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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세현의 통찰 - 국제질서에서 시대의 해답을 찾다
정세현 지음 / 푸른숲 / 2023년 2월
평점 :
대학 시절, 이용희 교수는 이런 말씀도 자주 하셨다. "외교의 세계에서는 내 나라가 아니면 모두가 남의 나라다. 여러분들은 앞으로 외교관이 되더라도 남의 나라 이익을 위해서 종사하는 외교관이 되지 말고, 내 나라의 이익을 위해서 고생하는 그런 외교관이 돼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일을 해야 한다. 국제정치의 세계에서 내 나라와 남의 나라를 분별하는 습관을 들이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어느 국가의 이익을 위해서 분주하게 뛰었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어리석은 결과를 가져오게 될 것이다." (-7-)
모두가 평화를 원한다고 말한다. 2018년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을 지켜보면서 더 안정적인 평화를 누릴 수 있을 것 같아 몹시 설레었고, 하노이 회담의 결과는 그만큼 아팠다. 왜 우리에게 평화는 이렇게 어려운가? 한반도의 평화는 누가 결정하나? 2022년 우크라이나 사태는 충격이었다. 우크라이나가 나토(NATO) 에 들어가겠다는 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이유란다. 왜 우크라이나는 온전히 자신들의 뜻에 따라 나토 가입을 결정하지 못하나? 누가 우크라이나의 평화와 전쟁을 결정하나? 도대체 무엇이 세계를 움직이나? (-17-)
우리나라에서도 중국을 지나로 지칭한 적이 있다. 1919년 3.1 기미독립선언서에 지나가 나오고 , 《한국통사》 (1915) 를 쓰고 임시정부 2대 대통령을 지낸 백암 박은식 선생도 중국을 지나로 불렀다. 아마 우리한테도 중국은 이미 천하의 중심이 아니라는 인식이 있었지 않나 싶다. (-83-)
비록 소득 격차가 있어도 굶어 죽거나 아파도 치료 못 하고 죽는 사람이 없는, 전체적으로 그럭저럭 살 만한 세상, 1인당 소득이 1만 달러라는 꿈은 2020년 말 통계로 달성됐다. 그러자 2021년에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축하 친서를 보냈고, 시진핑 주석은 "나는 우리 인민들과 조선의 인민들을 위해서 도울 수 있는 것은 얼마든지 도울 수 있다"라는 내용의 답장을 보냈다. 두 번째 백 년의 꿈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수립된 1949년으로부터 100년이 되는 2049년에는 GDP 총액 면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질러 G1이 되겠다는 거다. (-131-)
1990년대 시작된 미국 일방주의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통한다. 미국의 힘이 쇠퇴 중이지만 아직 그 사실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많다. 중국은 망할 수 있어도 미국은 영원하다는 신화 비슷한 것이 있고, 미국은 그런 믿음에 읩지해서 지금 세계를 지배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142-)
김영삼 정부는 그전 군사정부와 달리 미국에게 당당했고, 독자적으로 자국 중심성을 좀 챙겨보려고 했다. 그런데 미국은 동맹을 앞세우고 행동을 제약하는 '한미공조' 라는 원칙의 굴레를 씌워서 결국 또 그들이 하고 싶은 대로 우리를 끌고 갔다. (-150-)
4월 말 평양에 가서 내가 노무현 대통령의 도리론을 설명했더니 북측 회담 대표단장이 열심히 적었다. 내가 봐도 북한 사람들이 감동하는 것 같았다. 아마 '김대중보다도 노무현이 한 수 위'라고 생각했을 거다. 그리고 미국의 5자 회담 의사를 전달했다. 그랬더니 북한은 "중국을 못 믿겠다. 요즘 중국이 완전히 미국 편이다.그런 중국을 왜 계속 회담에 끌어들이느냐. 미국하고 북한이 일대일로 회담을 해야 한다."며 버텼다. 그래서 내가 "지구상에서 평양 편을 들어주는 데는 중국 밖에 없는데 중국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 만약 중국이 미더우면 당신들이 러시아를 끌어들여서 6자 회담을 만들어라" 했더니 막 받아 적었다. 미국이 제안한 5자 회담을 6자 회담으로 키워서 북한의 아이디어로 만들라는 것은 대단한 보너스 팁이었을 거다. 미국으로서는 원하던 다자 회담이고, 북한 입장에서는 질질 끌려가는 모양이 아니니 좋고, 우리 입장에서는 어쨌든 우리가 끼는 다자회담인 데다 실질적으로 새로운 아이디어까지 주었으니 생색도 나고 , 또 중간자,조정자 역할도 할 수 있게 되어 두루두루 좋은 거였다. (-160-)
