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낚시가 좋아지는 순간 - 낚시를 통해 느낀 삶에 대한 단상의 기록
전명원 지음 / 설렘(SEOLREM) / 202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관광객이며 낚시꾼일 뿐이었는데 마치 내가 그 시골 동네를 가장 아끼는 듯 굴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시골의 개발은 곧 자연의 훼손이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가끔 그들의 말을 생각한다. 차를 타고 지나며 창밖을 내다보는 아에겐 모든 것이 풍경으로만 보였던 것이다. (-36-)

아흔이 가까운 연세의 아버님이 내게 챙겨 보내신 그것들은 젊은 시절에 쓰시던 물건이었다. 사오십 년은 더 된 물건들이니 오래되어도 참 오래된 것이다. 낚싯대를 손에 들고 물가에 선, 젊은 낚시꾼이던 아버지를 잠시 상상했다.

당당하고 빛나던 젊은 시절, 흐르느 물가에서 함께 했을 그 낚싯대를 쓰다듬어 보았다. 귀를 대면 바닷소리가 드리는 소라고둥처럼, 어쩐지 낚싯대에서 힘차게 포말이 부서지는 계곡 물소리가 들릴 것도 같았다. 햇빛에 반짝이는 물비늘이 지문처럼 남아있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97-)

그러한 적요의 순간, 그 순간이 좋아서 낚시를 하는지도 모르겠다. 잠시 인생의 페달을 멈추는 순간이다. 물론, 그런 적요의 순간은 일단 한 마디라도 낚아야 찾아온다.나는 어쨌거나 낚시꾼이니 말이다. (-143-)

그 이후에 갔던 곳은 오사카였다. 검색으로 플라이 낚시점을 알아내는데에 실패한 나는, 묵고 있는 호텔의 직원에게 물었다. 그가 알려준 곳은 관광지에서 먼 주택가였다. 구글 지도를 앞세우고 찾아간 그 낚시점은 2층에 있었다. 한적한 길가에 자리 잡은 건물의 좁은 계단을 올라가 만난 낚시점은 가게라기보다는 사무실이나 공방 같은 느낌의 장소였다. 간판이랄 것도 없이 입구의 문패처럼 작은 안내판 하나뿐이어서 정확한 상호도 잊었다. 굳이 해석하자면 '초보자들의 엄마'쯤이라고 기억할 뿐이다. 상호답게 주인장도 여자 분이었다. (-156-)

가끔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남자는 해도 되고, 여자는 하면 안되는 이유, 그 이유가 어디에서 시작된 것이며, 그 편견과 선입견을 바꾸려면 어디서 출발해야 하는가 말이다. 낚시는 남자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다. 공대를 다니는 것도 마찬가지다. 남자가 해야 하는 일이 있고, 여자가 해야 하는 일이 따로 있다는 생각, 그것이 우리가 나답게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만든다. 남자는 뜨게질을 하면 안된다는 근거 없는 논리도 있다. 잊데 바꿔야 할 때다.

전명원의 『이토록 낚시가 좋아지는 순간』이다. 여자가 낚시, 플라이낚시를 한다. 그것도 17년차, 2005년부터 지금까지 깊은 산과 계곡이 있는 곳에서, 프라이낚시를 즐긴다. 간간히 송어를 낚고, 열목어를 낚으며, 선천어를 낚는다. 많은 사람들이 여자 홀로 프라이낚시르 즐기는 것을 우려하고,걱정한다. 그건 자칫 홀로 낚시를 하다가 봉변을 당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물 고기를 낚는게 아닌, 세월을 낚는다고 말한다. 전명원에게 낚시는 취미지만, 삶의 의미이기도 하다. 강원도 인적이 드문 물 맑고, 산속 깊은 곳에서, 계곡을 찾아다니면서, 홀로 시골에서, 방수옷을 입고 낚시를 즐길 때가 있다. 홀로 캠핑을 하고, 홀로 플라이 낚시를 하면서, 나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아나갔다. 추운 겨울이면 ,유로 낚싯터에서, 낚시터에서 저수지에 풀어놓은 무지개 송어, 브라운 송어를 낚기도 한다. 자신이 낚은 민물고기는 다시 물가에 풀어 주거나, 엄마의 손에 의해 손질을 하고, 손맛을 제대로 음미하고 있다.

낚시를 좋아하면,사람이 바뀌는가 보다. 자연이 훼손되는 것을 불편하게 생각한다. 나만의 낚시 포인트가 훼손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특히 플라이낚시는 강원도 정선과 같이 사람이 거의 없는 곳, 홀로 플라이낚시를 즐기는 이들의 아지트는 나만의 취미이며, 유희이기도 하다. 며느리도 낚시를 좋아하고, 시아버지도 낚시를 좋아했다. 시아버지가 소중히 간직해 온 플라이 낚시 도구를 며느리 앞에 내어놓았다.그 귀중한 선물을 받은 며느리의 마음이 뭉클한 것을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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