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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케이크 - 삶의 달콤함을 만드는 나만의 방식들, 2022 중소출판사 콘텐츠창작 지원사업 선정도서
송월화 외 지음 / 북산 / 2023년 1월
평점 :







"월화야, 외과 의사에게 칼이 무기라면,
내가 의사에게는 약이 무기란다.
무기를 함부로 쓰지 마렴."
숨고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다. 모든 처방에는 책임이 따르거늘, 우리 약인지도 잘 모르면서 어떻게 처방했을까. 못 자고 못 먹다 보니 제정신이 아니었나 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성분과 용법을 모르는 약은 처방하지 않았다. 처방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 자꾸 까먹더라도 매번 약전을 열어보았다. 이 습관이 지금도 남아있는 걸 보면, 스승님께 감사하다. (-13-)
레보티록신이 나에게 특별한 이유는 비단 내가 갑상선암 수술 후 이 약을 먹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다.내가 가장 많은 생명을 구한 약이 아마도 레보티록신일 것이며, 나름 필살 무기이기 때문이다. (-20-)
마지막 추억담은 미술 과목을 가르치셨던 중학교 2,3학년 때 담임선생님을 찾아뵌 일이다. 2년이나 연속해서 담임선생님이었기에 내게는 특별했고 많은 은혜를 입었으나 졸업 후에 한 번도 찾아뵙지 못해 평생의 숙제 같은 느낌을 품고 살았었다. 잘 되면 연락드려야지, 성공하면 찾아뵈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있다가 이러다간 평생토록 못 뵙게 될 것 같은 두려움이 생겨 연락처를 수소문해서 전화번호를 알게 되었다. 2022년 스승의 날 즈음에 전화를 드렸는데 통화 연결음이 울리는 짧은 시간 동안, 내게는 특별한 선생님이지만 가르치셨던 수많은 학생 중의 하나로 기억조차 못하시면, 선생님도 미안해할 것이고 나도 실망스럽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했다. 다행히도 사반세기가 넘는 시간이 흘렀으나 선생님은 나를 알아봐 주셨고 예전의 목소리가 남아있다고 하시더라. 몇 주 후 선생님께서 사시는 대구의 어느 한정식집에서 드디어 선생님을 뵙게 되었다. 차를 몰고 약속 장소에 가면서 절대 울지 말자고 결심했는데 큰 절을 드리는 순간 눈물이 터져 나오더라(-60-)
7인 7색, 일곱 작가의 인생이 담겨진 『당근케이크』 다. 사람을 생각하며, 관계를 생각하며,감정과 생각을 담아내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상기시키고 있었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은 타인을 가벼이 여기지 않는다. 일곱 작가는 자기만의 직업을 가지고 살아가며, 나름 성취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있다.
첫번째, 내분비내과 의사 송월화님의 소소한 삶을 보면 약 처방과 한 사람의 인생을 연결해 나간다.어떤 약은 어디에 쓰여져야 하며,어느 정도의 성분이 있어야 하며,어느 정도 필요한지 아는 것이 우선이다. 외과의사는 칼을 소홀히 하면 안되는 것처럼, 내분비학과는 약을 생명을 살리는데 쓰여져야 한다. 환자에 다라서, 약의 성분과 용법이 정확해야 한다. 단 하나의 실수가 치명적인 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완벽과 신중함이 요구된다.
두번째, 이야기를 보면, 코로나 19 펜데믹 이야기가 나온다. 삶이 격리되고,단절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이별, 관계가 소원해지고 있다.그럴 수록 나를 스스로 지킬 수 있어야 한다. 함께 일을 도모하면서,협력하며 살아가는 게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했던 우리의 삶이 어느 순간 혼자가 되는 일이 발생할 수 있다.그 혼자일때 내 삶을 성찰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그 삶을 온전히 견디고 기다릴 수 있어야 나의 삶의 내면은 조금씩 강해질 수 있다.
마지막 이야기 속에는 특별한 선생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사람의 선생님은 나의 인생을 바꿔 놓는다. 미술애호가 손수천님에게 미술 선생님에 대한 기억은 소중하고, 의미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미술 선생님을 찾아뵙고,자신이 자랑스러운 제자로 거듭나기 위해서, 당당해지고 싶었다. 그리고 선생님을 뵙고, 자신을 몰라볼까 싶은 그 마음도 느껴진다. 특별한 선생님앞에서, 특별한 제자로서, 설레임과 떨림, 시간이 지나 다시 보비고 쉽은 소중한 선생님이 있다면, 나의 삶의 의미와 가리를 스스로 만들어 나간다.그것이 내 삶을 보전하고, 타인에게 배려와 이해로 다가갈 수 있는 인생의 변화가 쌓일 수 있다. 주어진 삶에서,나에게 필요한 인생이야기가 모여들었고, 삶의 소소한 이야기가 모여들게 되면,내 삶의 가치관에 변화가 생길 수 있고,삶의 위로와 치유를 얻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