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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에서 온 평양 여자
오혜선 지음 / 더미라클 / 2023년 1월
평점 :
다행이 우리 집안은 북한에서 핵심계층이라고 하는 빨치산 가문이었다. 증조할아버지 오봉삼은 독립운동가였고 아들 여섯 형제도 모두 반일 운동에 참여했다. 그중 둘째인 나의 할아버지 오도현은 농사짓는 형재들의 덕분으로 가문에서 유일하게 중학교를 나왔다고 한다. 하지만 반일운동에 나섰다가 해방된 조선을 보지 못하고 큰 형님, 넷째 동생과 함께 만주 광야의 무주고혼이 되고 말았다. (-15-)
교도장에서 첫사랑을 만나기 전까지는 전혀 모르는 사이였다. 그는 러시어과, 나는 영어과에서 공부했고 교도장에서는 같은 중대였지만 그는 지휘소대, 나는 여성 소대에 속해 있었다. 우연히 그와 보초 교대가 겹치면서 사귀게 되었다. (-50-)
북한은 가난한 나라지만 세상에서 유일하게 세금이 없는 나라다. 북한식 사회주의 무상치료제도와 무료교육제도가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자랑하는 나라다. 철없던 대학시절에는 나도 북한의 복지제도에 대해 열심히 선전하던 적이 있었다. 대학 4학년에 진학하던 해, 평양에서는 아시아 지역 세계 보건상 회의가 진행되었다. 나는 태국 대표단에 동원되어 태국 보건상과 함께 온 여의사의 통역을 맡게 되었다. 미래의 외교관이 될 꿈을 안고 나는 대외 일군 강습에서 배운 대로 북한의 사회주의 우월성에 대해 기회가 나는 대로 외국인들에게 선전하곤 했다. 특히 북한이 실시하고 있는 무상치료제도과 무료의무교육 제도를 칭찬하면서 세상에서 유일무이한 세금없는 나라라고 자랑스럽게 말했다. (-142-)
한국드라마를 보려면 검찰이나 보안원을 끼고 있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를 그제야 깨달았다. 단속하는 사람들도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단속을 좋은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었다. 그들 자신도 단속 과정에 회수한 한국 드라마를 저희들끼리 돌려보거나 돈을 받고 팔기도 했다. 나중에 북한 당국은 주민들 사이에서 확산하는 한국 드라마 열기를 막기 위해 단속반원들이 돈을 받는 것도 문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받은 돈을 상여금으로 보여주겠다며 무자비한 색출을 지시했다. 그래도 한국 드라마 열기를 막을 수 없게 되자 다음 대책으로 전국민을 대상으로 자수 노름판을 벌이기도 했다. (-206-)
2020년 1월 어느 날, 남편은 국회의원으로 출마하면 어떻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처음에는 농담으로 여겼다. 실없는 농담으로 나를 ㅈ바주 웃기곤 했지만 얼토당토 않은 말에 조금 짜증이 났다. 언감생심이지. 탈북민으로 감히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럱데 그의 말을 증명이나 하듯 전화가 분주히 오기 시작했다. 대충 들어도 출마에 관해 그가 한 말들이 사실이었다. 가슴이 떨렸다. 어떻게 당선된단 말인가. 괜히 헛된 꿈으로 고생만 하다 떨어지면 어떡하지. 걱정이 앞서 무작정 막았다. 절대로 하면 안 된다고.지금처럼 사회단체나 열심히 운영하면서 통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고 설복했다. 하지만 며칠 후 뉴스에 오르내리더니 정말 보수당의 강남 갑 국회의원 후보로 특별 공천을 받게 되었다. (-302-)
저자 오혜선은 탈북민으로서, 2016년 8월 한국에 망명 신청 후 입국하게 된다. 물론 혼자가 아닌 주혁,금혁 두 아들과 남편과 함께 탈북하였다. 엘리트 출신 외교관으로서, 두 사람은 영국 런던에 정착하여, 북한 깅정일, 깅정은 체제를 위해 일해왔다. 1990년대 북한 경제가 어려운 가운데, 북한이 요구하는 경제와 외교 전면에 나서, 손과 발이 되어 살아온 것이다. 엘리트 외교관으로서 , 보여준 북한의 삶, 평양 사회의 모습, 북한 사람들이 생각하는 사고방식은 탈북 후 위에게 어떤 변화와 영향을 미치게 될지 미리 예측해 볼 수 있다.
저자 오혜선의 남편은 국민의 힘 정당 국회의원 태영호였다. 아들을 키우면서, 자신도 남편따라 외교관이 되고 싶어했다. 영어를 잘하는 오혜선과, 러시아어를 잘하는 태영호, 첫째 아들 주혁은 어려서부터 아픈 상태에서, 고통스러운 나날을 보냈고, 우여곡절 끝이 치료하였다. 무상복지, 무상 의료에 대해 김정일 영도자의 고마음이라고 산전하였던 두 사람이 왜 탈북했는지 , 탈북 이전의 삶과 탈북 이후의 삶을 대조하는 과정에서, 통일이후 대한민국은 어떤 준비가 필요한지 깊이 고민한다.
두 사람이 탈북한 계기는 토대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빨치산 항일 출신 외교관으로서, 퇴직 이후의 삶이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보았던 대한민국의 삶의 질에 대해,아들이 런던에서, 북한의 법에 위배된 행동들이, 자유를 갈망하였던 계기였으며, 자신의 삶보다 자녀의 삶이 더 우선하였다.탈 북 이후 볼모가 되어질 북한에 남겨진 두 부부의 가족들, 친인척들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탈북을 망설였다. 그것이 결정적인 이유였지만, 아이들의 미래와 자유를 포기할 수 없었고 탈북하게 된다.
이 책을 읽기전 국회의원 태영호에 대해서, 선입견, 편견을 가지고 있었다. 두 사람은 북한 엘리트이며, 외교관이다. 말 그대로 북한 김저은 체제의 앵벌이 외교관으로 살아왔다. 그들의 과거와 현재를 본다면,미래를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그들은 진심으로 북한 사회의 미래를 걱정했으며,자신의 삶 또한 걱정되었기 때문에, 자신의 삶보다 자연의 삶을 더 우선하였다.물론 남북한이 통일되길 바라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