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얇은 불행 - 사람은 누구나 얇게 불행하다
김현주 지음 / 읽고싶은책 / 2023년 1월
평점 :
소영은 스무 살이 되었고 스무 살의 봄이 왔다. 창문을 두고 기지개만 켜봐도 세상의 모든 싱그러움이 눈으로, 콧구멍으로,귀로 속삭여졌다. 파랑의 하늘과 곧 분홍과 연두로 물들 세상에서 앞으로 스스로 만들어갈 모양에 설레었고 청아하게 뭉큰했다. (-13-)
하늘이란 이름을 가지고 하늘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하늘이는 대낮의 하늘을 좋아할까, 밤하늘을 좋아할까. 소영처럼 평범한 이름을 가진 사람은 평생 느낄 수 없는 그런 기분이겠지. 그 순간 하늘이 부러우면서도 사랑스러우면서도 두근거리면서 많은 감정이 스쳐 지나갔지만 그 순간만큼은 별이 예쁘다는 말로 충분했다. (-72-)
소주병과 맥주병은 사이좋게 두 병씩 테이블에 올라있었다. 둘은 마시고 또 마셨다. 소영은 한참을 끓어 국물이 진득해지고 어묵탕 속에서 불어 터져가는 어묵 꼬치를 하나 들어 올리고는 고개를 쳐들어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참 웃기지? 이상하게 서른이면 결혼해 있고 애도 있을 것 같단 말이야. 저녁이 되면 남편이 퇴근해서 돌아오고 아이가 장남감 앞에 넣고 아빠빠빠빠 하는 그런 상상이 돼." (-158-)
소영은 마지막으로 집을 나서기 전 바람막이 지퍼를 내리고 양쪽 겨드랑이 향수를 세 번씩 펌핑했다. 얼 마전 백화점에서 큰 맘먹고 3개월 할부로 사서 아껴 두었던 향수이다. 손도 준비하지 않은 사람처럼, 어두컴컴한 새벽으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집을 나섰다. (-243-)
"내가 사랑하는 사람과 너랑 맞는 사람, 평안함을 느끼는 사람은 다 달라. 그러니까 사랑할 때, 사랑 받을 때, 편안할 때 중에 어떤 상황에 가장 행복한지를 제대로 알아야 해. 사랑에는 순서가 있어.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보다 나를 제대로 아는 게 가장 먼저야,"
사랑이는 제법 그럴듯한 대답을 해주었다.
"우리 학교 다닐 때 수업 듣다가 교수님한테 쫓겨나던 그 때가 그립다. 그래도 서른을 앞둔 마지막 계절에 너랑 같이 스무 살 봄을 추억할 수 있어서 참 좋다. 스무 살은 바람이 차가워도 봄 같았는데, 서른을 앞두고 보니 한없이 겨울이네." (-311-)
한효주의 『봄의 왈츠 』, 손예진의 『여름향기』,송혜교의 『가을동화 』, 최지우의 『겨울연가』 가 있다. 네개의 드라마는 윤석호 PD에 의해 21세기 초 유행했던 드라마로서, 우리 인생의 봄 여름 가을 겨울, 인생의 사계와 사랑을 다루고 있다. 이 네 개의 계절, 봄여름 가을 겨울이 소설 『얇은 불행』에도 나온다. 차이라면, 주인공이 김소영 한사람이라는 점이며, 봄, 여름,가을 ,겨울 네가지 계절은 스무살에서, 스물압홉까지 10년간, 주인공 소영의 삶과 사랑에 대해서, 가치관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다.
스무살이었던 소영은 순수하고,순진하다. 사랑에 대해서 단 하나의 가치를 원한다. 소영은 사랑이라는 본질을 소중히 여긴다. 친구 하늘과 사랑이 있다. 특이하고, 특별한 이름을 가진 두 친구와 함께 하며서, 소영에게 소중한 것은 친구이면서, 관계이다. 스물 셋 소영은 3년 동안 사랑에 대해 입장이 바뀌고 있다. 스무살 대학생의 탈에서 벗어나, 이제 졸업생의 입장에 놓여지게 되고,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스무살에 비해, 조금씩 사랑에 눈을 뜨게 되는 나이, 사회는 허용되지 않지만, 소영은 허용이 되는 사랑의 경계를 느낄 수 있으며, 소영이 선택한 사랑에 대한 책임을 사회가 지우게 된다. 둡 너째 사랑이 시작된다.
봄의 따스한 바람이, 여음에는 뜨거워지고, 가늘이 되어서, 조금씩 쌀쌀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소영은 스물 여섯이다.세번째 사랑이 시작된다. 사랑에 대해서, 소영은 세가지를 세 남자에게 경험했다. 사랑에 대해서, 무지하였던 소영은 이제 없다. 내면과 외면의 균형을 잡아가는 단계이며, 사랑에 대해 크게 집 착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오로지 물질만 추구하는 사회적 속물도 아니다. 단 사회가 소영에게 요구하는 기본 예의 와 원칙을 지키면서, 자유롭게 살아가는 소영일 뿐이다.
스물 아홉이 된 소영, 소영의 네번 째 사랑이다. 겨울의 쌀쌀한 바람을 온몸으로 느끼는 나이다. 소영은 적당히 살아가고 있었다. 사랑에 대해서, 사랑하기 전 내가 사랑하는 이에 대해서 먼저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사랑의 본질만 취한다면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나이다. 제자와 사랑하면서, 곤경에 처했기 때문이다. 순수함보다 , 상황을 먼저 고려하게 되고, 안전함과 능숙함을 추구한다. 그리고 스무살 때 만났던 사랑을 통해 소영이 그동안 사랑에 대해서 새롭게 생각한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이상보다는 현실을 택하는 소영의 모습을 스무살 때의 친구 사랑과의 대화를 통해서 느끼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