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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
김미영 지음 / 프로방스 / 2023년 1월
평점 :
이렇듯 삶을 살아가다 보면 문득 , 그 어떠한 기억이 스쳐 지나갈 때가 있는데, 그 당시 엄마의 이부자리는 지금까지도 나에게 따뜻함을 전해주곤 한다.그래서일까? 그 편안함과 따뜻함에 대한 기억 때문인지 나의 아이들에게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하고 편안한 이부자리르 만들어 주고 싶다. 그리고 나 또한 아이들의 기억 속에 그런 따뜻한 엄마로 남고 싶다. (-5-)
이불의 가장 포인트라고 할 수 있는,비단으로 된 속 홑청에는 시비스러운 봉황새 두 마리와 푸른 소나무 그리고 몇 개의 솔방울이 아름답게 수놓아져 있었다. 빨강, 파랑, 노랑, 초록...그 알록달록 빛이 나는 공간에 벌러덩 드러눕기라도 하면 세상 부러울게 하나도 없었다. 어쩌면 그 커다란 이불 안에서 정서적인 안정담을 키워 나갔을지도 모르겠다, 그만큼 어린 시절에 느껴졌던 이부자리의 세계는 나를 가장 편안하고도 안전한 곳으로 인도해 주는, 엄마의 따뜻한 손길이아 다름없었다. (-39-)
사랑하다는 것은 둘이 마주 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같은 방향을 쳐다보는 것이다.
부부라는 것은 쇠사슬에 함께 묶인 죄인이다.때문에 발을 맞추어서 걷지 않으면 안된다. (-76-)
심지어는 며칠 전, 고등학교를 앞둔 아들 녀석이 갑자기 식사 하는 도중에 "엄마, 예전에 머리 묶었을 때 사진 보니까 정말 호나우딩유 닮았더라."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때 난 다시 한번 굳게 다짐햇다. 다시는 올백으로 머리 묶는 일이 없을 거라고. (-97-)
마치 앙상한 나뭇가지를 보는 듯 엄마의 몸은 무척 야위어 있었고, 푸석푸석했다. 난 가뜩이나 건조한 피부에 수분을 빼앗길까 싶어 바디워시를 권해보았지만, 엄마는 굳이 세숫비누로 칠해 보라고 했다. 그러고는 거칠거칠한 때수건으로 몸을 박박 문지르기 시작했다. 마치 앙상한 나뭇가지를 사포로 문지르는 것처럼 위태로워 보였지만 늘 해오던 엄마만의 방식이었기에 그냥 조용히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다만 엄마의 손이 닿지 않는 곳, 그러니가 몸을 가누기 힘든 하반신 부분은 나의 몫이었다. 특히 하반신에서도 손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발은 엄마가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부분이었기에 최대한 빠짐없이 골고루 나의 손길을 전하곤 했다. 참 마음이 아팠던 것은 앙상한 나뭇가지 같았던 엄마의 몸에서 유독 발만 퉁퉁 부어 있었다는 사실이다. (-125-)
그런 해피의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한 인간으로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누리면서 살아가고 있는지....배가 고프면 챙겨 먹으면 되고, 더러우면 씻으면 되고, 밖에 나가고 싶으면 나가면 되고, 아프면 병원에 가거나 약을 먹으면 되고, 누군가에게 불만이 있으면 허심탄회하게 얘기하면 되고, 무언가를 이루고 싶으면 열심히 노력하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많은 것을 원하고, 바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상대방을 괴롭히고,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 안 되면 남 탓만 하는 사람들이 있다.그래서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동물만도 못하다고 얘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바라보는 동물의 세계는 참으로 순수하다. 잘 보이기 위해서 꾸미지도 않고, 가식도 배신도 없다. 먹는 것 하나에도 행복해하고, 잠시 산책하는 것에도 흥분하고, 현관문 소리에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마중을 나오기도 한다.그리고 그저 조용히 기다리는 것에도 익숙해 있다. 그런 동물의 삶을 바라보면서 때론 욕심을 내려놓기도 하고, 때론 마음의 위안을 얻기도 하고,때론 인내심을 발휘해 보기도 하고, 때론 인간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함을 느껴보기도 한다. 비록 인간들이 보기에는 앙상하기 그저 없는 동물들의 하루지만 그런 하루를 오롯이 살아내는 동물들을 통해 참 많은 것들을 깨닫기도 한다. (-171-)
나에게 있어서 청소란 눈에 보이는 깨끗함으로도 기분이 좋아지고 ,이로 인해 갑족들의 온갖 짜증과 미움, 분노 등의 부정적인 감정들을 담아낼 수 있는 커다란 그릇을 만드는 데 있다. 또한 가족들에게 있어서는 깨끗한 공간 속에서 정서적 안정감을 찾고, 또 온전한 쉼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엄마의 마음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완벽한 깨끗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내 몸이 혹사당하면 기분이 좋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자신의 짜증을 가족들이 받아줘야 하는 존재감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외로운 엄마는 가족들이 다가가디 꺼려지는 그런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릴 수 도 있다. (-197-)
살아가고,견디고, 삶을 이어나간다. 누군가에겐 단순한 일상이 어떤 이들에겐 버거운 일상이 될 수 있다. 감정이 기억이 되고,기억은 내 삶의 원칙,가치관,신념의 기준,나침반,등대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삶의 평화와 편안함,위로를 얻고 싶지만 현실에서, 그것을 얻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했느냐고 물어본다면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것 같았다. 그런 와중에 김미영 작가의 『기억의 온도가 전하는 삶의 철학』를 만났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기억의 온도는 가족이었다. 엄마, 딸, 아들, 그리고 강아지, 이들은 저자의 길억 속에서, 내면의 상처이자 행복으로 층층히 쌓여지고 있다. 이불이 주는 위로, 안전, 따스함은 기억의 온도를 높여준다. 하지만 질병, 죽음은 다르다.자신의 기억 속의 큰 아픔이자,후회,죄책감의 근원이기 때문이다. 삶의 편안함을 얻기 의해서, 저자는 자신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들을 하나하나 꺼내고 있었다. 엄마의 외할머니가 고아가 되었던 시점이 9살이었다는 것을 비출 때, 자신은 그나마 나은 인생, 행복한 인생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자신이 어른이 되어서, 부모의 사람을 느끼면서,가저을 이루고 살아온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픔은 아픔이라고 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얻는 기억이란, 내 의도대로 내 의지와 무관할 때가 있다. 단 저자의 경험과 기억을 들여다 보면서,나의 잊혀진 기억을 소환할 수 있게 되었다. 삶의 온도가 기억의 온도이며,그것이 우리 삶을 행복한 삶으로 이어나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나의 온도를 따스함으로 바꾸기 위해선 주변 온도를 따스함으로 바꿔야 한다는 깊은 깨달음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