턴아웃 특서 청소년문학 32
하은경 지음 / 특별한서재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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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는 첫 동작부터 지켜보는 이들을 압도했다. 무엇보다 몸의 선이 너무 예뻤다. 유난히 길고 가느다란 팔과 다리는 감정을 표현하는데 적절하게 사용됐다. 작고 동그란 얼굴은 윤곽이 뚜렷해 멀리 떨어진 객석에서도 단연 돋보였다. 감정 표현은 말할 것도 없고, 연기와 마임을 곁들여야 하는 1막의 지젤을 능청스럽게 잘도 해낸다. 제나가 그 유명한 쿠페 바트망을 추기 시작했다. 일명 '통통통' 동작이다. (-35-)

오로라 공주 역의 송라희를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무대 위를 누비던 송라희는 넋을 잃을 정도로 아름다운 주연 발레리나였다. 김형사는 발레리나들이야말로 기복이 심한 직업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번 사건 때문에 문화예술 관련 잡지를 뒤적거리다 소라희에 대한 언급이 짤막하게 나 있었다. (-87-)

이 상황이 제대로 이해되지 않았으나 상상할 수도 없는 이이 벌어지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었다. 송라희의 휴대전화와 서 단장과 엄마, 그리고 자신의 유전자 분석 기록이 연관돼 있다.

"도대체 두 사람, 나를 두고 무슨 짓을 저지른거야!"

제나는 버럭 소리를 질렀다. (-157-)

길게 숨을 내쉬고 나서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갔다. 차도 한쪽에 발레리나들을 기다리는 자동차 행렬이 보였다. 자동차 안에는 그녀들의 엄마나 아빠가 앉아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 딸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동차들은 모두 다 근사했다. 그중에는 소율의 집 가격을 웃도는 자동차들도 있었다. 소율은 다른 때 같았으면 그 행렬을 피하려고 일부러 한 정거장 걸어서 버스에 탔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밤중까지 식당에서 일하는 엄마와 아빠가 부끄럽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

제나가 유전자를 조작한 아이였다는 사실을 사촌 오빠에게 들었을 때 소율은 몸을 떨었다. 라희의 의도가 확연하게 드러났다. 마음 저 깊은 곳에서 악마들이 떠드는 소리가 즐렸다.악마들이 쭉 찢어진 입을 오물거리며 소율에게 속살거렸다. (-206-)

피겨 스케이팅, 리듬 체조, 발레, 이 세 스포츠 종목은 아름다운 선을 강조한다. 그 아름다운 선 위에서, 나름의 예술적인 가치를 구현하고, 스포츠 룰에 다라서, 자신만의 특기를 보여주곤 한다. 떨어지는 것을 받거나, 빙판 위에 빙글빙글 돌아서 착지하거나, 공이나 곤봉, 훌라후프를 자유자레로 움직이는 모습을 보여주며, 발레는 슈즈를 신고, 나만의 연기를 보여주었다. 이런 모습은 마치 물가에 고요하게 노니는 백조가 물위에 떠 있기 위해서, 물밑에 발이 쉴새없이 움직이는 것처럼 보여진다.

발레,피켜스케이팅, 리듬 체조 이야기를 한 이유는 소설 『턴아웃』 을 말하기 위해서다. 이 세종목은 온몸으로 예술과 감정,느낌을 표현한다. 소설은 발레를 주제로 하고 있으며, 백조의 호수를 예술로 승화하기 위해서, 단하나의 주인공 지젤로 뽑아야 한다. 소설 주인공 제나는 발레공연에서 강수진과 같은 존재로서,아름다운 손과 발, 외모와 곡선을 자랑하고 있었다.그런데, 예기치 않은 일이 발생하고 말았다. 제나의 라이벌 송라희가 사망하게 된 것이었다. 자살이었지만, 그 안에 의심이 가는 정황이 보였고, 타살을 의심하지 않았다. 음모와 구설수가 오가는 가운데, 형사는 송라희의 죽음 뒤에 숨겨진 검은 그림자를 추적하기에 이르렀다.소위 발레의 세계에서나 나타는 특별한 모습이 소설에 반영되고 있었으며, 몸에 직접적으로 위해는 가하지 않지만, 발레를 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어떤 행위가 일어나고 잇었다. 어떤 상황에 대해 ,서로 치열한 경쟁이 나타나는 가운데, 단 하나의 지젤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오로지 1등, 주인공만 기억하는 유리 사회가 만든 인간사회의 모순이 발레라는 예술에 반영되고 있다.우리 사회는 여전히 페어 플레이를 강조하지만, 현실은 그것이 인정되지 않을 때가 있다.인간의 욕망과 유혹이 그것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서로에게 공통된 이익이 돌아가면 좋으련만 ,오로지 1등이 모든 것을 독차지 하는 현실을 볼 때, 우리 사회의 추악하고,더려운 사회적 단면을 느낄 수 있다. 평등과 공정을 강조하지만, 여전히 우리는 1등, 승리와 성공을 꿈꾸며 살아간다. 딱 한사람만 기억하려는 인간의 심리가 만들어낸 발레 소설이며,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고 부를 자격이 되는 것인가 스스로 되물어 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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