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어리스톤
김빛누리 지음 / 마인드레인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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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을 괴롭히고 남을 속이는 사람들 있잖아. 그 사람들이 그 때는 강해 보이고 잘 사는 것처럼 보일 수는 있대.그런데 결국에는 그 사람들은 외롭게 되거나 비참하게 된대. 왜 그런 줄 알아?"

"왜?"

그녀가 고개를 들어 눈을 맞추었다.

"그렇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면, 결국 좋은 사람들은 다 떠나가고 외톨이가 되거나, 아니면 주위에 자기 같은 사람들밖에 안 남는데.그러면 결국 의지할 곳 없이 쓸쓸히 살게 될 거여. 그러니 너는 너의 마음만을 생각하는 게 좋을 것 같아. " (-31-)

유진이는 모범생이라 딱히 문화제 참여하지 않으면서도 선생님을 이것저것 도와주고 있었다.

모범생이라는 것이 한편으로는 참 불편하다. 모범생들은 성실하고, 그렇기에 선생님에게 신뢰를 받는다. 신뢰는 곧 귀찮은 일로 이어지고 , 다시 그것은 책임으로 이어져 결국 다시 일이 모이는 이상한 악순환 구조를 이룬다. 그렇다고 해서 대단한 일을 맡긴 것도 아니었다. 예를 들면, 장비를 나눈다거나 물품목록을 전리한다거나 하는 일 따위였다.

그에 반해 ,나는 집에 가서 쉬어야지 하는 생각뿐이었다. (-56-)

"잘 했네. 축하해."

"목소리가 안 좋아...유진이한테 무슨 일 생겼어?"

"술 한잔하자. 이제 그 펍에서 볼래?"

전화를 끊고 가만히 앉아 있었다. 정말로 가만히만 있었다. 머릿속이 바다에 침전하여 파도에 이리저리 쓸리는 것처럼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들면 유진이를 볼 수 있을 거라는 생각에 억지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

하지만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다시는 그녀를 볼 수 없다는 불안감에 다리가 덜덜덜 떨리고 숨이 막혔다. 목에서 페어리스톤을 빼 들고는 두 손으로 기도하듯 맞잡았다. (-157-)

유진이 부모님은 울면서 이산가족을 상봉하는 것처럼 달려오셨다. 유진이 시점에서는 그럴 수 있겠네. 나는 엄마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발이 동동 떠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유진이는 엄마에게 달려가 안겼다. 눈치를 보다 엄마를 향해 잘려갔다.

엄마도 나를 안았다. 그리고는 등짝을 후려치셨다.

"너 미쳤지? 그렇게 사고치고 가출까지 해?!"

"아악. 엄마는 알지도 못하면서." (-172-)

"사실 너에게 그 질문이 맞지는 않는 것 같아. 왜냐하면 난 너를 미래로 보내고 싶지 않았어.이렇게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는 것도 일종의 제약이기 때문에 의식이 따로 있거든. 난 마음에 드는 사람의 심성을 시험하고 그에게 페어리스톤을 주지.반대로 소원이 끝나면 다시 페어리스톤을 받으면서 계약을 완성하지.이것은 단순히 돌이 오가는 게 아니라 영혼의 새겨지는 의식이야.그런데 말이야. 모든 게 꼬여버린 건 그 꼬마 중 때문이다."

루아는 이렇게 말하고 다시 생각해소 화가 나는 그 주먹을 꽉 쥐었다.

"그 녀석이 너와 그 남자의 영혼을 묶는 바람에 내가 납자한테 페어리스톤을 회수할 때 문제가 생겼어. 둘이 묶여있는 줄 모르고 남자애 것만을 흡수해버렸지. 결과적으로 페어리스톤을 잘못 흡수하게 된 나는, 다시 너와의 계약을 맺어야 하게 된 거야. 그런데 연주회장에서 널 보니까 페어리스톤이 필요없겠더라구,그래서 계약의 순서가 뒤바뀌었지만 미래로 너를 보내고, 너의 심성을 시험했지,"

(-229-)

누군가 나에게 갑자기 ,나를 아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그 사람이 첫사랑이며, 내일 죽을 수 있으니 죽기 전 꼭 만나고 싶어한다고 말한다면, 여러가지 복잡한 심경, 여러가지 목잡한 생각이 들 수 있다. 소설 『페어리스톤』에서 주인공과 주인공이 초등학교 때 첫사랑이었던 유진, 유진의 부모님은 주인공에게 찾아와 유진이 미국에서 수술 후 죽을 수 있다고 말을 하게 된다.

주인공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소설에서 페어리스톤은 주인공의 소원을 들어주는 특별한 돌이다. 학교에서 모범생이었던 유진의 행동과 학창시절의 모습들이 심리묘사까지 디테일한 부분을 다루고 있다.초등하교 때 같은 하교에 다녔던 유진, 중학교 떄 거릴르 두었다가,다시 고등학교 에 만나게 된다. 주인공과 유진의 친밀한 관계보다 소설 속 주인공과 유진의 생각 하나하나를 살펴보는 것이 더 소중하게 느껴졌다. 유진의 모습을 보면, 우리 주변에 흔한 모범생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대체적으로 그러한 아이들을 보면, 선생님에게 인정받아서 좋겠다고, 인기가 많아서 좋겠다고, 질투어린 시선이 많다. 그러나 실제로 모범생의 마음을 살펴볼 길이 없다. 판타지 소설 『페어리스톤』에서는 모범생 유진이 마치 작가 김빛누리의 마음을 투영하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된다. 바로 이 소설이 판타지 소설이면서, 지금 우리의 마음을 훑고 지나가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내일 죽을 지 모르는 유진과 ,유진을 살리기 위해서,페어리스톤을 이용하여 과거로 가는 주인공,미래로 가고 싶어하는 유진, 그 안에서 삶과 죽음이라는 두가지 선택권을 두고, 주인공과 유진의 입장 차이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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