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 교유서가 소설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지음 / 교유서가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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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어릴 때 그곳은 시내가 아니라 얕은 강이었다고 했다. 다리에서 다이빙도 하고 그랬다고. 나는 방학을 시골에서 보냈는데, 낮 동안 내에서 다슬기를 잡았다. 저녁엔 그걸 삶아 먹었다. 할머니는 저녁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었는데 , 그중 나를 잠 못들게 한 이야기는 이랬다. 때는 전쟁이 한창이던 시절이다. 할머니는 캔 뚜껑에 달린 고리가 반지처럼 예뻐서 그것을 곧잘 주우러 다닌다. (-9-)

지금은 시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게 물줄기 몇 개가 갈라져 흐르고 있다. (-10-)

우리는 가져온 옷으로 갈아입고 사랑방에 누웠다. 사랑방은 원래 외삼촌이 쓰던 방이었다. 나는 어린 시절 이곳에서 삼촌의 만화책을 몰래 읽었다.

"아직도 있나."

내가 장롱을 뒤지자 동생이 뭘 찾느냐고 물었다. 장롱엔 잡다한 물건들이 많았다. (-21-)

나는 삼촌의 장롱에서 앨범을 꺼냈다. 거기엔 삼촌의 고등학교 시절 사진들이 있었다. 삼촌도 이렇게 어릴 때가 있었다. 삼촌은 우리집에 살면서 공부를 해 기관사가 되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 사람을, 자살하려는 사람을 세명이나 쳐버렸다. 그 전엔 꽤웃기는 사람이었는데 그날 이후로 말이 없어졌다. 지금은 이혼하고 읍내 근처에 오피스텔을 얻어 혼자 살고 있다고 들었다. 명절 때조차 얼굴을 비치지 않아서, 그거 하나 전해들은 것이 다였다.

적적해져서 동생에게 '폐가 사진 찍고 싶지 않아?' (-29-)

2022 경기예술지원 문학창작지원 선정작 ,송지현 작가의 『김장』이다. 이 소설에는 두 편의 단편 소설 「김장」,「난쟁이 그리고 에어컨 없는 여름에 관하여」 로 이루어져 있다. 이 소설은 어린 시절 과거의 시골 정서를 소환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방학이면, 꼭 외갓집 시골로 물방개를 잡고, 다슬기를 줍고, 붕어, 장어를 잡으며 하루하루 보냈던 기억이 있다. 겨울이면, 뜨겁다 못해 핫한, 사랑방 아랫목에 둘러 앉아서,고구마,감자를 먹으면서,주말의 명화를 보았먹던 기억도 남아 있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않았지만, 마음은 가난하지 않았던 그 시절이다. 특히 「김장」은 친근하였고, 매우 시골틱했다. 특히과거에는 시골 빨래터에서,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서 빨래를 했고, 동네 바보가 있었던 그곳이 이제, 사람들이 도시로 도시로 옮겨가면서, 텅비어 있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시골집 다락방이나 장롱에는 신기한 잡다한 물건이 있었다. 할머니가 정리해놓은 물건들이지만, 삼촌,이모가 학창 시절 가지고 있었던 앨범, 졸업장 등이 있었다. 나 또한 이모의 졸업장을 할머니가 도아가실 때,유품으로 챈겼던 기억이 있다.물론 물이 가득했던 개울가에서, 개울가 위 돌다리에서 뛰어내렸던 , 높은 나무 위에 올라가서 위험천만한 가운데, 땅으로 뛰어내렸던 기억을 소환한다.특히 김장은 일년 추운 겨울을 날 수 있었던 시골의 정서이며, 동네에서는 큰 잔치였다. 한 집에 100포기는 다반사였던 그 때 당시, 작가는 김장을 통해, 기관사였던 삼촌을 소환하고 있다. 자신과 함께 살았고, 기관사가 되었지만, 결국 삼촌은 불행한 삶을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기관사라는 특수한 직업이 숙명적으로 안고 가야 하는 현실, 기찻길 위에 투신함으로서, 익명의 누군가의 행동이 삼촌에겐 직업에 대한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속상하면서, 디스토피아적인 요소가 소설에 담겨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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