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디 너희 세상에도
남유하 지음 / 고블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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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들을 좀비라고 부르십니까? ACAS(Acquired Cardiac Arrest Syndrome),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은 질병입니다. 심폐기능은 정지되지만 , 뇌가 완전히 소멸할 때까지 식욕만 남은 상태로 살아가야 하는 감염자들, 안타깝게도 아직 이들을 위한 치료 방법은 없습니다. 감염자들을 위한 국가 공인 안락사 기관 다이웰, 후천성 심정지 증후군으로 고통받는 소중한 이에게 편안한 죽음을 선사합니다. 안락사는 다이웰, 주식회가 다이웰, 지금 바로 전화하세요. (-10-)

오빠의 피를 전부 마신 숟가락은 사흘이 지나고 나서야 은빛으로 돌아왔다.

사람을 죽이는 것.그것이 이 특별한 순다락의 용도였다.에이는 그날 이후 밥을 먹을 때 어떤 숟가락도 사용할 수 없게 되었다. 오직 젓가락만으로 밥과 반찬을 조금식 먹었다. (-49-)

오빠는 왜?

엄마다 얼마 너에 좋은 사람을 만났거든. 그 분이 엄마한테 청혼했어. 어차피 아빠는 돌아오지 않을 거고. 엄마도 남은 인생을 외롭게 보내고 싶진 않아. 물론 너희들이 있긴 하지만, 내가 무슨 말 하는지 알지? 그래서 그분이랑 결혼할거야. (-51-)

어린 아이들은 뇌의 나무에게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노인들은 뇌의 나무에게 자신이 언제 죽을지 물었다.

죽을 날을 아는 사람들은 조용히 자신의 마지막을 준비했다.

현명한 사람들은 뇌의 나무가 알려준 지혜를 더 많이 사람에게 전해주었다.

사람들이 나무의 기둥에 입을 맞추며 감사할 때면 뇌가 기쁨으로 빛났다.

몸속에서 갓 꺼낸 내장처럼 촉촉하고 매끄러운 윤기가 흘렀다. (-71-)

모두 목소리를 죽인 채 말했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잘 들렸다. 연구소장이 헛기침을 하자 사람들은 제자리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모니터를 들이받은 신입, 스크린을 들이받은 남자애. 화면 공포증. 목덜미의 잔털이 삐죽 일어섰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코끼리를 생각하게 되는 것처럼, 또다시 화면 공포증이라는 단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만약 화면 공포증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는 거라면? 정망 전염성이 있다면 더는 남의 일이 아니었다. (-89-)

작가 남유하의 『부디 너희 세상에도』 은 디스토피아 소설이다. 여기서 디스토피아란 천국의 반대되는 의미로서, 유토피아의 반어적인 의미를 가진다. 소설은 상당히 얇고, 네편의 단편이 소개되고 있다. 그 단편은 「반짝이는 것」, 「에이의 숟가락」, 「뇌의 나무」, 「화면공포증」이다. 이 네 편의 단편은 페스트, 전염병을 전면에 등장하고 있었으며, 인간의 가장 나약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었다. 공포,두려음, 중독, 혐오와 죽음, 어둠,안락사가 등장하고 있는 이유가 그래서다.

네 편의 단편 중 「에이의 숟가락」, 숟가락에 대한 이야기를 눈여겨 보게 된다. 숟가락으로만 사람을 죽이는 아이, 그 아이는 죽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것이 자신의 가까운 사람이던 아니던 의미가 없다. 숟가락이 자신의 욕구, 욕망을 채우는 도구이며, 그것이 이용 가치를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상당히 독특한 소설로 느껴진 이유도 그러하다. 첫번째 이야기 「반짝이는 것」 에는 좀비 이야기, 전염병이 등장한다.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람들은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각혈, 기침,좀비로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뾰족한 치료 방법이 없는채 사람들은 어느 시점에 죽어간다.

세번 째 단편 「뇌의 나무」 은 나무에 뇌가 있다는 독특한 설정을 가지고 있다. 호모 사피엔스 인간이 물어보고 싶었던 것을 ,알고 싶었던 것을 뇌의 나무에게 물어보고 싶었다. 나에 대한 존재, 삶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추구한다는 것이 어떤 건지 ,디스토피아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 네번 째 단편 「화면공포증」은 인간이 느끼는 공포의 실체가 실감나게 나타나고 있다. 화면 공포증은 영화 링을 소환하고 있었다. 화면의 형태는 바뀌었지만, 그것이 가지는 공포는 주인공이 모니터를 파괴하기에 이른다. 인간이 느끼는 공포가 파괴 뿐만 아니라 파멸,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독특한 디스토피아 단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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