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주
조양희 지음 / 숨쉬는책공장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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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준주 속 오가와 선생은 나의 엄마가 보통학교 시절 만난 일본인 담임의 실제이름이었다. 그 당시 오가와 선생의 사랑을 듬뿍 받은 엄마는 가끔 그분을 보고 싶어 하셨다. (-7-)

1932년 4월 부산 항구, 꽃샘바람이 물러나자 벚나무의 꽃잎들이 흰나비처럼 나풀거린다.열아홉상 준주는 긴 숨이 절로 나왔다. 기어이 일본의 시모노세키항으로 떠나는 연락선 갑판에 서게 된 것이다. 불안을 가라앚히는 안도의 숨을 내뿜었다.

그 때 샤오륜이 소라우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노래가 막 끝니서인지 분위기는 어수선했고 축음기에서 나오는 에디트 파아프의 샹송이 구슬프게 퍼졌다. 몰리가 헌팅캡을 벗어 들고 힘없이 걸어 나오다가 샤오륜을 발견했다. 모리는 몸을 살포시 도사리며 샤오륜의 시선을 벗어나 뒤 테이블에 앉았다. (-98-)

도오루는 궁금했다.

"제일 주요한 건 제가 의학을 공부할 수 있는 재질을 갖추지 못했다는 거죠. 지금 배우고 있는 기초의학이라 할까, 병리학, 세균학, 해부학 등이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 어려워요.지금도 난해한데 본과에 진학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 거 같아요. 그래서 난해한데 본과에 진학해서 완벽하게 이해하기 힘들 거 같아요. 그래서 생각해 본 결과 인제 전 아무래도 의사가 될 자격이 없는 거 같아요. 대학교에서 의학 공부를 해 나갈 인재가 못 된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이해되지요? 도오루 씨는 제가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그리고 제 생각, 아니, 제가 취할 길을 선택해야 된다는 마음을 빨리 알아주셨으면 해요."

그래서 벌써 결론을 내린 거예요?"

도오루는 추궁했다. (-190-)

준주는 흰 가운을 걸치고 청진기를 목에 두를 땐 가슴이 뛰었다. 힘겹게 얻어낸 청진기의 무게는 의사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했다. 청진기를 통해 듣는 태아의 힘찬 심장 소리는 고단한 준주에게 살아가는 힘을 주었다. 졸업 논문은 모리 부인의 예를 택했다. (-316-)

애써 불안을 참고 견디고 있던 어느날, 준주가 외근으로 산모를 돌보고 자전거를 타면서 돌아오는데 멀찌감치 모리가 나와서 손을 들어 좌우로 내젓는 것이었다. 아직 언덕을 지나야 병원이 보이는 곳이었다. 가까이서 모리의 모습을 보자 준주는 놀랐다. 얼굴이 땀으로 얼룩져 있었다. 모리가 이처럼 당황하는 모습은 일찍이 본 적이 없었던 준주는 가슴이 덜컹 내려앉았다. 준주는 그의 앞에서 자전거를 급정거했다. 분명 무슨 변고가 생긴게 분명했다. (-377-)

소설가 조양희 작가의 『지금 나는 사랑하러 갑니다 : 여성 작가들의 진솔한 사랑이야기』, 『베드제드에 가다 : 런던의 친환경 마을』 를 읽은 바 있다.그녀의 작품 중에서 세번째 접하게 되는 조선과 일본을 주무대로 하는 한국소설 『준주』는 일본인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살아가는 한국인의 사고를 바꿔 주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수작이며,산부인과 의사를 꿈꾸는 엘리트 여성 준주를 모델로 하고 있다.

조선에서 유지였던 준주에 집안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불확실한 상황에 놓여지게 된다. 그로 인해 여식이었던 준주를 일본으로 시모노세키항으로 관부 연락선에 태워서,유학보내고 말았다. 그곳에서 조센징 소리를 들으면서, 핍박 속에 살아내야 했던 준주는 의학공부에 매진하게 되는데,소설 『준주』에서 준국인 샤오륜과 함께 1930~1940년대 일본사회의 변화를 눈여겨 볼 수 있으며, 백화점, 측우기, 관부 연락선, 전차와 같은 근현대 문명의 유산을 일본에서 엿볼 수 있었다. 준주는 일본인의 경제적 후원을 받았으며, 시세이도 화장품 모델로 일하면서, 아르바이트 비용, 학업을 지속하기 위한 학비를 모으는 착실한 여성이었다.그러나 조센징이라는 신분적 한계로 인해 일본 순사인 모리 순사의 감시에 놓여지게 되는데, 1930년대 준주가 공부하기에는 일본이 만만하지 않는 사회라는 걸 눈여겨 볼 수 가 있다.

소설 속 인물들, 야요기와 요시다 도오르 그리고 오가와가 함께 하고 있었다. 요시다 도오루는 준주를 사랑하고, 야요이는 도오루를 좋아한다. 준주의 의지와 무관하게 삼각관계를 형성하게 되는데, 외국에서 살아가면,애국자가 된다는 말이 허언으로 들리지 않는 이유는 준주의 일상 속에 묻어난다. 한편 의학을 공부하는 학생 신분으로서, 준주는 어느날 왕진을 가는 상황에 놓여지게 되는데, 모리 순사의 아내가 만삭인 상태에서, 아기를 낳아야 하는 상황에 놓여지게 되었고, 모리 순사는 불가피하게 준주에게 부탁을 하게 되었다.이 대목에서, 일본과 조선이라는 나라의 현실과 무관하게 생명이라는 하나의 공통 가치를 놓고 볼 때, 일본과 조선의 갈등과 반목은 큰 의미를 두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핵심가치로 놓고 있었다. 암울한 나라의 현실에서 일제가 조선인을 상대로 , 강압통치를 하고 있지만, 그것이 조선과 일본 사이의 우애와 평화를 위해서, 양보와 배려, 용서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는 소설이다. 즉 일본과 일본인은 무조건 나쁘다는 사고방식은 서로에게 해가 될 수 있음을 놓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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