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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산다 치에 지음, 이소담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평점 :

쇼타는 달을 닮았다.
부드러운 빛으로 감싸여 불안감이나 초조함을 달래주는 마법의 청량제 같은 사람. 밤의 어둠에 삼켜질 듯한 돌멩이 같은 나라도 신비로운 달빛을 받으면 나 자신의 특별한 존재인 듯 생각하게 된다. 고백하자면, 아름다운 빛에 어울리지 않는 내 모습에 질릴 때도,운아한 그와 변변치 못한 나의 격차에 주눅들어 어둠에 녹아버리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고독하고 쓸쓸한 어둠 속에 있으면 어쩔 수 없이 그의 모습을 마음에 그리며 도움을 갈구하게 된다. (-9-)
아름답게 반짝이는 물방울은 숙주가 죽은 후에만 꺼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숙주의 생명이 응축된 보석이지요. 숙주의 인생에 따라 색이나 빛이 바뀐다는 말도 단순한 속설로 볼 수 없습니다. (-57-)
"마야, 아주 착한 애처럼 굴지만 사실 그렇지 않거든. 들키지 않으려고 뭐든 할 거야. 그 쪽지는 리나가 쓴 거니까 결국에는리나한테도 불똥이 튈지 모른다고 생각했어. 그렇게 되느니 내가 나서는 게 낫겠다 싶어서....그래도 운 좋게 혐의를 벗었다."
창문으로 금빛이 쏟아져 들어와 니사토의 옆얼굴을 비췄다. (-120-)
"쇼타, 작년에 혹시 보러 왔어? 나 작년에는 크리스틴이었는데 , 화려한 드레스 입고 계속 노래 불렀어."
"작년에는 <오페라의 유령> 이었나? 아쉽게도 못 갔어. 바빠서."(-162-)
왜냐하면 이제 막 살아남겠다고 결심했기 때문에.
계속 죽기를 바랐던 내게 수술을 받는다는 건 곧 산다는 것을 뜻했다. 수술해도 완치되지 않는 건 알지만 죽음을 연장할 수 있으니까. 그래서 말도 안 되는 이유들을 갖다 붙이며 수술을 미뤄 얼른 죽으려고 한 거였다. 수술이 실패 할 수 있다. 수술을 해도 죽음을 미루지 못할 수 있다. 그런 건 생각조차 안해봤다.
"적출 예정이었던 종양은 예상했던 크기였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 심실 사이막과 완전히 유착한 종양이 하나 더 숨어 있었습니다. 한 번에 종양이 두 개나 생기는 경우는 매우 드물어서 사전에 예측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아마도 첫 검사 단계에서 이미 적출 불가능한 상태였을 거라 생각됩니다." (-230-)
첫눈에 반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리나의 남자친구는 한 살 어린 2학년 쇼짱.
부르는 이름이 내 이름과 비슷해 기분이 영 복잡했다. 쇼짱은 리나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는데도 리나는 항상 즐거워했고, 천진하게 웃으며 쇼짱과 있었던 일을 얘기하는 리나를보면 가슴이 아팠다. (-276-)
산다 치에의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에는 주인공 리나와 쇼짱이 등장한다. 리나는 쓰카사 하마니시 고등학교에 전학을 왔으며, 심장에 보석이 생기는 희귀한 병 보석병에 걸리게 된다. 한눈에 반한 쇼짱과 서로 친밀하게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게 된다. 자신의 목숨과 '아름답게 반짝이는 물방울' 을 맞바뀌는 희귀한 질병, 리나는 자신의 병에 대해서, 미안하거나, 치유하고 싶은 의지가 없었다. 내면 속에 숨어있는 죄책감을 덜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죽음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쿠무라 리나의 일상 생활, 학교생활을 보면, 리나를 도와주려는 친구들이 있다. 전학을 왔기 때문에 적응하는 기간이 필요하다. 블랜티어 위원으로서,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그 봉사활동이 혼자서 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으며, 또래 친구 미사토가 함께 도와주고 있었다. 소설 『해피엔딩에서 너를 기다릴게』 에서 눈여겨 볼 것은 배려와 이해,공감이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따스함과 배려는 사소한 곳에 있었다. 알지만 모른 척 해주는 것, 스스로 바뀌고자 하는 시간이 힘을 빌리고자 한다. 어쩌면, 사소하지만, 문제를 삼을 수 있는 상황에도, 문제삼지 않는 것은 친구와의 우정 때문이다. 그리고 리나가 자신의 생명과 맞바꾸려 했던 생각들을 쇼짱으로 인해 마음을 돌리고자 한다. 삶에 대한 의자가 꺽여 버린 리나에게, 삶이란 무엇인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아픔과 슬픔을 극복하려는 노력이 드러나고 있었다. 쇼타는 달이었고,리나는 태양이었다. 그리고 리나는 보석같은 삶, 태양의 물방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