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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삼국지
임창석 지음 / 아시아북스 / 2023년 1월
평점 :
주나라의 전쟁준비에 대한 상소문이 수시로 올라왔다. 하지만 진숙보는 바보처럼 이를 무시했다. 피폐해진 백성들의 원성이나 신하들의 충고는 듣지 않고 오히려 화려한 황궁을 짓는데 몰두했다. 황금과 진주, 비취로 장식된 궁전에서 후궁들과 어울리며 주색에만 빠졌다. 즐거움이 황제의 마음을 가렸던 것이다. 그러다가 주나라 군사들이 장강을 넘었다는 보고를 갑작스레 받았다. 진숙보는 그제서야 사태를 파악하고 크게 놀라 당황하며 대신들을 쫓아다니며 울부짖었다. (-37-)
요동성 성벽에는 대형쇠뇌를 설치한 노대들이 있었다. 고구려 군사들은 노대에서 장거리로 보내는 대형쇠네에 사람의 키보다 긴 화살들을 장전하여 인정사정 없이 쏘아 보냈다. 수나라 철기병들과 말들은 한 번만 맞아도 즉사했고, 일반 병사들은 스치기만 해도 큰 부상을 입었다. 대형쇠뇌의 화살은 형상화된 번개와 같았다. 한번씩 날아올 때마다 위이잉 하는 무서운 공기 파열음이 군사들의 귓가를 진동시켰다. 마치 노한 신이 창을 땅으로 내리 꽂는 것 같았다. 대형쇠뇌의 무서움에 수나라 군사들이 요동성 근처에는 감히 접근하지도 못했다. (-144-)
"고구려와 백제 때문에 신라에도 이제 곧 전쟁이 일어난다는 소문이 돌고 있는데, 삼국의 장래는 장차 어찌되는 것입니까? 꼭 삼국통일이 되기 위해서는 ,같은 민족, 세나라가 큰 전쟁을 해야만 하나요?" (-237-)
당나라 이세민은 고구려의 저자세에 거만함을 느끼며 고구려의 전승 기념비인 경관을 파괴하라고 명령했다. 고구려는 수나라의 공격을 물리친 후 승리를 기면하기 위하여 수나라 군사들의 유골들을 쌓고 이용하여 경관을 지었었다. 하지만 당나라 이세민은 중원의 치욕스런 역사적 증거물인 이 경관을 항상 파괴하고 싶었던 것이다. (-249-)
황제 이치는 먼저 고구려의 변방을 지속적으로 괴롭히는 전략을 짰다. 잦은 공격으로 고구려군의 피로도를 증가 시킨 후, 때를 모아 총공격을 가하려는 것이었다. 이치는 장수 소정방과 정명진, 설인귀, 계필하력 등을 매년 요동지역으로 내보내어 고구려의 국경지역을 지속적으로 끊임없이 침범하게 하였다. 그들은 황제의 명대로 고구려를 숨 쉴 틈 없이 계속 공격하여 괴롭혔다. (-339-)
황제 이치는 연남생의 항복으로 고구려에 대한 모든 정보를 획득하였기에,일격에 고구려를 무너뜨리기 위해 약 50만 명의 군사들을 모았다. 고종 이치는 계필하력을 대장군으로 임명하여 주력부대를 이끌게 하였고, 이세적, 소정방, 설인귀, 방동선, 고간 등에게 군사들을 이끌고 함께 협력하도록 지시를 했다. 연남생의 고구려군들 역시 이들과 합류하였다. (-417-)
이문열, 황석영이 쓴 삼국지, 나관주의 삼국지연의, 진수의 삼국지를 읽을 때마다. 우리의 역사 속에 삼국지를 상기시키곤 하였다. 기원전후 한반도 땅에 있었던 부족국가 마한 ,진한,변한의 후손, 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다.특히 그 시절의 역사 이야기는 한반도의 경우, 삼국유사와 삼국사기에 쓰여져 있었으며, 실제로 중국,일본 곳곳에 역사적 사료로 남아 있다.그 역사적 사료를 기초로 하여, 지상파 사극드라마로 만들어졌다.
소설가 임창석의 『한삼국지』는 그동안 보았던 삼국을 무대로 한 드라마를 모아놓은 것 같았다. MBC 드라마 계백, SBS 연개소문,KBS 대하드라마 태조왕건, MBC 드라마 선덕여왕, KBS 드라마 대조영, SBS 서동요, KBS 월화드라마 달이 뜨는 강 등등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익숙한 인물들이 등장하고 있었다. 특히 바보 온달과 평강공주의 삶이 어떠했는지 상상하게 되었고, 연개소문과 연남생 간의 역사적 이야기, 태종무열왕과 김유신, 선덕여왕과 진덕 여왕, 설인귀가 등장하는 대조영, 드라마아 빠져 있었을 때, 위인전에 나올법한 이들이 소설 곳곳에 배치하고 있다. 단 우리는 이 책에서 한가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6.25 이후 남한과 북한이 분단되어서, 70년 이상 대한민국은 중국과 직접적으로 군사적 마찰을 겪은 적이 없다. 미국이 중국의 팽창을 견제하기 위해서, 사드를 배치한 것만 빼고 말이다. 이 소설에서 눈여겨 볼 부분은 1반만 년 역사속에서, 한반도와 중국은 요동과 요하를 국경으로 하여 빈번하게 충돌하였으며, 고려 말엽 이성계가 중국의 변경지대 위화도 인근에 있다가 회군하여,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세운 바 있다.즉 중국과 한반도는 명나라 때, 사대주의에 따라서, 중국을 우대하였지만, 그 나머지의 역사는 빈번하게 중국과 마찰하였고, 국가의 흥망성쇠와 연결된다는 것이다. 물론 당태종 이세민에 의해서,고구려,백제,신라의 역사가 바뀐 것처럼, 임진왜란 당시 명나라 만력제에 의해 좌우되었던 것을 볼 때, 이 소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 의의를 살펴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