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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의 지도 ㅣ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1
이어령 지음 / 파람북 / 2022년 12월
평점 :
세상에는 속도를 늦추지 않으면 알수가 없는 게 많아요.
속도를 늦춰야만 똑바로 바라볼 수 있어요.
셰익스피어의 표현처럼 '시간은 하찮은 듯한 걸은걸이로 기어가지만'
'내일 또 내일 또 내일'이 찾아오죠.
나를 둘러싼 상황을 직시하지 못하면 이 현실을 극복하기 어려워요.
인간은 신성하지도 영원히 살 수도 없습니다. 나약한 존재에 불과해요.오직 스스로의 결단과 선택만이 우리 운명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인. 우리를 둘러싼 세상.
이 세상의 작은 한 부분부터 바로 볼 필요가 있어요.
'한국인 이야기'의 바탕에는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단순하면서도 명료한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출발점에 선 벅찬 마음을 조금 가라앉히고,
먼제투성이 안테나를 다시 고쳐 세우며, 천지인 그중에서도 우리를 둘러싼 '하늘'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땅과 사람 이야기도 차례차례 들려드리겠습니다. (-14-)
이제 우리는 세가지 부끄러움을 배웠어요.
하늘이 나를 봤을 때의 부끄러움, 땅의 사람(밥,제도 등)이 나를 보았을 때의 부끄러움, 그리고 꽃과 같은 자연이 나를 보았을 때의 부끄러움이 있어요. 남이 보는 앞에서는 부끄러워서 옷을 못 벗는데, 집에서 키우는 반려동물 앞에서는 아무렇지도 않게 옷을 벗어요. 개에게, 탁자에 놓인 꽃한테 "저리가, 고개 돌려" 라는 말을 하지는 않잖아요.
부끄러움조차 '천지인' 과 연관해 설명할 수 있는 거예요.이러니 '천지인'이 기가 막힌 거죠. (-102-)
지금은 칠월칠석 날 밤입니다.
그들은 난초실로 주름을 접은 연꽃의 윗옷을 입었습니다.
그들은 한 구슬에 일곱 빛나는 계수나무 열매의 노리개를 찾습니다.
키스의 술에 취할 것을 상상하는 그들의 뺨은 먼저 기쁨을 못 이기는 자기의 열정에 취하여 반이나 붉었습니다.
그들은 오작교를 건너갈 때에 걸음을 멈추고 윗옷의 뒷자락을 검사합니다.
그들은 오작교를 건너서 서로 포옹하는 동안에 눈물과 웃음이 순서를 잃더니 다시금 공경하는 얼굴을 보입니다.
아아 알 수 없는 것은 운명이요 지키기 어려운 것은 맹세입니다. (-152-)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에 이어서,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다. 이어령 교수의 유작 『끝나지 않은 한국인 이야기』 시리즈는 한국인으로서 살아온 지난날을 만추하고 있었다. 평생에 걸쳐서, 자신과 동갑이었던 아내와 함께 살아오면서, 서로의 삶을 존중하였으며,서로의 학문을 완성하게 된다. 학연, 지연, 혈연, 내 앞에 놓여진 것에 안주하지 않았으며, 평생 학자로서의 삶과 업적을 다하고 삶을 정리하게 되었다. 그의 저서 『별의 지도』는 우리 삶의 북극성, 북두칠성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삶에서,물질적인 만족도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것은 스스로 어떤 삶의 나침반을 쥐고 살아야 하는지 깨닫게 해주기 때문이다.느린 삶이 옳은 삶이었다.
그리하여,이 책은 특별하였으며,나에게 휴머니즘과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깨닫게 해준다. 삶이라는 것은 내 뜻대로 되는 일보다 되지 않은 일이 더 많았다. 물독이 물을 가득 채운 상태에서, 물을 계속 채우려고 하는 오만함과 자만심이,우리 삶을 피폐한 삶으로 니끌고 있었다. 조금 더 손해보고 살더라도,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로 살아가며, 나라를 걱정하며, 나에 대해 부끄러운 삶을 살아간다면, 주어진 것에 대해서, 만족스러운 삶을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윤동주의 <서시>를 책 『별의 지도』에 인용하였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천천히 살아가면서, 하늘의 별을 보는 삶,그 삶이 조금 느리게 가더라도, 옳은 일, 진리를 추구하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현대의 삶이 요행과 요령에 의한 삶을 살아가다 보니, 스스로 잘못된 길을 가고 있음에도, 스스로 잘못을 느끼지 못하고 살아왔다. 바로 그러한 삶이 보편적이기에,안타까움에서 쓰여진 책에 『별의 지도』 였다.나를 위한 삶,나에게 필요한 인생 가치를 하나하나 꼽씹어 보고 있으며, 삶에 지향점을 스스로 만들고자 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