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년 엄마와 산소 여자 - 42년의 시간 속 강원도 초등학교 교사 이야기
최승숙 지음 / 하움출판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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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춘성군 사북면 오탄리 (지금은 춘천시 아랫말길)에서 1960년 4.19 혁명이 일어난 다음 주 25일에 2남 3녀의 장녀로 태어났습니다. 지금은 없어진 어탄국민학교에서 3학년 때 남춘천국민학교로 전학을 가서, 춘천에서의 고단한 초,중,고,대학 생활을 했습니다. 대학교 때 5.18 민주화 운동이 터져 2학기에 교생 실습을 하고 춘천 생활을 마칩니다. 1981년 3월 10일 삼척군 황지읍 상장국민학교로 발령을 받아 그곳에서 5년, 그리고 동해시로 내려와 동호초, 망상초, 동호초, 동해중앙초, 다시 삼척 흥전초, 동해 남호초, 삼척 흥전초, 동해 남호초, 망상초를 거쳐 교감으로 승진해서 삼척 정라초와 도계초, 그리고 2023년 2월 28일 삼척 맹방초에서 교직 생활을 마칩니다. 42년에서 9일이 부족한 41년 11개월 21일입니다. (-6-)

5반 남자아이들이 방에서 불을 다 끄고 베개 싸움을 하다 한 아이가 무서워 창가로 도망을 갔고, 팔꿈치로 유리창을 쳤다고 한다. 아이의 비명 소리에 불을 켜 보니 오른팔이 유리창에 찔려서 20cm 이상은 찢어진 상태였다. 보건 선생님이 택시를 타고 경주 시내의 대학 병원에 가서 아이를 치료하고 돌아오니 새벽이었다. 밤새 한잠도 못 자고 다음 날 경주랜드에서 놀이기구를 타는데, 교장 선생님의 악담 섞인 훈화는 끝이 없었다. 차마 그 말을 여기에 적을 수 없을 만큼의 엄청난 폭언이었다. 겨우 놀이기구를 다 타고 점심을 먹은 다음 출발했다. 오다가 성류굴을 들르게 되어 있는데, 또 악담이 시작되었다. 주임 선생님은 그냥 동해로 가자고 했고, 나는 나중에 결산을 보면서 성류굴 입장료를 잔돈으로 바꾸어 6학년 전체 학생에게 돌려주는 엄청난 일을 했다. 수익자 부담의 돈이라 그것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갔다. 다행히 아이의 팔은 잘 아물고 , 의료보험과 여행자보험으로 깔끔하게 처리되었다. 보험의 소중함을 절실히 깨달은 수학여행의 대형 사고였다. (-43-)

세월이 흐르면서, 어느 덧 1960년대 생은 할아버지,할머니 세대로 바뀌게 된다. 삶의 변화가 이어지면서, 우리 스스로 새로운 인생길을 고민할 때가 오고 있다. 은퇴 이후의 삶을 제2의 인생이라고 부르고 있으며, 스스로 퇴직 이전의 삶을 하나하나 돌아보게 된다. 삶은 결국 나의 의지와 다른 새로운 삶으로 이어지고 있었으며,내 삶에 있어서 흔적을 남기고 떠날 시점을 생각해 볼 때이다.

1960년 작가 최승숙은 1981년 삼척군 황지읍 상장국민학교에 발령을 받아 국민학교 선생님으로서, 동해와 삼척, 춘천을 오가면서, 42년 근무하였다. 새로운 인생길, 그 길목에서, 아이들과 서로 공감하고,이행하고, 동거동락했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고자 하였다. 1980년대 초,우리가 그렸던 그리움, 삼척군 황지에서, 느꼈던 그 길이었다. 새로운 삶의 발자국을 하나하나 채워 나간다면, 우리는 삶을 정리하는 마지막 추억을 꼽씹는다.

책을 읽으면서 , 저자는 자신을 일년 엄마라고 하였다. 1년간 아이들의 엄마 역할을 도맡아 했다는 의미이다. 선생님의 역할과 함께 아이들의 몸과 건강을 우선하였으며,그것이 그들에게 새로운 인생 길로 나아가고 있었다. 즉, 우리는 스스로 새로운 길을 걸어가야 하며, 그 길 속에서, 삶의 '휘게'를 느끼며 살아야 할 때이다. 선생님으로 재임 시절 써야 했던 시말서 속에는 아이들을 위한 마음, 정성이 가득했다. 우리의 삶이 때로는 타인에게 이익이 될 수 있고, 불가피하게 새로운 인생을 논할 수도 있다. 춘천과 삼척,동해를 오가면서, 40년간의 세월 속에서, 선생님으로서 느끼게 되는 자부심,그리고 아이들을 사랑하는 마음 속에서, 60년 인생을 반추한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며, 그 안에서, 우리가 앞으로 걸어가야 하는 미래를 생각하였다. 삶은 결국 타인에게 이익도 중요하지만,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거듭나야 하며, 새로운 삶 속에서 서로의 현재와 미래를 차근 차근 들여다 볼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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