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화진의 별들
민강 지음 / 역바연 / 202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듣거라. 이는 대거란국의 황제께서 친히 고려의 임금에게 내리는 글이니 그곳을 지키는 성주는 조속히 너희 임금께 황제의 뜻을 전하도록 하라. 일찍이 우리 선조께서 초원을 점거한 대씨의 나라를 멸하고 귀국 또한 정벌하려 하였다. 허나, 그대들이 국호를 고려로 삼고 스스로 고구려를 이은 민족이라 자부하니 그 뜻이 갸륵하여 아우를 달래는 심정으로 재물과 초원의 짐승을 내렸거늘, 그대들의 선조가 그뜻을 거스르고 낙타를 다리 밑에 속박하고 굶겨 죽였느니라. (-23-)

겨울의 그림자가 흥화진의 옥사에 차마 미치지 못했다. 촘촘하게 공간을 분리하는 나무 기둥 옆으로 시야를 넓히기 위한 화롯불 몇 개가 벌겋게 타오랐지만, 비단 그것만이 겨울을 가로막고 있지는 않았다. (-139-)

어깻죽이에 박힌 단검을 인지한 병사가 급히 외쳤다. 어느 새 병사의 앞으로 다가간 조경의 주위를 다른 변사들이 둘러싸며 간격을 좁혀 왔다. 조경은 천천히 숨을 고르며 띠돈에 손을 가져와 칼으 쥐었다. (-231-)

쓰러지는 시신을 보며 자음 차례를 직감한 포로들이 자포자기한 듯 병사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칼에 찔려 쓰러지는 이의 뒤로 달려드는 이들이 병사들에게 머리를 부딪쳤고 입이 닿는 대로 갑옷과 살점을 가리지 않고 물어뜯었다. 인파에 휩쓸리며 넘어진 병사들이 수십의 발길질에 피를 토하며 창검을 놓았다. 포로들은 떨어진 창검에 밧줄을 비비며 구속을 풀어 나갔다. (-335-)

격변을 토하다 비틀거리는 희의 옆으로 규가 다가섰다.

"괜찮다.마저 듣거라. 그래. 어찌 되었든 잘된 일이지.하루 아침에 국토의 2할에 가까운 땅이 생겨 머렸으니 .임금께서 치하하시고 조정 대신들이 찬양하는 그 순간만큼은 내 태어나 느껴 본 희열 중 가장 큰 것을 느꼈으나...허나! 그 이후는 어찌 되겠느냐? 그 거대한 땅덩어리를 내버려 두면 저절로 곡식이 자라고 성이 지어지는 것이냐? 오랫동안 그곳을 터전으로 잡고 있던 여진족은? 하루 아침에 하늘로 솟아 없어지느냐?" (-413-)

흥화진(의주), 용주(용천), 통주(선천), 철주(철산), 귀주(구성), 곽주(곽산)의 여섯 지역을 강동 6주라고 부른다. 고려는 고구려를 계승한다고 국호를 지은 이름으로서, 발해의 민족 태조왕건이 고려를 운 바 있다. 통일신라가 멸망하고, 고려가 세워지면서, 압록강과 맞땋게 된다. 중국 땅에는 거란과 여진족이 있었으며,유목민족 거란족은 요나라로 불리었다.

거란과 고려의 전면전,. 27년에 걸친 여요 전쟁이 시작되었다. 소손녕이 이끌었던 거란의 성종 야율융서는 고려를 침공하려는 억지 스러운 핑계를 내세우며, 회유와 강압을 하였다. 전쟁을 원하지 않았던 고려의 사신은 거란에게 사신을 보내 요나라와의 전쟁을 무마하려고 하였다. 유목민족이었던 거란족은 가을이면, 전쟁을 시작하게 된다. 서희는 그러한 거란족이 고려를 탐낸 목적을 이해하고, 천재적인 외교전을 시작하였으며, 강동 6주를 고려 손에 넣게 된다. 역사 소설 『흥화진의 별들』 은 27년간 거란과 고려간의 전쟁 중 일부를 다루고 있으며, 고려가 대고려가 되었던 계기, 거란족은 10만 대군을 이끌고 고려에 쳐들어왔지만, 강감찬은 귀주대첩에서 그 10만 대군을 섬멸하게 된다. 소설 『흥화진의 별들』은 3차에 걸친 고려와 거란의 전쟁에서, 영웅적인 대서사시를 망라하고 있었으며, 안팍으로 위기에 처한 고려의 대항전, 그당시 고려 토성이 초선 초기까지 남아 있었다. 평양을 고려의 수도로 남았던 이유는 고려의 존재목적이 고구려의 옜땅을 수복하기 위함이었다. 물론 고려와 거란의 경계에 천리장성을 쌓았던 것을 보 떄, 성종 40만 대군이 압록강을 건너 청천강까지 이어지는 전쟁의 양상을 엿볼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