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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 - 엄마와 딸의 공동 회고록
하재영 지음 / 휴머니스트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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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태어난 곳은 경상북도 문경시에 있는 '점촌'이라는 마을이야. 예전에는 광산촌으로 유명했고. 우리 아버지도 광산업을 하셨어. 일제강점기에 부모님이 결혼했을 때 아버지는 열 네살, 엄마는 열일곱 살이었어. 열 네살이라니, 완전히 꼬마 신랑이잖아. 아버지는 곧바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어. (-24-)
나는 너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했어. 내가 엄격한 사람이기도 하고,네가 맏이인데다가 재능이 많아 보이니까 기대가 컸어. 내 기준치에 못 미치면 혼내고 내 기준치에 미쳐도 칭찬하는데 인색했어. 칭찬하면 교만해질 까 봐. 오만을 경계하고 겸손을 가르친다는 게 지나쳐버렸어. 그런 일이 쌓여서 네 자신감을 갉아먹었겠지. 네가 자신만만하고 고집스러운게 걱정할 일도 아니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장점일 수도 있는데,내 사고방식이 그랬어. (-95-)
나라도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어. 국민학교 ,중학교인 자식 둘에 시어머니까지 계시는데 자칫하면 우리가 이대로 고꾸라져서 영영 못 일어날 수도 있겠다 싶었어. 그래, 내가 어디라도 나가서 돈을 벌어오자. 그런데 어떻게? 장사를 하려 해도 밑천이 없어. 집에만 있었으니 세상 물정도 몰라. 졸업하자마자 시집왔으니 기술도 없어.아무것도 없으면 독하고 악착같은 성향이라도 있어야 하는데 나에게는 그런 억척스러움도 없는 거야. (-137-)
엄마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상인동 아파트"는 내가 살지 않았던 집이다. 그곳에서 심화된 두 사람의 갈등을 나는 목도하지 못했다. 나보다 몇 년 늦게 상경한 동생은 당시에 엄마가 종종 술을 마셨다고 말했다. 주량이 세지 않아 캔맥주 한 두 개를 마시는 것이 다였지만 꽤 자주 마셨다고."밤에 거실에서 웃음소리가 들려서 나가보면 엄마가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시트콤이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고 있었어. 맥주 한 캔과 사람을 웃기는 텔레비전, 그게 엄마의 유일한 낙이었어." (-200-)
부모의 '나이 듦'을 자각하는 순간이 있다. 암 수술 이후 처음으로 아빠를 본 날, 나는 그를 한순간 알아보지 못했다. 아빠는 과체중인 적도 없었지만 저체중인 적도 없었다. 짧은 시기에 20킬로그램이 바진 아빠는 얼굴과 체형이 너무 달라져 낯선 사람 같았다. 나는 잠시나마 아빠를 알아보지 못했다는 데 놀라움과 죄책감을 느꼈다. 다음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빠가 노인이 되었구나. 병원에 있는 동안 엄마의 얼굴과 체형이 달라졌다는 것을 알아차리고 같은 생각을 했다. 엄마가 노인이 되었구나. (-248-)
가끔 미래를 생각한다. 아득한 먼 미래가 아닌, 가족의 부재가 시작되는 가까운 미래 말이다. 삶이라는 것이 ,나이듦이라는 것은 내 앞에 어떤 일이 생길 지 나조차도 모른다는 의미였다. 때로는 후회하고 때로는 좌절하고, 나의 정체에 대한 회의감마저 들 때가 있다.한국 사회는 특히 나를 중심으로 가족을 우선하고, 그 다음에 사회의 역할을 생각한다. 특히 나의 역할이 첫째인지, 막내인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책에 나오는 저자처럼 부모의 기대감을 자녀에게 그대로 투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의 삶은 어제가 다르고 오늘이 다르며, 내일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항상 각별히 조심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었다. 우리에게 주어진 책임과 의물르 생각하게 된다.
작가 하재영의 에세이집 『나는 결코 어머니가 없었다』은 가족에 대해서, 엄마,딸,며느리, 아내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다. 아득한 그 과거로 돌아가서, 부모가 어떻게 결혼했고, 자신은 어떻게 태어났는지 , 그 흐름을 이해할 수 있다. 경상북도 점촌,지금은 문경으로 바뀐 그곳에서, 광부로서 살아온 지난 시절이 있었다. 2차 산업이 어느 덧 사양길로 들어서면서 집안이 기울기 시작하였다. 막막하였고, 어떻게 삶을 이어나가야 할 지 모르던 그 시절, 스스로 자신을 이겨내야 했으며, 주어진 천성에서 벗어나야 했다. 이 책은 바로 자신과 부모의 관계를 소통과 공감으로 극복하고,회복해 나가는 과정 속에 있었다.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의 입장을 헤아리는 것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살아온 지난날을 부모님도 겪어왔으며, 견뎌왔기 때문에,서로의 입장차이를 재볼 수 있다. 살아가면서, 모든 것이 막막하지만, 삶이라는 것 자체가 막막하다는 것을 일깨워주고 있는 책이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와 가깝고, 내가 거의 모르는 한 여성에 대해서,나는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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