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 그 후 - 아직 남은 그리움을 위하여
최원현 지음 / 북나비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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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러움도 꿈과 같을 수 있다. 꿈을 다 이룰 수 없겠지만 그 꿈을 목표로 쉬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이야말로 아름다운 것이고 또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이뤄놓은 것을 바라보며 꿈을 가져 보는 것도 의미있는 일들이다. 그의 행적에 부러움을 가지며 나도 그렇게 되고파 오늘을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도전을 받게 된다. (-15-)

36년이란 세월의 때가 묻었을 목각 자동차를 오늘은 비누칠을 해서 깨끗이 씻었다. 그런데 물을 불린이 뭔가 벗겨진다. 윤이 나라고 물에 불리니 금방 벗겨져 내린다. 한데 칠이 벗겨지니 나무 본래의 결이 나타난다. (-17-)

42세의 기업 대표가 기부했단다. 음식 배달 서비스업체를 운영한다는데100억원을 사회에 환원하며 절반은 저소득층 장학금으로 지원한다고 했다. 42세의 나이에 어떻게 그렇게 큰 재산을 모을 수 있었느냐도 놀랍지만 50억, 100억, 우리는 평생 안 쓰고 모은다고 해도 턱도 없을 그런 엄청난 금액을 조건없이 기부할 수 있는 그의 배포와 자신감 그리고 마음이 너무나 부럽다. (-35-)

돌 때 아버지, 세살 때 어머니, 태어나기도 전에 형을 잃어버린 내게 죽음이란 이름으로 떠나간 것들에는 식상해할 정도로 익숙해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녔다. 달걀이 자기가 스스로 깨고 나오면 병아리지만 남이 깨면 프라이가 된다는 말처럼 생명 또한 스스로 나올 때 생명이고 움직임이 멈춰지면 죽음이 아니겠는가. (-50-)

한 아름의 오래된 책들을 가슴에 안고 집으로 오면서 아내에게는 들키지 말아야지 조심스레 문을 열었다. 그리고 조용히 아무 일도 없는 것처럼 내 서재 한 쪽에 내려놓았다. 내게는 꼭 필요한 책들이다. 지금은 어디 가서도 구할 수 없는 2,30년이 넘은 책들이다. (-55-)

다시 책 속의 화혜 사진을 찬찬히 들여다본다. 비단신 속 매화가 향긋한 향기를 내 코 가득 불어넣어 주는 거 같았다. 신을 짓는 마음과 신을 신는 마음이 같을 때 그 사람에게서도 아름다운 인품의 향기가 나지 않을까. 화혜는 그런 마음과 기원으로 지어진 신일 것 같다. (-104-)

우리 삶 속에 '정선'은 수없이 많을 수 있다. 정선이란 삶의 현장에서 우린 각자의 필요를 따라 거기에 상당하는 노력을 하고 거기서 목적과 목표를 달성하기고 한다. 그러나 '누름돌' 같은 내가 의도한 것이 그건 그리움 또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겨울 산골 얼음 밑 물처엄 자란자란 가슴속을 흐르게 된다. (-118-)

소녀들 요청에 따라 하룻밤 거기서 자기로 하고 아내와 함께 딸네로 간 것이다. 세 손녀가 달려들어 안기며 환호성을 질러댔다."할아벚디, 할머니, 자고 가는 거죠?" 하며 저희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부터 계산했다. 올해 중학생이 된 큰아이, 5학년이 된 둘째, 2학년이 된 막내까지 세 손녀에게 둘러싸여 자고 간다는 말을 하고야 풀려나니 그제야 아이들은 내옷을 받아걸었다 (-164-)

수필가 최원현 작가의 『고요, 그 후』 다. 수필은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이란 생각에, 소설에 비해서, 소설은 독자의 시선으로 볼 때 매우 엄격한 반면, 수필은 대중적이며, 관대한 독자들과 함께 한다. 일상어로 쓰여지는 과정에서 ,하나의 수필에서, 기억과 추억을 담아내고 있었다. 최원현 작가의 『고요, 그 후』는 스무번째 작품으로서, 자신의 일흔 삶을 반추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 6.25 동란이 끝날 무렵에 태어나, 돌이 지나기도 전 아버지가 돌아가셨고, 세살이 되던 해 어머니가 돌아가셨다.오로지 이모를 어머니처럼 생각하며 살아왔으며,사랑과 어리광을 못 느끼고 살아온 세월이 있었다.그것을 우리는 그리움이며,회한이라 부른다.

사랑에 대한 결핍은 자신의 자녀와 손주 손녀에게 보여주지 않겠다는 것, 그것이 저자의 삶의 신조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보고 말았다. 일흔이 넘은 나이에 외할아버지로서, 소녀들에게 인기있는 할아버지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자신의 삶에 대한 반성과 성찰,노력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불가능한 삶이다. 남들은 다 가지고 있는 보편적이 삶이 저자에겐 없지만,그 결핍으로 인해 일찌기 독립하였으며, 자신의 삶을 바로 세울 수 있었다. 아직 마누라(?)의 눈치를 보면서, 헌책방을 기웃거리며, 책에 대한 탐닉이 현존하지만,그것이 탐서가인 저자의 유일한 삶의 낙인지도 모른다. 물욕에서 벗어나 자급자족적인 삶을 살아오면서, 끊임없이 배움과 자기계발을 완성해 나가는 삶, 나이와 세월을 이기지 못하는 우리 삶에서, 인생의 소중한 가치의 삶의 의미를 되세김해 볼 수 가 있었다. 영화 워낭소리처럼, 숨비소리처럼, 거친 삶 속에 마음의 풍요를 담아낼 줄 아는 사람이 타인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삶을 살아갈 줄 알게 된다. 세월에 대한 겸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그것이 그리움과 사랑으로 채워진 수필집 『고요, 그 후』에 오롯히 담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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