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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한 당신을 위하여
김다윤 지음 / 팩토리나인 / 2023년 3월
평점 :
'이름만큼 내 인생도 아름답고 따뜻했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
그건 8년 전 그 사건 이후 다온이 속으로 자주 하는 푸념이었다. 혼자 살기엔 제법 큰 방 안에서 , 역시 혼자 쓰기엔 큰 침대에 누워 무기력하게 자신의 이름만 부르던 다온은 한숨을 쉬었다. (-12-)
다온은 계속 톡톡! 소리를 내며 울리는 핸드폰을 보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우리 학교 진짜 더럽다."
속에 부글부글 끓는다. 정말 이래도 돼? 그 물음이 다온의 턱 끝까지 올라왔다. 세상이 더러운 건 알고 있었지만, 가까운 곳에서 이런 일이 자행되고 있었을 줄이야.그 붉은 책이 없었더라면 다온은 상황이 어떤지 전혀 몰랐을 것이다.
"벌을 너무 약하게 줬어." (-65-)
연우의 아빠는 며칠 만에 돌아왔다. 연우가 막 아빠 없는 집 안에 적응할 때쯤이었다.불구속 송치였다. 검찰은 굳이 구치소에 연우의 아빠를 집어넣을 정도는 아니고 판단했고, 아버지는 자유로운 두 발로 자신의 보금자리로 돌아왔다.
연우는 그날 처음으로 술에 취하지 않은 아빠한테 맞았다. 마지막으로 보았을 대와 같은 옷을 입어 냄새가 나고, 퀭해 보이는 아빠는 술에 취해 있을 때보다 수배는 무서웠다. (-122-)
확실한 건 이전과 달리 그저 공론화에서 그치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피해자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고 싶었다. 그저 동정심에 불과한 마음일지라도 다온은 푸른빛의 남자와 관련된 기사를 찾아봤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 사건이 너무 많아서 찾기 어려웠지만, 한 기사에서 남자의 이야기를 볼 수 있었다.
미혼부였고 그 아이 말고 일곱 살짜리 아들도 있으며, 유치원에 있던 아들을 데리러 가는 길에 사고를 당했다고, 그 사고로 다리에 상처를 입어 원래 하던 택배 배달일을 할 수 없게 되었다고 했다. (-210-)
졸업.
다온은 나지막하게 신음을 흘렸다. 그러고 보니 어느새 졸업논문을 써야 할 시기가 되었다. 좋았던 시절은 학교에 남겨 두고 낯선 세사으로 다시 발을 디뎌야 하는 셈이다. 굳이 논문이라는 끔찍한 과제까지 해가면서.
"그냥 계속 대학생이었으면 좋겠다." (-241-)
뉴스를 보면 매일 매일 사건사고 소식이 등장한다. 학교 폭력이나 음주운전 여기에 누군가에 자행된 살인사건이다. 힘을 가지고 있는 자가 상대적으로 약자를 상대로 자행하는 범죄는 법으로 해결되지 못하고, 어떤 중범죄에 대한 처벌이 약하다고 생각할 때, 국민들은 분노하고,여론을 형성한다.이런 상황에서,누군가가 그 사람을 처벌을 내려준다면 ,매우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함무라비 법전처럼, 누군가를 죽인다면, 그 사람도 죽어야 하고, 누군가의 재물을 갈취하면, 그 사람의 재물을 앗는 것, 상대방을 해할 경우,그에 따른 처벌이 가능한다면, 억울할 일은 덜어낼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대한민국의 경우, 전관예우라는 법 관습이 있어서, 그것이 현대판 면죄부가 될 때가 있다. 최근 죽었던 모모 씨의 겨우, 죽을 때까지 추한 모습을 보여준 것을 본다면, 우리 사회는 가해자에게 약한 처벌을 보여주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대한민국은 이제 사형제도도 소멸된 상태다.
소설 『불행한 당신을 위하여』은 상당히 흥미롭게 느껴졌던 소설이다. 주인공은 다온과 연우다. 소설에서 다온은 죄를 지은 이들을 처벌할 수 있는 선택과 결정을 할 수 있다. 자신이 하나님처럼 심판관이 된 것이었다. 첫번째 처벌을 할 때, 그 사람을 격리하는 선으로 끝났으면 했건만, 자신이 생각한 것보다 과도한 처벌이 진행되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연우는 아버지의 폭력 트라우마가 존재한다. 둘은 상처를 입은 사회가 만든 피해자이며, 자신의 아픔을 사회가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전무했다.
이 소설이 흥미로웠던 건, 마땅히 처벌 받아야 하는 누군가를 처벌할 수 있다면 사회가 건강해질 수 있다는 마음을 내 마음속에 항상 존재했다. 왜 어떤 사람은 억울하게 죽어가야 했건만, 거해자는 항상 관대하고, 편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인간 사회 곳곳에 만연한 혐오와 묻지마 범죄, 층간소음에 의한 부작위성 살인이 발생한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이런 문제를 문학적으로 풀언가고 있었다.법이 해결하지 못하고,사회가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 다온이 할 수 있다는 것, 처벌받아 마땅한 사람이 처벌받는다면 행복할 줄 알았지만, 전혀 행복하지 않았고, 도리어 불편했다.이런현실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서,흥미로웠으며, 불편하거나, 불행할 수 있지만, 실제로 현실에 존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마음 속에 담아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