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참 좋아
이은소 지음 / 새움 / 2023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8년, 영화 '해피 투게더' 를 보고 짧은 이야기를 썼습니다. 그때 짧은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주'였습니다. 그 이야기는 오랫동안 불룩한 모니터가 있는 데스크톱 하드 디스크에서 플로피 디스텟으로, 플로피디스켓에서 몇 대의 데스크톱으로 옮겨 다니다가 유에스비에서 오랫동안 머물렀습니다. (-7-)

소주,.

준영이가 소,주, 하고 내 이름을 부를 때면,

나는 그 아이에게 대우주를 본다.

그 아이, 김준영. 일천억 개의 은하처럼 아름답고,

이천억개의 별처럼 반작인다.

준영이는 봄이다.

준영이는 별이다.

봄밤 북두칠성과 목자자리 아르크투루스.

처녀자리 스피카가 그리는 대곡선이다.

준영이는 별처럼 빛나고, 봄처럼 따사롭고, 곡선처럼 부드럽다. (-30-)

준영이는 엄마의 부러움과 칭찬을 타고 내 삶으로 들어왔다.나는 준영이를 시기하고 미워하는 대신에 좋아하게 되었다. (-34-)

"나 게이야."

앗! 내 뒷덜미를 향한 소주의 주먹이 날아오고 있었다. 내가 말을 뱉는 동시에 소주의 주먹이 내 안면을 가격했다. 하이 릴 훅이었다. 몸통이 비틀리면서 나는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얼굴을 맨땅에 처박았다. 간밤에 비가 뿌린 축축한 기운이 내 뺨에 스며들었다. 입춘에 내리는 비는 봄비가 아니었다. 겨울비였다. 뺨이 너무 시렸다. (-69-)

그래. 참 재미있는 상황이긴 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한 복판에서 '퀴어 문화축제'가 열리고 있다. 하지만 이곳을 지나는 대부분의 사람은 이 '퀴어' 한 축제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어떤 이들은 축제 한가운제에 앉아 결혼식 신부의 인물이 빠진다느니, 신랑이 돈을 얼마를 번다느니, 시집에서 집을 어디에 얻어 줬다는 둥 일상적인, 하지만 내겐 그 무엇보다 '퀴어' 하게 들리는 이야기들을 하고 있었다. (-123-)

"다만 니 세상이 널 얼마나 힘드게 했을까.앞으로 네가 이 세상에서 얼마나 힘들게 살아갈까. 그걸 생각하니 속상해서 우는 거야. 네가 게이라서 , 사람들이 네가 게이라는 것만 보고, 네 모습을 보지 못할까 봐, 네 좋은 모습을 보지 못할까 봐. 그게 속상해서 우는 거야." (-182-)

2003년 4월 일 만우절, 만우절 같은 일이 일어났다. 홍콩 배우 장국영이 죽었다.그는 양조위와 동성애 홍콩 영화 해피투게더를 찍었으며, 그것이 문화계에 큰 풍파를 일으켰다. 퀴어, 게이에 대해 불편한 시선을 감추지 못했던 대한민국이 퀴어 축제를 인정한 것은 시간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소설 『날씨가 참 좋아』의 앞부분에 해피투게더가 등장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남자 동성애 영화, 게이에 대해서 작가는 『날씨가 참 좋아』 에서 말하고자 하였다. 주인공 김준영과 강소주라 부르는 아이,둘은 서로 사랑하엿고, 게이처럼 보인다. 둘은 사랑을 속삭이는 동시에,서로 혼란스러웠다.사회가 인정하지 않았고, 죄인 아닌 죄인이 되어야 했다. 게이도 인정하지 않은 사회, 퀴어 축제에 대해 여전히 반대하는 사회적 분위기,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은 척 해야 했고, 숨죽이면서 살아야 했다. 사랑은 여전히 남자와 여자 사이에 존재해야 한다는 인식과 편견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 숨어있는 배척과 단절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었다. 사랑을 포기하지 않는 아이들, 그 들이 보여주는 사랑의 메시지, 남들은 알수 없는 ' 날씨가 참 좋아'라는 메시지는 그들에게 '사랑해' 라는 숨은 의미를 내포한다.앞으로 서로 다양한 사랑을 인정하고, 서로의 사랑 뿐만 아니라, 앞으로 결혼에 대해서, 가정을 꾸리고 건강한 삶,인생으로 나아가기 위해서, 사회가 할 역할, 개인이 해야 할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할 때이다. 사랑에 있어서, 타인에게 도덕적인 폐해를 끼치지 않는다면, 그들에게 서로 사랑할 수 있는 자유를 허용해야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