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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 : 쿠쉬룩 ㅣ 림LIM 젊은 작가 소설집 1
서윤빈 외 지음, 전청림 해설 / 열림원 / 2023년 3월
평점 :
일이 이렇게 되면 십중팔구 인격 AI의 과실이다. 사실 직접 운전하는 부자가 낸 교통사고가 아니고서야 탑승자가 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면 대개 이쪽이 정답이다. 애초에 다양한 인격 AI 가 존재할 수 있는 이유도 요즘 교통사고는 전부 트롤리 문제 같은 양상을 띠기 때문이다. 트롤리가 달리는데 한쪽 레일 위에는 사람 한 명이, 다른 쪽 레일 위에는 사람 다섯 며이 쓰러져 있다. 레버를 당기면 한 명이 죽고, 당기지 않으면 다섯 명이 죽는다. 이같은 극단적인 상활 설정으로 유명한 도덕적 딜레마를 트롤리 문제라고 부른다. (-12-)
이건 엄마의 지구다. 엄마가 기억하고 싶었던 사실이 될 수 있는 지구, 외면하다 못해 그걸 진리로 받아들이고 싶었던 엄마, 엄마도 알았을 거다. 한 때 아름다웠던 지구를 아무리 떠올리려 애써도 결국 그건 검게 지워져 버린다는 걸, 너무 늦어보였던 거다. 당신들이 기억하는 지구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래서 엄마는 계속 메모리박스를 개발했나보다. 기억을 잃더라도 ,그게 틀린 기억이더라도, 현실을 왜곡해서라도 돌아오지 않는 걸 되돌리기 위해서,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포기할 수 없었던 , 가장 붙잡고 싶었던 단 한 순간의 지구를 위해.내게 꼭 보여주고자 했던 엄마의 세상. 오랜 염원이 이 안에 담겨 있었다. (-125-)
"왜지? 인간들이 바다에 빠져 죽는 것 때문에? 하지만 인간들은 늘 바다에 빠져 죽어. 용궁에서 파악하는 걸로만 해마다 수백 명이 넘는다고."
"적어도 인어에 의해 죽게 되지는 않지."
"그런 경우도 없지는 않아."
나는 샤샤를 노려본다. 평소 같으면 내가 노려보는 즉시 여섯 다리를 가지런히 내리는 샤샤지만, 지금 날 내려다보고 있는 샤샤에겐 내릴 문어의 다리가 없다. (-212-)
일곱 자가의 일곱가지 색깔, 빨주노초 파남보 처럼 다채로운 이야기가 한 권의 책 『림 : 쿠쉬룩』에 있었다. 여기서 쿠쉬룩이란 수메르어이면서, 쐐기문자로서 상자를 뜻한다. 물론 소설에서 쿠쉬룩은 우리 세계가 보여주고 있는 닫힌 셰계를 담아내고 있었다.매우 낯설고 이질적이며, 일부러 찾아보지 않은 이상 쓰여지지 않는 단어이기도 하다.
일곱가지 소설 중에서, SF 단편 소설에 주목하게 된다. 소설은 우리의 미래가 항상 희망적이지 안흐면,비극적인 요소, 불완전한 요소를 항상 담고 있다고 보았다. 특히 AI와 인공지능에 의한 미래는 불완전한 인간에서, 완전한 인공으로 나아가기 위한 집착에 가깝다.SF 소설은 그 틈새를 파고들어가고 있었다. 미래에 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그 일어나는 변화에 우리스스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읽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하면서,행동하게끔 만들어 놓는다. 우리는 앞으로 살아가야 한다. 현재가 과거가 되고,미래가 현재가 된다. 미래에는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푸른 지구를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지구에서 바라본 달의 과거를 우리가 모르는 것처럼 말이다. 인간이 만든 지식이라는 것이 항상 절대적이지 않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 돌아보면, 우리 스스로 그러하다.항상 잘못하고, 그 잘못에서,새로운 옳응을 찾아가려고 한다. 하지만 인간이 해 오던 역할이나 책임을 인공지능에게 넘겨 준다면,지금음 좋을 수 있지만, 결국 인공지능에 지배당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간에게 인격이 있다면, 인공지능에게도 인격 Ai는 존재할 수 있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