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 김소월과 김영랑의 아름다운 시 100편
김소월.김영랑 지음, 최세라 엮음 / 창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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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달래꽃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우리다

영변에 약산

진달래꽃

아름 따다 가실 길에 뿌리오리다.

가시는 걸음걸음

놓은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

나 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죽어도 아니 눈물 흘리우리다.(-16-)

모란이 피기까지는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보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 분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니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테요.찬란한 슬픔의 봄을 (-18-)

겨레의 새해

해는 저물 적마다 그가 저지른 모든 일을 잊음의 큰 바다로 흘려보내지만

우리는 새해를 오직 보람으로 다시 맞이한다.

멀리 사천이백팔십일 년

흰 뫼에 흰눈이 쌓인 그대로

겨레는 한글같이 늘고 커지도다.

일어나고 없어지고 온갖 살림은

구태여 캐내어 따질 것 없이

긴긴 반만년 통틀어 오롯했다.

사십 년 치욕은 한바탕 험한 꿈

사 년 쓰린 생각 아직도 눈물이 돼

이 아침 이 가슴 정말 뻐근하거니

나라가 처음 만방평화(萬邦平和) 의 큰 기둥 되고

백성이 인류 위해 큰일을 맡음이라.

긴 반만년 합쳐서 한 해로다.

새해 처음 맞는 겨례의 새해

미진한 대업 이루리라 거칠 것 없이 닫는 새해

이 첫날 겨레는 손 맞잡고 노래한다. (-146-)

김영랑 (1903.1.16~1950.9.29) , 김소월 (음력 1902. 8. 6~1934. 12. 24)의 시 100편을 모아놓은 시집 『진달래꽃 저문 자리 모란이 시작되면』 이다. 이 시집에는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가 있으며,김영랑의 시 『모란이 피기까지는』가 있었다. 두 시인은 동시대에 태어나서, 암울한 조국의 아픔을 겪으면서, 나라를 잃은 설움을 견디면서, 살아가게 된다.한민족의 민족성과 서정적인 부분까지, 우리 삶의 한과 혼이 서로 연결되고 있었으며, 힘들어도, 슬픈 일이 앞에 놓여져도, 꺽이지 않겠다는 의지가 피력된다..

북한을 상징하는 김소월의 시와 남한을 상징하는 김영랑의 시를 서로 대조해 보면, 남북으로 분단되었던 우리의 역사적 아픔과 맥을 같이하게 되었다. 진달래꽃, 모란 꽃이 가지는 순수함과 삶이 향을 느끼면서, 주어진 현실의 어둠과 컴컴해짐에 대해서, 스스로 자조섞인 목소리를 느낄 수 있다. 서정시인으로 대표되는 두 시인의 시구 하나하나는 간절히 독립을 염원하면서, 울분을 토하게 된다. 일제 치하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깊은 고뇌와 함께 한다.그리고 우리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하나 둘 셋 꺼내고 있었다. 1948년 미군정 치하에서, 여명을 느꼈던 그 시절, 여전히 내 의지대로 되지 않는 한반도의 현실과 한민족의 울분을 ,김영랑의 시 『겨레의 새해 』를 통해서 내면의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기다리고, 인내하며, 절제하여야만 겨레의 새해가 우리 앞에 도달한다는 걸 암시한다. 그러나 그 기쁨도,희망도 오롯히 느끼지 못하도,북녁의 시인 김소월과, 남녙의 시인 김영랑은 삶과 이별을 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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