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하게 사는 게 당연하진 않습니다 - 장애인이 살기 좋은 세상과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며
백순심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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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웃음거리로 사용한 소재는 누군가의 삶입니다.

한 개그맨이 개인 유튜브 채널에서 뇌병변장애인의 어눌한 말투와 몸짓을 흉내 낸 적이 있다. 사람들은 그 영사에 "웃기다","재밌다" 라는 댓글을 서슴없이 달았다. 그러나 한 번쯤은 , 그 댓글을 읽는 사람 중에 장애인이 있을 수 있고, 그 장애인이 누군가의 가장이며 자녀일 수 있다는 걸 생각해주었으면 한다.

코 흘리는 분장을 하고 바보를 연기하는 한 개그맨이 대학에서 바보 분장 잘 하는 법을 가르친 적이 있다고 한다. (-27-)

왜 장애인편의시설이 빛 좋은 개살구처럼 형식적으로 설치되는지를 생각해보았다. 아마 비장애인의 시선으로 어림짐작해 만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소방 시설 설치 후 제대로 설치되었는지를 전문가에게 점검받듯, 장애인편의시설도 장애 당사자에게 점검받는 시스템이 갖추어지면 좋겠다. 장애 당사자가 직접 점검 업무를 맡는다면 예산이 낭비되는 일도 없고, 장애인의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장애인편의시설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올린다면 , 장애인이 남의 도움을 받을 일도 적어지고, 장애인 활동지원을 위한 사회적 비용도 절감될 것이다. (-83-)

장애는 부끄러운 게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창피함을 느끼는 내 모습에서 모순이 느껴졌다. 내가 장애를 창피해 한 적이 언제였는지 곰곰이 생각해본다. '나의 기준이 아닌, 비장애인의 기준에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라는 생각이 든다.

남편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관점이 일반 사람들과 다르다. 그는 사람들을 장애인과 비장애인으로 구분하지 않고 그냥 개인으로 본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기꺼이 돕지 , 자애인이라는 이유로 과잉 친절을 베풀거나 측은한 마음으로 돕지 않는다. 장애인에게 무조건 베풀어야 하는 사회적 분위기에도 의문을 품으며, 그런 생각 자체가 차별이라고 말한다. (-167-)

구체적으로 '무장애 여행'이란 ,휠체어가 다닐 수 있는 여행을 뜻하는데, 넓게는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 유아차가 필요한 영유아를 둔 가족까지를 포함하여 독립성, 공평성, 존엄성, 연결성을 토대로 가고 싶은 곳을 어디든 갈 수 있는 여행 방식을 뜻한다. 무장애 여행 추천지를 둘러보면, 전동 휠체어 급속 충전기, 수어 영상,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전기 관람차 등이 제공되는 곳이다. (-180-)

시대가 바뀌고 있다. 과거에 비해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나아지고 있다. 물론 장애를 가진 이들에게는 여전히 우리 사회는 불편하고,고쳐야 하는 곳이 많으며, 서서히 바뀌어야 한다. 언어와 사고방식, 제도와 법이 바뀌어야 하며,장애 관련 법과 제도, 시스템을 장애인이 주도하도록 해야 하는 이유다.

작가 백순심은 뇌병변 장애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운전을 스스로 할 줄 안다. 여기서 문제는 일반인이라면, 아무 문제가 없는 셀프 주유가 저자에게는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상당히 높은 곳에 위치하거나 , 셀프 주유를 할 때, 불편한 것이 해결되지 않아서다. 높낮이가 다르거나, 주유구 투입을 할 때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장애인이 원하는 것은 특별한 대우가 아닌, 일반인이 할 수 있는 평범한 일을 장애인도 할 수 있도록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고, 장애인 주도 정책과 시스템으로 고쳐 나가는 것에 있다. 버스를 탈 때, 편하게 탈 수 있고, 장애인 편의시설을 장애인의 입장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 이러한 생각들이 모이고,공론화한다면, 장애인 관련 시설은 더 늘어나게 되고, 장애인 관련 예산 집행이나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 단순히 신호등 앞에 점자 블록을 놓거나, 신호등 청각 신호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된다.장애인 전용 주차장 설치로 끝나서는 안된다. 이동의 불편함,시선의 불편함이 먼저 선행되어야 나머지 부분도 고쳐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 주도 장애인 정책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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