북한 입장에서는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진 한국이 더 무섭다. 그동안 북한이 위협해도 전시적전통제권을 가진 미국 입장은 국지전도 부담이니 '한대 맞고 끝내라' 였다. 그런데 한국이 전시작전통제권을 가지면 '때릴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한국은 국방비를 매년 8퍼센트 증액하고 있다. (-172-)
프랑스도 미국이 불편하면 대든다. 독일도 때로는 미국에 상당히 비판적으로 나가고 안보리 상임이사국보다도 훨씬 더 강력한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국제적 위상이 올라간 만큼 외교에서 자국중심선을 발휘한다. 독일 사람들의 오기나 민족성 때문이 아니라 독일이 가지고 있는 경제력 덕분이다. 경제력이 있는 나라들이 그렇게 자국 중심적으로 행동하는 걸 봤으면, G10,G9이 돼서 우리를 죄지우지하려는 일본을 걷어찰 수 있는 힘이 생겼으면, 미국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 사이의 국력 격차 뿐만 아니라 한국과 미국 사이의 국력 격차도 좁혀질 거다. (-264-)
한국은 북한과 분리되어 있으며, 경제력에 있어서, 선진국 반열에 올라가 있다. 그러나 여전히 친명 사대주의의 사고방식을 여전히고수하고 있으며, 명나라에서, 미국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중국에 조공을 바친 과거의 조선의 역사가 현재는 미국에게 조공을 바치고 있는 형국이다.그 대표적인 사례가 전시작전권 회수문제과 사드 배치에 있다.
즉 보수 정치인들은 친미, 친일 외교정책을 고수할 때가 있다. 반면 진보 정치인은 친북, 반일 정책을 고수하고, 미국과 대등한 관계를 가지고 싶어한다.이런 상황이 우리의 외교전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요동치는 이유고,여전히 사드 배치에 대한 논란과 전시작전권 회수에 대해 미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언론이 때릴 때는 이유가 있다. 외교에 있어서, 정부가 견지하는 어떤 외교정책에 항상 언론이 우호적인 것은 아니다. 우리에게 유리한 외교라 하더라도, 언론의 뭇매를 맞을 때가 있다. 노무현의 외교정책이 그러하였고, 문재인의 외교정책 또한 그러하다. 반면, 이명박, 박근혜, 윤석렬 정부 당시에 언론은 상당히 조용한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여기서 외교관은 좌고우면하면 안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적시하고 있다. 한국에게 이로운 선택을 할 수 있어야 하며, 자칫 우리에게 이로운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 이롭지 않은 외교도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그 과정은 그 정부가 끝난 뒤,시간이 흘러서 외교 전에 대해 과오를 볼 때, 이해가 되며, 원인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때로는 정책에 대해서, 정부에 대해서, 잘못된 선택도 할 수 있다는 걸, 정세현전 원광대학교 총장이 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정학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중국, 미국,러시아, 일본,북한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외교전에 있어서 항상 고민하게 되고, 잘못된 외교가 크게 티가 날 때도 있다.그렇다고 조심스럽게 외교정책을 해서는 안된다. 때로는 강경한 태도로,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어야 하며, 평등한 외교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특히 경제적을 상당히 우위에 있는 대한민국은 앞으로 통일을 위해서도,북한을 상대할 때,유리한 입장을 견지하기 위해서라도, 전시작전권을 회수해야 하는 명분은 충분히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