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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마다 생일 ㅣ 시읽는 가족 18
손동연 지음, 성영란 그림 / 푸른책들 / 2023년 1월
평점 :
꽃샘추위
봄의
예방 접종 (-12-)
다 비누
머릴
맑게 하니
새소리가 비누래
마음을
맑게 씻는
꽃향기도 그렇대(-17-)
숨
꽃들도
숨을 쉰답니다.
날숨은
향기,
들숨은
나비랍니다. (-24-)
어린이 보호구역에서도 씨융씨융 내달리는 어른들에게
구름의 운전 좀 보세요. (-38-)
더 굽었겠다.
굽었네,
할배 등이
낫처럼 굽었네.
굽었네,
할매 등도
호미처럼 굽었네.
논밭을 매느라
저렇게
굽었으니
별밭을 가꾸시는
하느님 등은
더 굽었겠다. (-46-)
져 줍니다.
해가
집니다.
아니, 져 줍니다.
그래야
달이 돋거든요.
별들도 또랑또랑 눈 뜨거든요. (-47-)
한살 한살 나이를 먹어가면서, 동화가 좋아지기 시작하고, 동시를 읽고 싶어진다. 글밥이 적은 책이 더 좋아지기 마련이다. 불순하고, 억지스럽지 않는, 순수하고,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는 어린이의 마음이 담겨진 동시가 내 삶을 평화롭게 할 때가 있다. 동시는 자연스럽다. 동시는 억지스럽지 않다. 하지만 우리 삶의 통찰을 뚫고 지나갈 때, 내 온몸이 소름 끼칠 때가 있다. 하나의 동시 속 자연의 음악과 리듬,그 안에서, 자연미와 순수미가 내 삶을 이롭게 한다는 것을 느낄 때가 있다. 경쟁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할 때, 그 순간 나는 동시를 읽으면서, 잠시 멈춰서, 숨고르기를 한다. 빨리가고 싶어질 때, 잠시 내 발밑에 있는, 살기 위해서, 생명을 쫒는 잡풀을 관찰할 때가 간혹 있다. 그래서, 동시는 나를 위로하며,치유한다. 혼자 모든 것을 독차지하고 싶을 때면, 동시를 읽으면서,내것을 조금 떼어서, 주변에 나누어 주어야 한다는 자연의 지혜를 얻는다. 나누어주면 얻게 된다. 얻으려고 하면 어버린다는 자연의 순수한 가치를 동시에서 느낄 때가 있다.
달을 보고, 해를 보고,구름을 보았던 어린 아이는 이기고 지는 것,용서와 관대함을 배우게 된다. 인간이 삶이 시치기와 편법에 의해서, 남의 것을 먼저 가로채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달은 그렇지 않다.지구도 그렇지 않았다. 해도 마찬가지다. 내 앞에 주어진 사명과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그리고 그 안에 자연의 오묘한 이치와 삶이 있다. 즉 욕심을 부리고 싶어질 때면, 동시를 읽어라, 그러면나 자신의 소중한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을 것이다. 조금 더 손해를 보더라도, 흐뭇하게 손해를 볼 수 있는 지혜를 얻는다. 물질적인 손해는 정신적인 이익으로 돌아온다. 살아가면서, 동시집 『날마다 생일』을 통해 나의 마음을 비우고 또 비워 나간다. 그리고,다시 채워 나간다.