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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스프 리플렉스
김강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23년 2월
평점 :


만식이 육지로 간날, 만식의 아내와 필립은 둘이서 저녁을 먹었다.
"네 원망을 많이 했어. 네 형을 두고 어찌 혼자 살아나올 수 있었는지, 왜 형을 구하지 못했는지. 너 또한 내 자식인데도 너를 원망했구나. 너 하나라도 살았으니 다행이라 여겨야 하는데 말이다. 알아. 그런데 아직도 그래. 너도, 내 마음도 잘 모르겠구나. 너를 보는 것이 여전히 편하지 않아. 그날, 너의 형이 죽던 그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너는 무엇을 했던 거니? 네가 형을 대신할 수 있다 생각한거니?" (-19-)
허 형사는 사무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이 분, 이 분만 기다리면 라면이 익을 터였다. 이 분 안에 끝내야지.
"피해자 몸에서 사라진 인공장기에 대해서 조사를 해봤는제요. 혹시나 싶어 생산업체들에 전화를 해서 물어봤는데, 사건이 나기 직전 이식받은 인공 폐를 포함해서 인공 장기에 GPS를 달아놓거나 하지는 않는답니다." (-63-)
안나는 사랑이라 생각하지 않았다. 우리의 사랑이라 말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분위기를 마주기 위해, 만식의 기분을 고려한 것이었다. 만식도 알고 있겠지. 그렇다고 미워하거나, 일부러 말을 꺼내 '나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 라 할 수 있는 감정도 아니었다. 그것을 사랑이라 말할 수 없을 뿐이었다. 만식은 안나에게서 안나는 만식에게서 서로 필요한 것을 얻었다. (-93-)
"시술비나 인공 콩팥의 가격도 그리고 보험 여부도 제가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서, 나이라도 많다면 인공 장기 회사에서 지원을 받거나 새로 나온 모델을 시험하는 조건으로 달아 보기라도 할 텐데,."
의사는 미안한 듯 말끝을 흐렸다.
"병을 치료하는 데 나이가 무슨 상관입니까?" (-134-)
인호가 물었다.
"내가 답해주마. 정치는 권력을 가지기 위해 행하는 모든 것들이다. 선한 것이냐, 악한 것이냐의 구별은 의미 없다. 너는 권력에 대한 의지가 있느냐? 권력을 잡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느냐? 그럴 수 없다면 너는 정치를 할 자격이 없다. 사람들? 스스로 목자, 잃은 양이라 칭하는 것들은 권력의지를 확인하는 순간 순한 양이 되어 울타리로 들어온다. 그들은 정치의 결과물이지 목표가 아니다."
영권은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인호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을 이었다. (-201-)
한국 소설 『그래스프 리플렉스(Grasp Reflex)』 은 주인공 만식이 등장하고, 그의 아내 안나가 나온다. 80대 할어버지 나이인 만식은 ,자신의 건강관리르 책임지는 트레이너 안나를 통해 아이를 가지게 된다. 안나가 가지지 못한 것은 만식이 가지고 있었고, 만식이 가지지 못한 것은 안나가 가지고 있었다. 둘은 합의된 역할을 다하고 있었으며,새로운 길을 선택하게 된다. 둘의 결핍은 사랑으로 만들어지고 있었다.
진시황은 불로초를 통해, 영원히 살고 싶어했다.만식 또한 80이 되었지만, 영원한 삶을 꿈꾸고 있다. 자신의 어린 아이를 위해서, 40년은 더 살아야 했기 때문이다. 만식 스스로 멀쩡한 장기를 떼어내고, 인공장기로 교체한 이유도 그러했다. 쌩쌩한 심장과 폐를 교체함으로서, 100년 이상 살고자 하는 만식의 욕구, 영원한 삶의 실체를 보고 말았다.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된다. 안나는 만식과 사랑을 통해서, 자신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했다. 만식 또한 30대 안나를 통해서, 젊음 과 사랑을 얻고 싶었다. 서로 관계를 맺고, 만식의 몸을 관리하는 트레이너로서의 역할까지 도맡아 하게 된다. 그러나 둘이 꿈꾸는 미래에 훼방꾼이 나타나고 만다. 만식의 인공장기가 사라지고 말았다. 왜 둘의 사랑을 방훼하는지 알게 된다면, 우리가 꿈꾸는 수명연장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진다면, 얼마든지 범죄가 일어날 수 있다는 걸 짐작하게 된다. 만식이 오래 살면 절대 안되는 사람, 그리고 만식이 오래 살아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사람, 이 둘은 유교적 가치관에 치우쳐 있는 유리의 삶과 엮일 수 있으며, 기술이 바꿔 놓은 미래, 경제적 의존성이 만들어낸 한국 소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