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3일만 파란 이야기 10
김정미 지음, 오이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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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나야, 밥 먹어!"

거실에서 아빠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뿔싸! 아직 옷을 갈아입지 않았다. 옷장을 뒤졌더니 보들보들한 분홍색 파자마 원피스가 나왔다. 척 봐도 잠옷이었다. 얼른 갈아입고 부엌으로 갔다.

"음! 이 냄새!"

문을 열자마자 콧구멍이 절로 커졌다. 오늘 저녁은 라면이다. 그것도 펄펄 끓는 양은 냄비 라면! 꼴깍 침이 넘어갔다. (-50-)

"전 이제나예요, 옥산초등학교 6학년이고요."

원장님의 낯빛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도대체 이 마을에서 제나는 어떤 아이일까? 설마 온갖 말썽들을 다 일으키고 다닌 건 아니겠지?

"혹시 이봉석 선생님이...?"

"네,맞아요! 저희 아버지예요."

어쩌면 제나가 유명한 게 아니라 아빠가 유명한 건지도 모르겠다. (-65-)

어두컴컴한 집 안에 냉기가 가득했다. 지나치게 깨끗한 집, 쓸데없이 넓은 집, 따뜻한 구석이라고 하나도 없는 집. 집마저 대놓고 날 밀어 내는 것 같았다.

안방에서 엄마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최대한 조용히 방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인기척을 느낀 엄마는 기어코 거실로 나왔다.

"이리내!"

엄마가 내 손에서 핸드폰을 거칠게 빼앗았다.,

"도대체 무슨 짓을 한 거야?내가 말했지? 아빠 , 동생 사진은 모두 버리라고, 잊고 사라고! 사진 보니까 너희 둘 만났더라? 왜 엄마에게 말하지 않았어? 이게 다 SNS 때문이야!" (-129-)

청소년 소설 『딱 3일만』은 우리 사회의 해체된 가정에 대해서 , 그 안에 숨어있는 가족 문제 뿐만 아니라, 가정의 해체 , 두개로 분리된 삶, 더 나아가 이혼 후 부모의 입장과 자녀들의 입장까지, 한 가정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어떻게 이어지는지 간파할 수 있었다. 주인공은 주라온과 이제나였으며, 둘은 몇 분 차이로 태어난 일란성 쌍둥이였다. 그러나 어려서 부모가 이혼하고, 제나는 아빠와 함께 시골로, 라온은 엄마와 함께 도시로 가게 된다.

엄마는 두 딸을 데려오고 싶었지만, 이혼 후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 대안으로 제나가 아빠 곁에서 시골로 갈 수 있었던 건, 제나의 성격이 시골에 적응하기 쉬울 거라고 생각하였기 때문이다. 라온은 반면 도시에 사는게 더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 결정에는 두 아이의 생각은 반영되지 않은 채, 5년의 시간이 흐르고 말았다. 두 아이는 성장하여, 옥산초등하교 6학년이 되어, 서로 만날 수 있었고, 서로 다른 꿈과 성격을 가지게 된다. 물론 아빠와 엄마 모르게 서로의 입장을 바꿔서, 3일간 살아보기로 한다. 부모가 두 아이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채 결정한 것 처럼, 두 쌍둥이 자매,라온가 제나 또한 부모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채, 선택하고 결정하고 있었다.

엄마는 돈이 많은 럭셔리 부잣집으로 들어갔으며, 라온의 성을 바꿔 버린 것으로 추정한다. 제나는 아빠와 함께 시골로 들어가 살았기 때문에, 성은 그대로였다. 서로의 삶이 바뀌면, 서로가 살아온 삶을 공유해야만 엄마와 아빠에게 들키지 않는다. 아이돌 가수가 꿈이었던 제나의 선택,5년동안 마음속에 품고 있었고, 원망하고,서운해했던 일상들, 서로의 삶을 바꾸고,시간과 장소를 바꿔서 살아감으로서, 서로 좋아하는 부분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웠던 라온의 삶을 보면, 마음을 닫아버렸고, 물질적 풍요가 해결해주지 못하는 정서적 따스함이 사라졌다. 냉기가 가득한 삶 속에서, 라온은 살아온 셈이다. 반면 제나는 아빤와 함께 하면서, 물질적인 풍요는 없지만, 작은 방에서, 시골에서 살아온 순수함이 있었다.하지만 자신의 꿈을 실행할 수 있는 물질적 만족도가 없었다. 그런 제나의 삶을 대신 살아가고 있었던 라온은 자신과 동떨어진 생활이 당황스러웠다. 외모는 비슷하지만, 서로 떨어지면서 환경이 바뀌게 되면, 후천적인 변화가 생겨나며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라진다는 것을 청소년 소설 『딱 3일만』 에서 느낄 수 있었다. 실제로 이혼해 사는 쌍둥이 사촌이 있기 때문에, 아빠 대신 엄마를 선택한 사촌이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는 않지만, 삶의 만족도는 나아지고 있으며, 아빠와 엄마 사이에서 보이지 않는 상처와 아픔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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