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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 - 춤을 만나고 인생을 배웠다
팝핀현준 지음 / 시공사 / 2023년 2월
평점 :
찰리채플린의 천재성과 위대함은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모두가 알 만큼 훌륭하지만, 내가 그를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의 열정과 재능이다. 타고난 재능을 어떻게 키워내느냐는 바로 열정에 달려 있는데, 구멍 낸 악보처럼 무언가에 미쳐 있지 않으면 명작들을 만들어내기 어려웠을 것이다. 미쳐 있지 않으면 아무 것도 만들어낼 수 없다. (-20-)
한번은 준비된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아 스타일리스트에게 나에겐 어울리지 않는 것 같아 입기 싫다고 말했더니 그 옷을 내 얼굴에 던져버렸다. 머리 염색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안된다면서 내가 하기 싷었던 뱅 헤어로 앞머리를 잘라야 한다고 했다. 싫다고 했더니 "어머, 너 그거 싫어? 하기 싫어? 얘, 얘는 아무 것도 해주지 마"라고 다른 사람들이 다 듣도록 면박을 줬다. (-49-)
고난도 기술을 보여주는 건 선생이 제자에게 하면 되는 일이고, 보는 이들이 만족하는 무대를 보여주는 건 광대가 관객에게 하는 일 아닌가. 난 광대다.<보이스킹>에 올렸던 무대 <어떤 이의 꿈>.이 작품에서 난 '조커'를 통해 '광대'로서의 삶과 역할에 대한 메시지를 전했다. (-121-)
난생 처음 올라간 무대에서는 아무것도 드리지 않고,보이지도 않았다. 앞이 어디인지도 구분이 안됐다. 태어나 그런 그분은 처음이었는데, 그때 난 그저 동네 녀석들과 춤추고 주노 형 앞에서 재롱이나 부리던 애송이였다는 걸 깨달았다.
같이 무대에 섰던 영턱스클럽의 최승민 형은 그래도 팬이 있어 이름이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응원하는 분이 계셨다. 장면 아무 것도 없이 벌거벗겨진 채 홀로 무대에 선 것 같은 나는 낯선 분위기와 압박감에 위축됐다. 음악도 안 들리지, 앞도 안 보이지....어떻게 공연이 끝났는지도 몰랐다. (-189-)
"현준 씨 같은 사람을 알아보는 사람이 많지 않을 거예요.하지만 나 같은 사람은 알아봐요. 그거면 충분하니 더 많은 사람이 알아주지 않는다고 서운해하지 마세요."
이런 분을 만날때면 너무 감사하다. 다수가 알아주지 못하더라도 이렇게 그를 알아주는 소수가 있으니 현준 씨는 죽다가도 살아나는 그 힘으로 춤춘다고 한다. 팝핀현준의 예술 세계는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쭉 계속될 거니까.지금보다 더 많은 사람이 현준 씨의 진가를 알아주고, 계속해서 빛을 내지 않을까 기대하며 살고 있다. (-261-)
춤꾼 팝핀현준을 보면, 그의 예술혼보다 1977년 생 아내 국악인 박애리가 떠오른다. 불후의 명곳에서, 두 사람이 보여주는 한국색 가득한 국악과 서양의 장르 팝핀댄스 춤이 보여주는 궁합은 춤과 노래의 융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얻게 되는지 ,예술의 음악적인 아름다움을 두 부부를 통해서 느낄 수 있다. 서양의 춤을 상징하는 팝핀현준과 동양의 고운 선을 느끼게 해 주는 아내 박애리의 목소리는 한국적인 느낌을 강렬하게 느낄 수 있다.
팝핀현준은 팝핀 춤에 살고 팝핀 춤에 죽는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멤버 이주노를 보고 자랐다. 그가 보여준 춤꾼, 댄서로서 보여준 음악색채는 팝핀현준으로 이어질 수 있었으며, 그는 가수들의 뒤에 서 있는 백댄서 였으면서, 1996년에 데뷔한 영턱스 클럽에 , 1998년 영턱스클럽 4집부터 합류하게 된다. 이 책을 통해 그가 20년 이상 춤을 추는 광대로서 살아온 열정과 재능을 읽을 수 있다. 그가 보여준 춤은 단순한 춤이 아닌 예술의 성장과 성숙을 느끼게 해주는 팝핀 춤이다. 온몸을 불태우고, 춤이 끝날 때, 쓰러질 것 같다가도,그는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났다.그가 보여주는 예술적 살풀이다. 그가 보여준 땀과 노력은 헛되지 않았으며, 소수 팝핀현준을 알아본다 하여도, 그는 끝까지 광대로서 남을 것이다. 그러한 모습이 결국 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춤과 예술의 아름다운 향연을 보여주는 서양과 동양의 춤와 노래, 장르와 경계를 자유로이 넘나드는 예술인 팝핀현준의 인생 무대를 느끼게 된다.우리는 그의 성장을 보면서,광대의 예술적인 삶을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