 이 드라마에서 주인공 은용이 존 장사꾼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는 어린 시절 무전취식 후 구치소에 보낸 시절이 있어서다. 법에 어긋난 행동을 하였고, 잘못을 시인하지 않았고, 반성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세상에 대한 원망을 토로하게 된다. 오로지 자신이 살 길은 쩐(돈)에 있다고 생각하였다. 로비스트 홍한나, 브루넷 대표 이사 윤대표가 있으며, 마담 은지희, 법무장교 박준경, 그리고 형사부 검사 장태춘이 있었으며, 명동사채시장 큰손 명회장, 그리고 명회장의 딸 명세희 그리고 명세희의 남편 특수부 부장검사 황기석이 있었다.명회장은 사모펀드 투자 이후, 주가조작, 분식회계, 펀드 유용과 같은 편법으로 돈을 벌어들이고 있다.사모펀드 운영으로 명회장은 막대한 돈을 벌었지만, 그로 인해 피해자가 생기고 말았다. 우리가 말하는 검언유착의 실질적인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황기석은 돈이 필요했고, 명회장은 돈을 지키는 개새끼가 필요했다. 명회장은 황기석보고, 돈을 배우라고 한다. 하지만 황기석은 구속된 이수동 변호사처럼 되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황기석이 출세를 위해서, 명세희와 결혼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하지만 ‘토사구팽(兎死狗烹)’ 이 있다."토끼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를 삶아 먹는다”라는 뜻이다. 명회장은 황기석이 목적에 따라 쓰여진 이후, 필요없어지면서, 황기석을 버리게 된다. 그건 황기석이 복수심에 불타게 되는 이유이며, 주변 인물들을 모아서, 복수를 시작하였다.그리고 세상은 황기석의 복수를 필요했다.우리 사회가 강조하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수사하겠다는 달콤한 말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 법보다 주먹이 앞서며, 주먹보다 돈이 앞선다는 것을 법쩐(상)(하)에서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