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
김단한 지음 / 처음북스 / 2023년 2월
평점 :





지나가는 사람만 봐도 미웠다. 저 사람은 행복하겠지. 또 어떤 날은 그랬다. 저 사람도 내가 겪은 것을 다 겪어 봤을 까? 또 어떤 날은 그랬다. 그리 좋다고 웃고 있을까? 별 뜻 없이 마음에 미움이 솟았다. 마음이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종일 축축하고 눅눅한 마음을 끌어안고 살며 내가 내 마음의 눈치를 보는 날이 이어졌다.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내가 뭘 원하는지 모르겠고, 원하는 것이 있는지조차 불분명한 날들이었다. (-23-)
나무 하나가 자라기 위해선 여러 도움이 필요하다. 건강한 땅, 따스한 빛, 때맞춰 불어오는 바람, 달게 느껴질 비와 같은 것이 조화를 잘 이루어야 한다. 마음의 나무를 키우는 일에도 이러한 도움이 필요하다. 더 지치기 전에 적당히 볕을 쬐러 나가거나,불어오는 바람을 힘껏 들이마시는 일은 무조건 필요하다. (-94-)
기억이 생생할수록 물건을 배웅하느 시간은 자꾸만 길어지게 마련이다. 추억이 짙게 묻은 물건일수록 더 그렇다. 나의 좁은 방 안에 아직도 꿋꿋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옛 물건이 많은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몇 번의 유예를 거친 물건은 배웅하기가 더 어려워진다. 그래도 나는 조급하지 않다.이런 물건은 언제까지고 버릴 수 없을 것만 같다가도, 또 어느 순간 미련 없이 버리게 되기도 하니까. (-139-)
생각이 너무 많아서 탈이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은 뒤로 갈수록, 깊어질수록 그 무게과 크기를 더했다.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고 싶고, 뒷덜미를 당기게 만드는 것은 거의 '끝이 없는 생각들'이었다. 나는 생각의 꼬리를 스스로 자르는 법을 모르고, 누군가에게 토로하는 방식도 몰랐기에,생각에 자주 휘둘리며 살아왔다. (-149-)
책을 아주 조심스럽게 읽는 편이다.책갈피는 아주 얇은 종이로 된 것을 사용한다. 책에 자국이 남는 딱딱한 책갈피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책장을 접거나, 책들을 위로 가게 하여 엎어 놓는 일도 없다. 형광펜으로 마음에 드는 문장을 빛나게 한다든지 , 연필로 밑줄을 과감하게 긋는 일도 없다. 그렇기에 나의 책들은 내 부주의함으로 인해 모퉁이가 찍히거나, 커피나 물에 종이가 젖는 불상사가 아니라면 대체로 깨끗한 편이다. (-199-)
아홉살 정도 됐을 무렵, 나는 우리 아파트에서 소꼽놀이를 제일 잘 하는 사람이었다. 소꼽놀이를 잘한다는 것은 어떤 역할을 맡아도 잘한다는 뜻이다. 친구들은 아빠나 남동생과 같은 역할을 맡는 것을 싫어했다. 무조건,'엄마' 의 역할을 고수하는 친구들 덕에 나는 주로 '아빠역할을 맡았다. 그리고 그 역할을 곧잘 해냈다. (-245-)
나는 어떤 마음을 다 쓰고 나서야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어떻게 해야 기분이 좋아질 수 있는지,어떻게 해야 차분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해야 물음을 멈출 수 있고, 어떻게 해야 상처를 잘 아물 수 있게 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조금 더 일찍 알았다면 그만큼 울게 될 날도 줄었을까? 아니다. 울지 않는 방법을 알게 되었더라도,나는 울었을 것이다. 우는 쪽을 택했을 것이다. (-286-)
김단한 작가의 「다 쓴 마음은 어디다 버려요」 이다. 책에는 나의 삶과 나의 생각과 일치하는 문장으로 채워져 있었다. 일치하는 것이 많다는 것는 이 책을 통해 나를 돌아볼 수 있고,내가 좋아하고,내가 싫어하고,내가 마음속에 담고 있는 생각과 문제에 대한 해결을 찾는 방법까지 구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먼저 저자의 삶의 과거와 현재,미래를 보는 것이 흥미로웟고,호기심이 느껴지는 동시에 설레암이 보인다. 서레임은 희마과 감사로 이어질 수 있다.생각이 많은 사람은 생각을 잘 배출할 수 있어야 한다. 작가 김단한은 책을 쓰는 이유가 자신의 생각을 잘 배출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생각,느낌을 잘 배출하지 않으면, 병이 나기 때문이다.생각을 배출하 동시에 채울 수 있고,마음도 동시에 이병한다. 꼬리에 꼬리르 무는 생각과 마음을 비움을 통해 나눔을 실천한다. 책을 유난히 좋아하고, 책을 소중히 다루고, 추억과 기억을 꼽씹는 아이, 작가는 일상 속에서, 자신이 관찰하고,그 관찰에서 얻는 일상 속의 소소함을 자신의 생각으로 연결하고 있었다. 특히 우리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돋보였으며, 때로는 작가 특유의 강점도 인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면,독자들이 흔들일 수 있는,생각과 상황, 마음을 줄여준다는 것이다. 삶에 대한 해결책,상황에 대한 이해,나와 일치하는 생각,상처를 덜어내는 방법, 비슷한 생각이 많아지면,위기에서, 나를 스스로 벗어나게 이끌어 주며, 작가의 삶이 나의 삶에 반영 될 수 있다. 독서의 힘으로 생각을 잘 담고, 잘 배출할 수 있는 방법을 동시에 얻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