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찬란 실패담 - 만사에 고장이 잦은 뚝딱이의 정신 수양록
정지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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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선생님이 나를 믿느냐는 조금 다른 문제다. 나는 나아지다가도 금방 제자리로 돌아오는 환자고, 치료가 7년차에 접어들었음에도 여전히 불안정한 사고뭉치이기 때문이다. 정신 산만하고, 늦잠 자고, 툭하면 우는, 사소한 버릇들조차 고치지 못했다. 솔직히 고백하면, 가끔 선생님 얼굴에서 나에 대한 회한과 허탈이 스치는 것을 목격할 때도 닜다.그렇지만 그런 선생님의 눈으로 보는 내 모습이 이제는 밉지 않다. 내 삶엔 여전히 두세 가지의 정신과적 질환명이 다르지만, 이런 멋진 멘토와 함께라면 앞으로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29-)

수백개의 악플을 받아본 후 내 일상에 달라진 게 있다면, 인터넷 공간에 그 어떤 댓글도 달지 않던 내가 이제는 의무적으로 일정 개수의 선플을 단다는 거였다. 애석하게도 좋은 댓들은 나쁜 댓글을 상쇄하지 못한다. 좋은 댓글이 주는 긍정적 에너지와 나쁜 댓글이 가져오는 참담함은 각자 다른 영향력을 지닌다. 하지만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행동이 무의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내가 남기는 조각글이 어떤 이의 슬픔을 단번에 가져가진 못해도 괜찮다. 세상이 온통 악의로 가즉하다는 누군가의 생각에. 그래도 아직 세상은 따뜻하지 않냐는 반문의 계기가 될 수 있기르 바랄 뿐이다. (-35-)

PC방 폐인으로 살다 교통사고가 날 뻔한 뒤로는 한동안 자숙기산을 가졌다. 분명 가졌었다. 시간이 흐르고 자괴감이 희미해지자 ,나는 슬슬 스마트폰 미니 퍼즐 게임들을 시작했다. 내심 아이온처럼 캐릭터에 자아 의탁하기 쉬운 게임만 아니면 괜찮겠다 싶었다. 그러나 캔디 크러시 사가라는 보드 게임에 빠지면서 그 또한 착각이었음이 드러났다. (-111-)

대학시절 내 성적은 그야말로 엉망이었다. 졸업 후 만나본 사람 중 나보다 성적이 낮았던 경우를 본 적이 없다.나는 그해 45명의 졸업생 중 44등이었는데, 내 뒤에 계신 한 분은 중국인 교환학생이었다. 문예창작과라는 전공을 고려하면 그분이나마 이겼다고 기뻐할 일이 아니었다. 대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뭘 한 걸까? 돌이켜 보니, 미친 듯이 아르바이트를 했던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135-)

'외롭다'는 감각은 '지금의 초라한 나에게서 눈을 돌릴 대상이 필요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모든 것이 타인에게서 비롯된 것도 아닌, 타인으로도 해결할수도 없는 내 문제였다. 언젠가는 좋은 사람을 만나 다시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지만, 그땐 아마도 내가 더 외로워진 시점이 아니라 더 충만해진 후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171-)

좋은 일은 널리 알리고, 미담은 다른 이들엑 말하라고 했다. 누군가에게 배울 점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일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함점이 있다. 우리 앞에 놓여진 세상을 반만 들여다 보고, 관심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느 교육을 강조하면서, 서열화하면서 경제발전을 가속화했다. 그로 인해 1등만 기억하게 되는 세상이 되고 만다.1등은 성공하였고,등은 성공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금메달은 성공이고, 은메달은 실패다. 그래서, 그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실패담, 2등은 기억하지 않는, 말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제 바뀌어야 한다. 꼴지도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고, 기억할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 이유,꼴지 후기담을 말할 수 있어야 우리는 건강한 사회로 바뀔 수 있다,타인을 비판하고, 조롱하고, 악플을 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사회에 만연되어 있는 성공 지상주의에 빠져 있어서 그런 거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책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바로 실패를 말함으로서 얻는 행복과 용기, 희망이다. 실패를 말함으로서, 행복해질 수 있고, 용기를 낼 수 있으며, 희망을 느낄 수 있다. 내 삶에 의미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에게 너그러워지는 것도 중요하다. 저자는 첫번 째 책에서, ADHD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가 악플이 달렸다고 한다. 그순간 부모님이 생각났다고 말한다. 너무 이상하게 느껴지지만, 너무 공감이 갔다. 전교 1등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꼴지가 된 나에 대해서 말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나의 흑역사는 수치심,부끄러움, 감춰야 하는 것이 아닌, 하나의 삶의 경험이기 때문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 된 것은 우리 스스로 실패담을 말하기를 꺼려 하는 것은 아닐런지,저자는 자신의 실패 이야기를 통해서, 나에 대해 인정하게 되고, 나에 대해 너그러워졌다,.그리고 자신을 타인에게 어필할 수 있었고, 내 눈앞에 놓여진 후회를 감당할 수 있다. 반복된 실수라도 얼마든지 우리는 바꿔 나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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