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2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2
홍쌍리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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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냥 빚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다는 옛말

그 순간을 못참아

말 한마디 화냄이 악연 되면

돌아서서 후회해도 소용없다.

정 많은 마음 씀씀이 보고 싶어

멀리서도 찾아오는 정 때문에

남은 인생 말 한마디로 천 냥 빚도 갚는

좋은 인연으로 살다 가세. (-25-)

통시문과 쥐새끼

아부지 방 소죽솥 걸린 부엌 앞에서

똥이 나올라 킹킹 거리는 나를 보시면

"왜, 통시 가고 싶냐."

"예,아부디 너무 무서워서예."

가마니로 만든 통시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짚단 속에 쥐새끼들이 후다닥

"엄마야."

악을 쓴 나는 막 울어 버렸다.

아부지가 쫓아오셔서

"왜 왜 그러냐."

"아부지 쥐새끼가예..."

"그놈들이 짚 속에 나락 먹을라고 그런다 괜찮다.

얼릉 똥 싸고 나오니라 시애비 여기 서 있을게."

아부지 고맙십니더."

부산에서는 신문지가 화장지인데

여기는 짚이 화장지다.

그 뒤로는 쥐새끼가 있어도 볼 일 잘 보고

촌 아지매 다 되었제

잡을 수 없는 세월아

내 청춘 돌려줄 수 없겠나

통시문 꼭 잡고 일 보던 내 젊음을(-35-)

조상님의 밥상

있는 집이든 없는 집이든

간장, 된장, 고추장, 김치, 밥,된장국

먼저 간장 한 숟갈 떠먹고 고추장 찍어 드시고

예방주사보다 더 좋은 간장 된장

밥상의 어른이라서 봄 새싹을 된장에 주물러 먹고

된자에 쌈도 싸먹어 보래 쌉싸름 이 맛이 보약이다

여름에는 짭짤한 강된장에 밥 비벼 먹음서

비트 열무김치 국물 떠먹어보래

오미오색 다 든 김장김치에 수육 쌈 싸서 먹을 때는

서로 먹으려고 눈이 돌아가제

촌 음식 풀이파리가 맵고 짜고 시고 떫고 쓴 맛일지라도

다 보약이고 소화제 아이더나

겨울에는 뜨근뜨근한 시래기 국에 밥 말아 먹어보래

간이 좋다고 춤을 주제

간간한 된장에 시래기나물 주물러 밥에 걸쳐 먹어보래

혓바닥이 춤을 추고

돌아서서 방귀 뀌고 나면 소화 다 되삔다.

밥 한 사발 된장국 한 대접 배불리 먹고

일 시작함서 궁딩이 흔들면

야 이 여편네야 궁딩이 자꾸 흔들면 배꺼져서 우짤끼고

새참 먹지

새참 먹은 양재기를 호미로 뚜디리 팸서

궁딩이를 흔들어 제끼면서

와 이리 좋노 와 이리 좋노

먹을 것 없어 된장 김치만 먹어도 와 이리 좋노

양재기가 다 오그라져도 참 좋다.

도시사람들 보기에는 걸뱅이 같아도 정으로 사는 이 행복을 여기까지 왔습니다. (-65-)

행복은 먼 곳에 있지 않았다. 성공도 먼 곳에 있지 않았다.현재에 만족하면서 살아가면서,과거를 잊지 않고, 존중하는 삶에 있었다. 시인은 스처 지나가는 인연을 소중히 여긴다. 1997년 매실명인으로 선정되었던 홍쌍리 여사는 자신의 자전 시집으로 인생을 풀어 나간다. 삶에 대해 존중하고, 배려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말을 아끼며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 한 편 한 편에 오롯이 담겨졌다.

통시문 ,쥐새끼가 등장한다. 시인에게 쥐는 무섬증의 원인이 되었다. 통시문은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이다. 그때 당시 푸세식 화장실에는 쥐가 살고 있다. 시집에 나오는 통시문이란 변소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시골에는 신문종이도 귀하였기 때문에, 널린 것이 벼농사르 짓고 난 뒤 여기 저기 흩어져서 남아 있는 짚이었다. 지금처럼 부드러운 종이 휴지가 있을리 만무하다. 짚으로 닦아서, 짚을 처리하는 것으로 처리를 하나.내 기억 속에 없는 통시문 이야기가 시 한 편에 시작적 효과와 후각적 효과를 풍기고 있다.

된장,간장, 고추장, 이 세가지는 일년 농사의 매우 중요한 일이기도 하다. 여기에 겨울이 다가오면 , 김장김치를 하게 된다. 메주를 담가야 하는 시점이 있고, 부엌 정지의 커다란 솥에 , 매운 연기를 맡으면서, 된장 , 간장, 고추장을 담궈야 했던 고된 시절을 느낄 수 있다. 지금처럼 아파트 생활이 익숙한 이들에겐 낯설게 느껴질 수 있다.하지만, 우리의 삶이었고, 우리가 살아온 인생이었다. 여든 인생에 그대로 채워지고 있었던 이야기가 책에 나오고 있었으며, 시집 한 편에 그리움과 외로움, 배고팠던 과거 우리의 가난한 삶을 느끼게 된다. 커다란 고봉밥에 변변한 반찹 없어도, 된장,간장, 고추장 하나면 배가 든든했던 그 시절이 떠오른다. 풍요로운 삶을 살아가다 보면서, 우리 스스로 놓치고 살아온 삶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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