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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 위의 진심
이민주 요리, 이지현 글 / 작가와비평 / 2023년 3월
평점 :
겨울이면 톳나물무침을 한다. 그래서 겨울에 생 톳이 나오면 망설임 없이 산다. 두부와 어우러진 파란 톳나물 한 접시는 찬 겨울 들판에서 아직 버티고 있는 풀들을 덮어주는 흰 눈이거나 , 깊은 바다 위로 떨어지는 싸락눈 같다. 이 요리는 여고 시절까지 보낸 남쪽 바닷가 도시를 식탁 위에서 기억하는 음식이다. 한 젓가락을 먹는 순간 마음 안에는 부드러운 바다나 들판이 출렁여 겨울이 따스해진다. 오들오들한 식감의 톳이 입안에서 톡톡 터지며, 두부의 고소함이 혀끝에 돈다. (-37-)
일본식 소바를 떠올릴 때면 구리 료헤이의 소설 『우동 한 그릇 』이 압권이다. 세 모자가 그해의 마지막 날인 섣달 그믐이면 북해도의 식당에서 한 그릇의 소바를 사서 셋이 나눠 먹는다. 그들의 가난을 눈치 챈 식당 주인의 인정과 배려로 세 모자는 따뜻한 한 해를 마무리한다. 또 그 마음을 발판으로 착하게 살면서 성공한다. 소설 속의 식당 이름이 '북해정'이라서 추운 겨울의 삿뽀로를 떠올릴자면 국물 있는 우동으로 번역한 것도 따듯해 보여 훈훈하다. (-80-)
이상의 소설 「지팡이 역사 」에는 주인공이 여관에 들었는데 그곳에서 나온 밥상에 차린 열가지 반찬 중 풋고추 하나로 이렇게도 다양한 반찬을 만드는 여관 주인의 솜씨가 자못 감탄스럽다. 이상의 수필 「권태」 에도 마늘장아찌와 날된장과 풋고추조림이 관성의 법칙처럼 놓여 있다고 한다. (-158-)
피츠제럴드의 소설 『위대한 게츠비』 에서 성공한 개츠비는 동부 뉴욕의 외곽 지역에 거주하면서 언젠가 첫사랑의 여인 데이지를 초대할 계획으로 늘 성대한 파티를 연다. 당시 미국 사회는 칵테일파티가 성행했다. 개츠비의 파티에는 엄청난 양의 오렌지와 레몬이 매주 금요일마다 배달된다. 30분 안에 200잔의 오렌지 주스를 만들면 오렌지와 레몬들은 껍질만 남고 버려졌다. 결국 개츠비는 데이지와의 사랑을 이루지 못한 채 비극적이고 어처구니없는 죽음을 맞는다.
개츠비의 칵테일이 한갓 시들어 버려지는 껍질처럼 버려지는 껍질처럼 정신적 허무에 빠진 인간들의 군상을 드러낸다면, 『춘향전』 에 등장하는 칵테일은 정반대로 사랑의 만남을 축복한다. (-224-)
남매를 키우는 엄마 이민주와 세 자녀를 키우는 엄마 이지현은 요리를 주제로 한 권의 책 『식탁 위의 진심』 을 쓰고 있다. 요리는 사람과 사람 간에 윤활유 같은 조건을 만든다.사람은 사람을 통해서, 따스한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식탁 레시피에 신경쓰고, 내 아이와 가족을 위한 요리를 우선하는 엄마에게 요리는 즐거움이면서 ,귀찮은 일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리에 관한 스토리텔링은 다르다.푸드스토리텔링은 맛에 대한 향유이면서, 서로 공유된다.
책 『식탁 위의 진심』에는 요리 스토리텔링이 있다. 맛에 대한 이해, 미각에 대한 호기심, 무엇보다도, 요리는 우리가 먹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요리를 통해 느낌과 감정을 읽는다. 문학 속에 많이 언급되고 있는 것이 특별한 요리 ,레시피였다. 책에서 단순히 요리 이야기를 넘어서서,제청 음식을 먹을 수 있는 방법, 요리를 생각하면서, 미소 짓게 되는 행복감과 따스함은 다른 것을 대체할 수 없었다. 전라도 강진하면 떠오르는 음식들은 장약용의 자산어보에서 느낄 수 있다. 영화로도 보았고, 책으로도 쓰여진 자산어보,우리 삶의 풍요로움과 음식에 대한 향유를 잊지 못한다.
특히 톳나물 무침은 나의 최애 음식이며, 파래,미역과 함께 좋아한다. 톳, 두무, 맛간장, 마늘, 파, 참기름, 참깨로 나만의 특별한 레시피가 행복한 라이프스타일의 시작은 요리에서 시작되며 요리에서 끝나고 있음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책에는 소개되어 있지 않지만,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 』 또한 요리, 식탁,영국 아일랜드 특유의 식문화를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