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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 아름다운 농사꾼 홍쌍리 자전시집 ㅣ 매화는 내 딸 매실은 내 아들 1
홍쌍리 지음 / 스타북스 / 2023년 3월
평점 :
살다보니
억울한 말 한마디
잠 못들만큼 미워도
따지지 않고 대꾸하지 않고
상대방 화 풀릴 때까지 참았다.
니 모습 내 못 보고
니 말 내못 들었다.
미운 마음 열 가지 중
좋은 말 좋은 모습 단 하나만 생각하자.
욕하고 싶지만 입 더러워질까 봐
미워하고 싶어도 내 마음 아플까 봐
이 좋은 세상 좋은 인연으로
따독따독하고 살재이 (-25-)
내 마음 아플까봐
상대방이 화났을 때
대꾸하지 말았더라면
그 대꾸 한마디가
내 마음을 왜 이렇게 괴롭힐까
내가 한 발 물러섰더라면
잠 못 자고 뒤척이지는 안했을 낀데
가까운 사람에게서
생각지도 못한 말 듣고
부에나고 참기 힘들어도
내 마음 아플까 봐
내 가슴한테 미안해서
남은 인생 더 많은 칭찬
더 많이 인사하도록 노력할께요. (-31-)
그때는 왜 몰랐을까
철없는 내 새끼들
독하게 일만 부려먹던 애미는
엄마 노릇 못한 것을 아무리 후회해도
아무 소용이 없네.
흰머리 비뚤어진 팔, 다리
어느새 애미는 고목이 됐네.
그 옛날 내 모습이 그리워
긴 한숨에 눈가가 젖네
내 새끼들 업고 안아 젖 물릴 때가
웃음꽃이 피었는데
그때는 왜 몰랐을까
미안하다 내 새끼들아. (-72-)
김대중 대통령님
우리 집에 대통령님 오신다는 연락 받고
너무 좋아서
집 앞 88다랑이를 헬기장 만든다고
3,700 대 흙을 채우고 돌담을 쌓는데
포크레인 두 대가 새벽부터 어두워질 때까지
비 맞아가며 일해도 참 좋았다.
그 많은 경찰이 집 하수도까지 조사하더니
경호문제로 광양제철 영빈관에서 만났다.
대통령님 질문에 답변했더니
"홍여사 같은 농민이 시,군에 한사람식만 있어도 우리 농업이 희망일 텐데."
과분한 칭찬을 너무 많이 받았다.
그러나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법을 몰라서
고발을 당해 경찰서 3법, 법원 3번
조사 받는데 왜 그리 떨리든지
내 땅에 흙 메워서 대통령님 헬기 앉도록
열심히 일만 잘하면 되는 줄 알았다.
아무도 알려주는 사람 없어
이렇게 법이 무서운 줄 몰랐다.
고발 때문에 예쁜 내 얼굴 어디 가고
폭삭 늙어 버렸네. (-79-)
배운다는 것은 무언가 남긴다는 것이다. 내 삶을 남기고, 타인에게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 위한 긍정적인 씨앗을 뿌리는 것이었다. 주어진 삶은 각자 다르지만, 어느 순간 내 삶을 정리해야 한다고 느끼는 순간이 찾아올 수 있다. 1943년 밀양에서 태어나 1965년 전남 광양 백운산 섬진강변으로 시집을 온 홍쌍리 할머니는 국민학교를 나온 것이 학력의 전부였다. 오로지 매실 먹거리를 연구하였고, 매화나무를 심어서, 집안을 일으켰던 홍쌍리 할머니에게 삶은 쉬운 것이 아니었다. 억울하였고, 참아야 했고,자신과 무관한 일에 엮일 때도 있었다. 배우지 못해서, 무지해서, 고발을 당해, 경찰과 법원에 조사를 받으러 가야 하는 날도 있었다. 그러하였던 저자의 삶은 자전 시집에 고스란히 녹여 내리고 있다. 80 평생, 60년간의 고된 시집살이, 고목이 된 손과 발, 삶이 힘들더라도, 견디면서, 참으며 살아간다면, 희망과 기쁨이 샘솟는다는 걸 보여주고 있었다. 지난 시절, 우리는 지식을 얻는데 많은 힘을 쓰고 있었다. 시인 홍쌍리 여사는 자연에서, 흙에서, 노동의 가치에서, 지혜를 찾았다. 우리의 삶은 결국 흐르는 강물처럼,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 머물지 한고, 한순간 지나가기 마련이다. 삶의 고통도, 슬픔도 아픔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삶의 희노애락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있었던 과거의 정서와 문화에 대해 논하고 있었다. 삶에 있어서, 몸으로 부딪치고, 마음올 성심성의를 다하면서 살아온 팔십 인생 ,그것이 자신의 자전 시집에 그대로 반영되고 있었다. 배우지 못한 한이 많은 세월을 견뎌내고, 자신의 삶네 대한 자부심이 느껴지는 자전시집이다. 성실한 삶, 시간을 견뎌내 삶은 우리 사회가 존중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