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라비, 밝음이 안으로 들어오니 어둠이 밖으로 나가네
김종봉 지음 / 헬로북스 / 2022년 11월
평점 :
절판












형은 여러모로 특별한 영향을 주었다.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이었다.졸업 여해을 갔다 오면서 사 온 족자가 방 한 모퉁이에 걸려있었다. 제목은 '귀감 龜鑑'이었다.

"안된다는 말은 하지 말고 해 보아라. 어떻게 되겠지 하는 생각은 버리고 어떻게 하겠다는 의지를 가져라. 새로운 생각 새로운 방법을 잊지 마라. 계획은 아무리 잘 짜도 부족하다. 결함이 있으면 대담하게 즉시 고쳐라."

그날 이후로 족자 속의 글귀는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앗다. (-12-)

"무슨 소용 있노." 는 얼마 동안 간화선의 참구參究 시 사용되는 화두마냥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슬퍼하는 자녀들에게 부질없음을 타박하는 말이었을까? 정작 인생무상의 깨달음을 들려주시고 싶었던 것일까? 홀로 되신 후 일평생 자식 여섯을 다 키워내시면서 그중 아픈 손가락에 대한 애절함이었을까? 역사 속의 수많은 사람들이 최후의 순간에 인생의 덧없음에 회한을 남겼듯 장모님도 삶의 막바지에서 새상사의 무용함과 무상을 이야기하신 것일까. (-49-)

"세라비 C'est la vie" 라고 했던가. 우리네 삶이 그렇게 화려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웃을 일이 없는 것은 아니다.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좋은 결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시간이 흐를 수록 허전하고 외로운 듯하지만, 그렇다고 우리에게 곁을 내어주는 사람이 없는 것도 아니다. 더 가지면 행복할 줄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자기 복은 자기가 짓는다'라는 마음으로 살다 보면 뜻하지 않은 행운을 만나기도 한다. (-97-)

"국세청의 주요 임무 중 하나가 탈세를 밝혀지는 일이다. 반면 탈세 이후에 일어나는, 탈세를 통해 조성한 비자금을 뇌물로 주거나 그것을 이용한 또 다른 범죄행위를 추적하여 징악하는 것은 검찰이나 경찰의 역할이다. 재미나 흥미는 극적이고 통쾌하면서 자극적인 장면도 필요하다. 세무조사 과정을 통해서는 기대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152-)

1990년대 중반 즈음으로 기억한다. 국세청 본청에 근무할 당시다.미국 대사관 옆을 지나는게 경찰 지프차에서 내리는 한 사람의 모습이 낯익었다. 고등학교 친구였다. 그날따라 대사관 주변 졍비근무가 있었던 것 같다. 7,8월의 땡볕에 검북게 그을린 모습이다. 학교 다닐 때도 얼굴이 검은 편이라 놀리는 친구들이 있었는데 그 시절이 연상되어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그 친구는 요즘 SBS 에서 방송중인 드라마 <악의 마음을 읽는 자들>의 모티브가 된 프로파일러의 선구자,윤외출 경무관이다. 현재는 경상남도 경찰청 수사부장으로 근무 중이다. (-200-)

시간을 과거로 되돌려 1980년대 중반 고향에서 겪었던 일이 문득 떠오른다. 나이 지긋하신 친척 한 분이 필자가 세무공무원이라는 이야기에,"아, 밀주 단속하는 사람!"이란 말씀을 했다. 예전 어느 땐가 쌀이 부족하여 가정에서 술빚는 것을 금지했다고 한다. 세무공무원이 밀주 단속을 나갔던 모양이다. 그럴 때마다 동네 아주머니들이 술독을 머리에 이고 뒷산으로 피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고 한다. 필자도 잘 모르는 밀주 단속원에 얽힌 내용이다. 지금 돌이켜 보면 그 친척은 분명 세금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분이다. 그분의 TQ 와 아인슈타인의 TQ 가 궁금해진다. (-237-)

마산고, 세무대학을 나와 , 국세청에서, 20년 근무, 법무법인 (유) 율촌에서 6년 넘게 근무하였고, 세무법인 대표로 10년, 세법 강의를 시작한지 10년이 지났다. 저자 김종봉님의 간단한 이력이다.하지만 『세라비, 밝음이 안으로 들어오니 어둠이 밖으로 나가네』에는 세금에 대해서 대해 말하지 않는다. 에세이집으로서, 자신의 과거를 반추하고,나와 나의 장모님,그리고 아내와 어머니, 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책에서 배운 지식, 직장에서 얻은 경험도 중요하지만, 그 무엇보다 자신의 삶의 가치관에 영향을 주었던 이들은 가까운 가족이다. 여기서 가족이란 형제 뿐만 아니라 아내, 장인,장모도 해당된다.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주어진 삶에 최선을 다한다는 것은 말처럼 가볍지 않았다. 삶을 반성하고,성찰하며, 나의 주어진 삶의 시간에 대해 책임지려 한다. 내 앞에 놓여진 삶에 있어서,'세라비'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살다보면 한계에 부딪칠 때가 있다.전혀 해보지 못한 것을 해야 하는 순간이 있다. 그럴 때,도피하고, 회피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혁신과 변화에서, 성장과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잇도록, 삶에 대한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바로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처음이라 하더라도, 첫 도전이라 하더라도, 실패,성공에 염두를 두지 말고 , 피하지 말고 즐겨라였다. 주어진 인생에서 행운과 기회는 거져 오지 않는다. 때로는 창피할 수 있지만, 결국 흘러가는 것에 불과하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이 여기에 있다. 삶을 견디며, 나의 삶에 대한 이해, 채워지지 않는 경험에 대해서, 꼼꼼하게 살펴보고, 나의 삶에 대해 이해하는 것이 우선 필요하다. 더 나아가 나의 삶에 대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어야 나에게 주어진 삶을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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