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1218 보물창고 23
강숙인 지음, 김시습 원작 / 보물창고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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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생은 마음속에 남아 있는 의심을 얼른 털어버리며 진심을 다해 대답했다.

"인연에 이르고 늦은 게 어디 있겠소. 어떤 인연이든 하늘이 맺어 주신 인연은 소중한 법이오.나는 우리의 인연이 부디 오래 계속되기만을 바랄 뿐이오."

그러나 아무래도 규수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아. 양생은 유심히 그 행동을 살펴보았다. (-23-) 「만복사저포기」

규수는 절 문에 들어서자 부처님께 예를 올리더니 흰 휘장을 쳐놓은 제사상 앞으로 가서 앉았다. 그러나 규수의 부모, 친척들과 절의 슨려들은 아무도 규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오직 양생만이 규수를 볼 수 있었다. (-34-) 「만복사저포기」

걱정이 담긴 이생의 시를 듣고 난 규수는 낯빛이 변하더니 이생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선비님 시를 읽고 나는 선비님과 부부가 되어 평생 변함없이 아내의 도리를 다하며 즐겁게 살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런데 선비님은 어찌 그런 나약한 말씀을 하십니까?" (-60-) 「이생규장전」

아내가 살아온 것이 분명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이생은 감격하여 기쁜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그 맹세를 잊으리오,부인이 설령 귀신이라 해도 나는 평생 부인과 함께할 것이오."

두사람은 다정하게 마주 앉아 그간의 회포를 풀었다. 그러다가 재산을 얼마나 도적에게 약탈당했는지 묻자 아내가 대답했다.

"조금도 잃지 않았어요.아무 산 아무 골짜기에 묻어 두었답니다." (-76-) 「이생규장전」

성안에 사는 홍생의 옛 친구 이생이 잔치를 베풀어 홍생을 잘 대접했다. 홍생은 술이 잔뜩 취해 배로 돌아왔는데 밤공기가 서늘하여 잠이 오지 않았다. 문득 '풍교에서 밤에 배를 댔다.'라는 당나라 시가 떠올랐다. 지금의 밤풍경과 흡사한 시였다. 홍생은 흥이 올라 근처에 있는 작은 배를 타고 달빛과 함께 노를 저어 물살을 거슬러 올라갔다. 흥이 다하면 돌아가려고 했는데 다다르고 보니 부벽정 밑이었다. (-105-) 「취유부벽정기」

친구들은 아무도 그 말을 의심하지 않았다.

그때부터 홍생은 선녀를 그리워하다 그만 병이 나고 말았다. 온몸에 기운이 하나도 없고 자꾸 여위어 가서 친구들보다 먼저 개성 집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몸은 좋아지지 않았고, 정신이 몽롱하고 말에 두서가 없어지더니 마침내는 자리에 드러눕고 말았다.

그러던 어느날 홍생의 꿈에 옅게 단장한 여인이 나타났다.

"우리 아가씨께서 선비님 이야기를 옥황상제께 아뢰었더니 상제께서 선비님의 재주를 아깝게 여기시어 견우성 밑에서 일하는 종사관으로 삼으라 하셨습니다. 지엄하신 옥황상제의 명이니 선비님은 어서 받드십시오."

홍생은 놀라 꿈에서 깨었다. (-121-) 「취유부벽정기」

명나라 성화(成化) 초년에 경주에 박생이라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유학에 뜻을 두고 열심히 공부하여 일찍부터 태학관에 다녔지만 한 번도 과거에 합격하지 못해 늘 불만에 차 있었다. 그는 높은 뜻과 빼어난 기상을 지녀 권세 앞에서도 굽히는 법이 없었는데, 사람들은 그가 의협심은 있으나 거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와 니야기를 나누어 보면 금세 그가 겸손하고 유순하다는 것을 알게 되어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를 칭찬했다. (-150-) 「남염부주지」

박생이 다시 질문했다.

"인간 세상에는 흉악한 기운과 요사스러운 도깨비들이 나타나 사람을 해치고 잘못되어 흘리기도 하는데 이것들도 귀신인 것입니까?" (-159-)

「남염부주지」

고려 때 한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젊어서부터 글을 잘 하여 조정에까지 글 잘 짓는 선비로 널리 이름이 알려져 있었다. 어느 날 해 질 무렵, 한생이 방에 느긋하게 앉아 있는데 홀연 푸른두루마기를 입고 관모를 쓴 관원 두 사람이 공중에서 내려와 뜰에 엎드렸다.

"박연에 계신 용왕님께서 선비님을 모셔 오라고 하셨습니다." (-191-)

「용궁부연록」

용왕이 말했다.

"선비는 인간 세상 사람이라서 당연히 모를 것이오. 첫째 분은 한강과 임진강이 합하여 흐르는 강, 조강(祖江) 의 신, 둘째 분은 임진강, 낙하(落河) 의 신, 셋째 분은 개성 서족을 흐르는 강, 벽란(碧瀾)의 신이라오.내가 선비와 함께 만나고 싶어 초대한 것이오."

서로 술을 권하는 가운데 풍악이 울리고 아름다운 여인 십여명이 나왔다. (-197-)

강숙인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 김시습의 금오신화」 은 1465년 31세 되던 해에 쓰여진 조선 최초의 한문 소설로 꼽힌다. 계유사화 (癸酉士禍,1453 ,단종 원년) 이후 세조가 왕위찬탈이 있었으며, 단종을 폐위하였더. 이후 단종 복위운동이 발생하였으며, 병자사화 (丙子士禍,1456,세조 2년)로 인하여, 사육신(성삼문ㆍ박팽년ㆍ하위지ㆍ이개ㆍ유성원ㆍ유응부 )은 처형되었고,생육신《김시습(金時習)·원호(元昊)·이맹전(李孟專)·조려(趙旅)·성담수(成聃壽)·남효온(南孝溫)》 은 절개를 지키고자 생전 벼슬길에 나서지 않았다.그중 김시습은 천재로 손꼽히는 인물이었지만, 벼슬길을 스스로 포기한 ,야인으로 살아가왔다.그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게 된 것은 조선 최초의 한문 소설 금오신화를 남겼으며,매월당집(梅月堂集) 과함께,그의 한문소설 금오신화가 널리 얼려졌기 때문이다.

강숙인의 「이야기는 힘이 세다」 는 조선 전기 판타지 스토리텔링 금오신화 해설집으로 볼 수 있고, 다섯가지 이야기 「용궁부연록」, 「이생규장전」,「취유부벽정기」, 「만복사저포기」, 「용궁부연록」 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어려서 무섭게 봤던 드라마 전설의 고향, 1999년 봤던 김희선 주연의 『자귀모』의 기원은 금오신화에 있다.물론 전래동화 단골, 용왕 이야기, 토끼전, 염라대왕 등등 귀신에 대한 이야기 뿐만 아니라 조선의 선비들이 귀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이해한다. 때로는자신의 아내로 삼았고, 용왕, 염라대왕 곁으로 갈 수 있었던 것은 김시습 스스로 벼슬길을 포기한 채,도교,불교,유교를 아우르는 조선 문학을 금오신화에 집약했기 때문이다. 즉 『금오신화』은 한국의 설화이자 한국적인 판타지다. 한국인 특유의 선비문화를 이해할 수 있으며, 귀신을 바라보는 시선, 바다와 산을 터전으로 살았던 이들이 바다에 대한 선망과 무섬증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조선 전기, 무속신앙의 근원을 따라가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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