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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01 :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 ㅣ 잡지 1
수양 지음 / 렛츠북 / 2023년 3월
평점 :
강강수월래
냇물아 흘러 흘러 어디로 가니
나도 이 골목 저 골목, 작은길 큰길
즐거운 얼굴로 나가보고 싶지만
내방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구나.
한해의 놀이가 시작되었다.
사람들의 머리 위로 보름달이 떠오르고
우리의 마음에는 소망으로 가득 차
내 것이 되지 않으리라 해도
물 들어올 때 노저어보자 강강수월래
바둑이도 우렁이도 컹컹 짖고
등불을 든 행렬.
뒤를 따르는 구경꾼,
저마다 탈을 쓴 마당,
천년의 도깨비가 한판 승부에
눈을 부릅뜨다 빙글빙글 돌아간다.
뿌리고
정을 주고,
맺고,
기다린다면,
강강수월래
어느 산에 샘이 솟아 흐르는지
시간은 쉼이 없고
차례차례 바다로 물러 나간
까마득한 옛날에 이 강가를 찾아온 첫 사람도
물고기, 나무, 곤충, 새도
돌아와 강강수월래. (-21-)
타자기
탁, 탁탁 탁탁
주어지는 대로 순응하지 않고
운명을 거슬러보겠다는 가슴의 부르짖음이
글자로 날아가 배어들 때,
그것은 잉크가 아니라 피였다.
편집할 수 없었다.
자유였다. (-42-)
분열은 무엇일까?
나는 너보다 낫다.
선을 얼마나 넘어갔느냐를 따지지 않고 '나는 금을 밟았습니다.' 하고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나에게는 있을까. 정도야 다를 뿐 우리의 마음은 다르지 않습니다.
공감을 하지 못하면 내가 남들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모르게 됩니다. 사이코패스처럼 선천적으로 자신이 남에게 끼친 피해를 알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종교에 대한 믿음, 이념에 대한 신념, 옳을 의가 어질 인을 파극할 때 또한 그렇습니다.
적폐청산, 부동산, 수시정책 누가 만들었나?
현실에 대한 불만과 이상적인 개혁 사이에 생기는 시공간의 차이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유연해지는 사람들이 메워버리면 배제와 차별은 더 공고화됩니다.
반성과 자각은 지금 여기를 긍정하는 상태여야 한다는 법륜 스님의 법문을 새깁니다.
콤플렉스가 판타지를 만들고, 취하면 다음 날 후회로 돌아옵니다.
당시, 보도가 많이 되진 않았지만 김용균 씨 어머니인 김미숙 씨가 「중대재해법」 통과를 위해 단식을 했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로 아들이 목숨을 잃었고 책임지는 이가 없었지만, 다른 아이에게는 그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가 아무리 좋은 사람일지라도 자기 자식에겐 특권을 물려주려 한다는 점이 소수 엘리트의 한계일지 모릅니다.
정말로 시스템이 바뀌길 원한다면, 그 어머니의 마음이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습니다. 응원합니다. (-121-)
시와 수필로 채워진 『잡지 01 : 지금 이대로 좋습니다』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시각과 청각, 미각을 즐겁게 하고 있었다. 감성으로 채워진 시와 이성으로 채워진 수필은 아련하게 잊혀진 기억과 추억을 수환하고 잇었다. 시집 『상상수월래 』는 시가 가지고 있는 리듬에 따라서, 소설에서, 산문에서 느끼지 못하는 독특한 문학적 맛과 정서를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사진 없이 그림이 그려지는 강강수월래 장면 하나하나에 대해, 그림으로 그려졌다. 강강수월래는 사람도, 동물도 함께 즐길 수 있는 한국 고유의 전통 놀이였다.
두번째 『타자기』에서는 워드프로세서가 없었던 당시, 타자기의 특징을 이해할 수 있다. 수정과 삭제, 고쳐 쓰기가 가능한 워드프로세스와 달리 , 타자기는 투박하고, 보수적이면서, 고치는 것이 불가능하다. 고쳐 쓰려면 다시 써야 한다고 보면 된다. 그 때 당시 상고생에게, 주산,부기, 타자가 기본으로 장착되어야 했다. 은행업무, 경리 업무를 하자면 타자기 사용이 필수였으며, 잊혀진 추억과 그 때의 팍팍함을 느낄 수 있다.
세번째 수필 『분열은 무엇일까?』 는 우라 사회 곳곳에 만연되어 있는 분열과 반목을 적시하고 있다. 우리는 나는 옳다고 생각하는 정서가 강하게 남아있다. 그로 인해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물고 파고드는 참사를 빚고 만다. 사이코패스, 소시오패스를 멀리서 찾아가는 경향에서 벗어나, 공감하지 않는 우리 사회, 이해하려고 하지 않으려고 하는 우리의 내면 속 모순은 결코 분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나의 행동, 나의 공감과 이해가, 타인에게 어떤 영향력을 미치는지 알려고 노력할 때, 우리는 분열 사회에서,공감사회로 나아갈 수 있고,서로의 안전과 행복을 도모할 수 있다.이타적인 사람과 공동체에서 벗어나, 이기적인 사람과 공동체로 나아가는 우리의 삶의 근본은 분열사회에서, 홉복사회,치유사회로 나아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