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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공부 (리커버) - 어떻게 배우며 살 것인가
최재천.안희경 지음 / 김영사 / 2023년 3월
평점 :
품절
호주에서는 농장을 벗어나 야생에서 살다 발견돼 '바락 Baarack'이라는 이름을 얻은 메리노 양이 화제다. 그동안 자란 털의 무게가 자그마치 35킬로그램에 달한다. 성인용 스웨터를 60벌이나 짤 수 있단다. 우리가 기르는 양의 조상이 부플론양은 철 따라 자연스레 털갈이를 하지만 가축화하면서 그 기능을 상실했다. 자기 맘대로 털갈이를 못 하도록 우리가 그들을 길들인 것이다. 1년에 깎어내는 양털의 무게가 대략 4`5킬로그램이니 바락은 7년이 넘도록 그 치렁치렁한 털을 매달고 험준한 산야를 헤맨 것이다. 길들임의 2저주가 질기고 길다. (-33-)
독서는 일이어야 합니다. 독서는 빡세게 하는 겁니다. 독서를 취미로 하면 눈이 나빠집니다. 한동안 마음을 비우기 위해서 독서를 하자는 말까지 버젓이 권해졌어요. 그러다보니 아주 말랑말랑한 책만 팔렸죠. 김난도 교수님과 친하긴 하지만, 가끔 저는 '아프냐?'라고 묻는 책을 뭐 하러 읽느냐고 대중 앞에서 말합니다. 언젠가 제 강의가 끝나고 김난도 교수님이 다음 차례로 대기하고 있으셨는데요. 제가 그렇게 말하니, "선생님 어떻게 그러실 수가 있어요" 라고 하시더라고요. (-144-)
폰 프리슈 선생님이 돌아가실 때 훨도블러 교수님은 하버드대학교에서 출발해서 비행기를 타고 가고 있고, 린다우어 교수님이 임종하셨어요. 린다우어 교수님이 물으셨대요."스승님 , 동물도 생각할 수 있다고 믿으십니까?" 돌아가시는 스승님에게 뭐 그런 걸 물으셨을까 싶은데, 물으셨다니까 우리 후학들은 믿는 거죠. 그때가 1982년입니다. 그때 학계에서는 그런 이야기를 함부로 할 수 없었습니다. 대가가 돌아가실 때라도 여쭤야 했던 절박함이 있는 시대였죠. 폰 프리슈 선생님이 숨을 거두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고 합니다."동물도 생각할 줄 안다는 건 자네도 알고 나고 알지 않는가? 우리 과학자의 임무는 일반인도 이를 알 수 있게 객관적 방법론을 찾는 것일세." (-229-)
챔팬지는 맹수에게 다친 친구를 보살펴주고, 어른 코끼리는 어린 코끼리가 안심하도록 그르렁 소리를 들려줍니다. (-276-)
50만 유투버 최재천 교수의 『최재천의 아마존 』이 있었다. 그 유투브를 유투브 알고리즘에 최재천 강의 동영상이 걸렸고, 우연히 그의 생각과 가치관을 접하게 되었고, 유투브 채널을 구독했다. 온화한 미소와 엉뚱함은 유투브에 고스란이 담겨져 있었으며, 그 안에 생물에 대한 남다른 탐구와 관찰,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 물론 그의 생물에 대한 시선은 항상 다윈의 진화론에 따르고 있다.
이화여대 석좌 교수, 최재천(1954~) 교수의 직함이다. 그의 공부방법은 매우독특하고, 얼뚱했다. 석사학위를 따고,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최재천(1954~) 교수가 박사학위 취득이 늦은 이유는 그가 보여준 배움에 대한 산만함 때문이다. 아마존에 직접 가서, 남들이 공부하지 않는 분야에 학문을 쌓게 된다. 어떤 것을 공부하다가도 ,다른 곳에 항상 배움의 시선을 두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의 세밀한 관찰로 연결되고 있다. 학자로서 동물과 연대하며, 자연을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사랑과 연민으로 동물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편 온화한 최재천 교수지만, 자신이 쓴 글에 대해서, 누가 건드리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는 ,자신의 글에 대한 소신과 신념이 뚜렷하다. 즉 내가 쓴 글이 신문이나 책, 인터넷에 공개되기까지 고치고 또 고치고, 매끄럽게 하기 위해서, 조사 하나하나 챙기면서 하나의 글을 완성하기 때문에, 누가 내 글에 손대는 것을 원치 않는다. 50번 수정하는 완벽함을 기한다. 그건 학자로서,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최소한의 자격이며, 남들이 건드려서는 안돼는 영역이기도 하다. 느리게 공부하지만, 결코 그가 남긴 업적은 가볍지 않다, 책을 읽을 때도 ,여느 사람처럼 눈으로 읽지 않고, 소리 내어 읽으면서, 글 하나 하나 꼭꼭 씹어 넘긴다.그것이 그가 보여준 생물학자로서의 자존감이며, 동물과 자연에 대한 사랑과 연민의 시작이다.그거시 최재천의 공부의 끝은 자연과 인간의 연대에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