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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살 승무원 - 지병림 스토리텔링
지병림 지음 / 사막과별빛 / 2022년 12월
평점 :
서른 살 승무원'소망보습학원 영어 강사 급구'
벼룩시장에 공고를 낸 무수한 학원들 가운데서 굳이 이 학원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집과 가까운 거리 때문이었다. 마을버스 한 번만 타면 정거장에서 그리 멀지도 않았다. (-26-)
"선생님이 착용하신 귀걸이, 옷차림, 게다가 매니큐어, 립스틱 색깔까지 모두 저희 학원 분위기와 맞지 않습니다."
붉은 장밋빛으로 반짝이는 내 손톱을 내려다보았다. 때가 드러난 손톱을 그대로 내놓고 있는 원장에 비한다면야 단정하기 그지없었다.
"저는 도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모르겠어요."
"선생님, 고무장갑 끼고 물걸레질 하라면 할 수 있어요? 저희는맨손으로 걸레 빨아서 바닥청소하고 그래요." (-29-)
'한국항공 캐빈 여승무원 지원서.'
오랜 단짝인 도희의 가슴 속에서 항공사 이력서를 발견했을 때, 나는 도희를 다시 봤다. 바야흐로 IMF 가 한반도를 강타하고 잘 나가던 중견사업가가 노숙자로 전락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던 시절이었다. (-41-)
나는 오늘부터 '잉여인간'의 탈을 벗어던지고, 승무원의 꿈을 명확히 가슴에 품을 것이다. 이미 합격한 선배들의 합격후기를 프린트해서 빨간펜으로 밑줄을 좍좍 그어가면서 별표를 쳐가면서,합격의 영광을 누리기 전 수많은 관문 앞에서 조마조마하던 그들의 심리에 감정을 이입해 예리헌 눈빛과 표정 앞에서 절대로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웃으며 준비한 답변을 성실하게 답하는 미래의 내 모습도 그려보았다. 어깨너머로 벌써부터 합격 레터가 넘실거리는 기분이다. (-85-)
표정을 통해서도 우리는 많은 것을 읽어낸다.말이 아닌 눈빛을 교환할 때 눈가의 떨림이나 손동작만 가지고도 커뮤니케이션은 얾나든지 이루어진다. 칭찬의 말이라도 무표정하거나 시니컬한 자세로 성의없이 전하면 되려 반대의 의미를 품고 반감을 일으킬 수 있듯이 말이 아닌 다른 부수적인 것들이 일이 성사와 인간과 인간과의 관게를 결정짓는 일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108-)
"야, 역시 돈 많은 항공사는 사람을 뽑아도 전 세계에서 뽑는구나. 이야.오픈데이 일정 좀 봐.아부다비, 알제리, 네덜란드, 방콕, 슬로바키아, 파리, 개트윅, 콜롬보, 델리, 베이징, 이스탄불, 마닐라, 파나마, 포르투갈, 싱가포르, 상하이, 오사카, 정말 건 세계 구석구석 안가는 곳이 없구나. 여기 나온 도시들이 다 이 항공사에서 취항하는 도시들이라니. 이야! 무려 180개가 훌쩍 넘잖아? 이번에도 서울도 있다니 이런 행운이 어디있니?" (-177-)
속담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을 좋아한다. 준비된 자에게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고, 열등감 ,컴플렉스를 극복할 수 있기 때문이다.성공할 가능성이 거의 낮은 상태에서,성공을 만들어낸 이들은 감동과 기적, 열정을 읽을 수 있으며,그 성공까지 걸어온 과정에서,깊은 상처와 고통, 슬픔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피그말리온 효과, 저자 지병림 승무원에게 어울리는 단어다. 그동안 읽었던 책, 『키 작은 승무원 일기』,『승무원 일기』,『합격하는 승무원은 따로 있습니다』가 있었다. 그 책들을 살펴 보면, 승무원이 되기 위해서, 높은 경쟁력을 뚫어야 한다. 해외 각지의 외항사 승무원의 경우, 외국어 실력도 보는 것 뿐만 아니라, 언어 스킬,외모, 키,나이, 태도와 언어, 서비스,역량까지 살피고 있다. 서른살, 치열한 경쟁으로 익숙한 항공사 승무원 합격에서, 저자가 가지고 있는 강점은 오롯이 영어 강사 경력이다. 언어에 있어서, 경쟁자와 더 나은 실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차별화가 될 순 없다. 승무원 생활 16년차인 지병림 승무원의 특별함은 완벽함과 성실함에 있다. 영어 교습소 취업에 실패하고 무기력해졌고, 좌절하게 된다. 제일 절친이었던 친구가 자신도 모르게, ''한국항공 캐빈 여승무원 지원서.' 에 의해서, 항공사 승무원이 되었고, 결과가 나온 뒤에 말한 것은 큰 상처였다.
상처가 성장의 동력이 된다. 열등감, 나이, 외모, 키가 자신의 꿈을 포기하기엔,자신의 꿈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함이 더 크다. 남들이 다다르지 못한 길을 앞으로 간다는 것은 더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결단력이 요구된다. 후천적 완벽함으로서, 자신의 부족한 것, 선천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것을 덮어버린다. 기존에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이제 가능해졌고,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꿈이 꿈으로 이어지고, 남들이 포기하지 못하는 길을 걸어갈 수 있게 되었다. 포기하지 않는 나만이 가지고 있는 끈기, 꿈을 만들어 나가는 완벽한 준비, 항공사 승무원이 추구해야 하는 외모와 태도, 서비스 정신 이외에, 승무원은 고객의 안전을 최우선해야 한다는 것를 놓치지 않는다. 면접관의 면접 스타일까지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말그대로 지피지기에 의한 성공이다. 포기 하지 않았고, 극복하였으며, 넘어지지 않는 나만의 필살기, 그것이 서른에 카타르 승무원이 되었으며,지금까지 16년간 자신의 직업에 대해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던,남다른 커리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